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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선생님의 강의 후기 입니다
7월초 중국 고구려 유적지 답사를 하고 왔기에 박노자 선생님의 '중국관' 강의를 기다렸습니다.
1강은 중국 답사 때문에 참석을 못해 무척 아쉬웠습니다. 마지막 강의도 기대 됩니다.
개인적으로 박노자 선생님을 글과 책으로 접하면서 군사 문화와 폭력을 용인하고 재생산되는 사회구조에 대해
성찰하게 됐고 편의에 따라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이용하기도 하고 거부하는 이분법적인 방식으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박노자 선생님의 강의중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중국에 대한 '전근대적인' 시각이었습니다.
중국에 저와 답사를 함께 한 분들의 중론은 중국은 더럽고 지저분하고 현지인과 되도록 접촉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에 비해 중국의 청결도는 늘 도마위에 올랐고
윗통을 벗고 다니는 남자들의 모습과 경상도 사람들보다 더 시끄럽게 느껴지는 중국어(실제로 남한 남성들도 시끄럽게 떠들었는데) 등 박노자 선생님이 말씀하신 중국에 대한 '전근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눈에는 남한에서 여성이 도맡아 하고 있는 가사노동에서 중국 여성들의 여성 해방을 느꼈습니다.
조금 지저분한 일상생활의 공간들이 모두 여성의 몫인데 그것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숙소의 바닥은 카페트를 깔아서 청결도가 눈에 띠지 않았는데 온돌문화인 우리들에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방바닥은 여성이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유지해야 할 몫이고
엘리베이터나 복도의 카페트는 청소 아주머니들 일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결을 위해 각종 세제와 엄청난 양의 물을 낭비하는 일이 더 나은 것인지 청결보다는 다른 것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나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청결의 비교 우위를 따지며 그들이 더럽다고 단정 지을 것만은
아니였습니다.
도시 외곽의 화장실 같은 경우는 흔히 말하는 '퍼세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칸막이가 없이 공개적인 형태는 퍼세식의 환기를 자연스럽게 해결해 줬고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화장실 청결도를 유지하게 물낭비가 필요없는
친환경적인 형태였습니다. 땅덩어리 넓은 곳에서 공중 화장실을 사람 손길이 필요 없도록
자정 능력을 갖춘 형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 효율적인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남한과 비교할 수 없는 면적의 중국은 인종도, 문화도, 삶의 방식도 다양하고 다이나믹해서
평준화된 남한과 달리 저마다 개성 넘쳤고 음식재료의 다양함과 여성해방의 일면이 느껴져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차용하고 배울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이번 강의는 또다른 생소한 경험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 사람을 통해 김치의 효능과 장단점을 듣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한국 사람보다 균형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이해하시는 것 같았고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저는
''공산당당원'이었던 지식인들의 활동을 듣는 것이 너무나 생소하고 긴장감을 받았습니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권력을 유지하는 사회체제에서 그 반대 입장은 철저히 배척 당하며
양육되었기에 '공산당'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일제시대보다 퇴보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산당이나 빨갱이는 금기시되는 분위기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지닌 지식인들의 작품을
학교에서 접한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인데 외국인의 입을 통해 접하고 알게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 했습니다.
박노자 선생님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사회주의'나 '공산당'을 자연스럽게 접한 경험이 있으시기에
공산당 당원의 지식인들 활동을 공부하고 알아나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습니다.
빨갱이는 국가를 전복하고 사회에 악을 끼치는 처벌 대상인 체제가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강의때 언급했던 일제시대 공산당당원이었던 활동가와 지식인들의 작품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이영희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계승한 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입견을 벗어나 긍정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갖추는 것이 이번 강의에 핵심이지 않나 싶습니다.
중국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갖추도록 도움을 주신 박노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직접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강의를 열어주신 참여연대 느티나무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1.7.22.
수강생 최윤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