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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꿈꾸는 어린아이, 서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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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하니까 너무 힘들단 말야. 인터뷰어 섭외 좀 하자"라며 투덜거리던 박현아 느티나무 시민기자의 제안(?)이 결실을 맺은 걸까요. ^^ 심리학 강좌 자원활동가 박준희님이 백인보에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짝짝짝!) 박준희님의 첫번째 인터뷰는 느티나무 자원활동가 서종민님 입니다. 조곤조곤하게 인터뷰이의 삶을 들려주는 박준희님의 인터뷰에 많은 관심과 호응 부탁드립니다. - 느티나무
느티나무 백인보 아홉번째 - 수강생 서종민
인터뷰 · 글 : 박준희 자원활동가
인연은 우연에서 시작되나봅니다. 운 좋게도 저는 느티나무 아카데미의 자원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김태형 선생님의 ‘심리학으로 본 한국인의 마음’이라는 강좌에서 박현아 선생님의 제안으로 이번 백인보 인터뷰도 하게 됐고요. 인터뷰 대상은 그때 바로 옆에 앉아있던 서종민씨로 결정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던 박현아 선생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초여름의 더위가 기승이었던 6월 7일 오후 서종민씨, 박현아 선생님과 만났습니다. 그 날의 생생토크를 들어보시겠어요?
박준희, 서종민님의 즐거운 인터뷰
“아직은 20대, 취업준비 중입니다.”
준희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종민 아직 20대구요.
준희 취업준비 중이시죠?
종민 예, 백수입니다.
현아 백수라고 하니까 얼마동안 백수인지도.
종민 좀 오래됐습니다. 한 1년 반 정도.
현아 전공은?
종민 정치외교학이고, 현재는 기자준비중입니다
현아 그러면 종민씨도 백인보 인터뷰를 하는 게 어때?
종민 (웃음)
준희 아카데미 수업은 언제 처음 들으셨어요?
종민 2009년 칼 폴라니 강좌였어요. 학교에서 배웠던 자유 시장 경제에 칼 폴라니가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찾아봤고요. 여기가 제일 싸더라고요(웃음).
준희 참여연대 회원이신가요?
종민 네. 현재 회원입니다. 고등학생 때 했다가 돈이 없어서 끊었고, 강좌 알아보면서 다시 가입했어요. 이실직고 하자면 할인을 노리고 한 거죠(웃음).
준희 느티나무 아카데미 자원 활동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종민 작년 부동산 강좌 때부터였어요. 제가 민생 팀에서 자원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간사 분들이 강의 자원 활동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 하셨어요. 강의를 듣다보니까 저도 돕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진 강의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어요.”
현아 이때까지 무슨 강의를 들었어요?
종민 칼 폴라니, 돈의 인문학, 굿모닝 살롱, 생생토크, 서울 공간의 인문학, 디자인, 역사 관련 강의들을 들었어요.
준희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강의는 어떤 거예요?
종민 사진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준희 평소에 사진에 관심이 있었어요?
종민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취업준비하면서 바빠서 안 들었는데 주변에서 절호의 기회라고 해서 현혹됐죠. 요새 제가 귀가 얇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현아 사진 강의의 어떤 게 좋았던 거예요?
종민 만약 사진기술을 배우는 강의였다면 정말 재미없었겠죠. 사진 강의를 듣고 나니 사진기술이 아니라 사진이 남았어요. 사람을 만나고 신뢰를 쌓고 사진을 통해 소통을 맛보는 강의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직접 몸으로 배우는 것이라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현아 사진은 밖에 나가서 찍은 거야?
종민 낙산공원, 창경궁, 개인 작업으로 재개발지역을 찍었거든요.
현아 현장에 나가는 그런 강의가 좋았구나? 그 강의를 듣고 자신이 변한 점이라면? 기자를 지망하는 거면 세상에 관심이 있고 어떤 면을 어떻게 봐라볼 것인가 관점이 중요하잖아요.
종민 우리가 주변을 보면 ‘이런 게 안타깝다’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보는 시선들이 있잖아요. 사진을 찍다보니 그 시선조차 우리가 규정해 놓은 건 아닌지 싶었어요. 장수마을을 갔는데 마을 사람들이 사진 찍는 것을 허용을 안 하더라고요. 싫어하더라고요. 사람들은 가서 그 마을을 도우려는 마음에 벽화그리기 자원봉사를 하거든요. 그런데 그 도움이 마을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랑은 다른 부분이더라고요. 마을이 국유지에 세워진 거라 세금을 내야하는 문제가 가장 큰데 벽화그린다고 정작 본인들의 문제는 해결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현아 벽화 그리는 거는 어떤 거야?
종민 벽화 봉사활동이 한동안 유행한 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고요.
준희 장수마을 허름한 외관을 바꾸기 위해서 했던 게 아닐까요?
종민 또 인상적이었던 게 윗마을과 아랫마을 풍경이 다르더라고요. 아랫마을 분들은 세금 문제에 해당되지 않으시니까 걱정 없이 편하게 지내시고.
현아 사진 강좌 하나를 통해서 많이 배웠네.
종민 재개발지역 속으로 가면서 현장을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을 사진 찍는데, 그게 대단히 폭력적 행위일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사람들 만나며 얘기해보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을 대충 보고 넘기지 않고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느티나무 아홉번째 인터뷰이 서종민님
“아줌마들의 거침없는 수다가 재미있었어요.”
준희 아카데미 활동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종민 기억에 남는 사람이요? 패스! 갑자기 말하려니까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없네요. 김민수 간사 정세윤 간사가 떠오르진 않고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네요.(웃음)
현아 이런 걸 써줘야 재밌지.
종민 김선주 선생님? 되게 편하게 얘기하고 얘기 듣고 연배가 높으신 분인데도 서로 편하게 얘기 할 수 있었어요.
현아 혹시 언론사 출신이라서?
종민 그래서 들었는데(웃음). 막상 들어보니 그렇지 않았잖아요. 되게 인간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눴어요. 강의 내용들이 다 기억나는 건 아닌데 직접 대화 나눠보고 했던 게 몸에 기억 됐어요. 직접 해보는 게 확실히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김선주 선생님과 여러 아주머니들과 자유롭게 얘기했던 게 좋았어요.
현아 진짜 의외다. 내가 목적의식을 갖고 아카데믹한 뭔가를 얻으려는 강의보다 그렇지 않은 강의가 훨씬 더 좋았던 거네. 감성을 자극받았나 보다? 김선주 선생님 강의가 수다 떠는 강의였거든. 생생토크.
종민 강의 들은 사람 중에 저하고 변호사님 한 분만 남자였잖아요.
현아 그 분은 기혼이고, 아줌마들이랑 연배도 같았잖아. 사람 살아가는 얘기를, 아줌마들 수다를 들어볼 기회가 없어서 상큼했구나.
종민 어떻게 보면 흔한 대화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자기 속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주고받는 다는 자체가 재밌었어요.
수다 떨지 못하는 20대들, 왜?
현아 혹시 또래 친구들하고 그 정도의 대화가 나와?
종민 안 나와요! 답답해요. 대학 동기랑 얘기해보면 이렇게 대화가 안 나오나 싶어요. 그냥 별, 별, 남는 대화를 안 한 거 같아. 일상적인 대화만 하고.
현아 왜 그럴까? 각자 너무 바빠서? 인간관계가 진전된다는 건 어느 정도 책임감이 늘어가는 거잖아? 그런 거에 대하 부담감? 요즘 세대의 특징일까?
종민 모르겠어요. 제 주변이 그런 건지. 제가 20대를 규정하긴 힘든데. 주변의 취업준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취업에 관한 얘기만 해요. 그 외의 진진한 얘기는 좀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는 몰라도 잘 안 나와요.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진지한 얘기를 하면 다르게 보인다는 생각? 부담스럽잖아요. 준희씨는 어떤 것 같아요? 준희씨도 20대잖아요? 삼자 토크가 됐네.
준희 사람마다 관심사가 워낙 다양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길 하는 사람은 한정 돼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누구나 그런 건가.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당장 필요한 것만 얘기하고.
현아 관심이 맞는 사람하고는 어느 정도 깊이 있는 대화를 해?
준희 좋아하는 야구팀이 있다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다거나 그 정도요? 당장 필요한 얘기만 하고. 공통의 관심사라고 해봤자 그런 거네요.
종민 소통의 방법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자기얘기만 주구장창 하는 친구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소통의 방법의 문제 같아요. 소통하는 방법도 모르는 것 같고.
현아 그래서 아줌마들이 할 얘기 안 할 얘기 거르지 않고 하는 게 재밌었구나.
종민 20대 소통얘기 정리하기 힘들겠는데요?
네. 어렵습니다. 소통의 문제가 꼭 20대만의 이야기일까요? 다른 세대의 20대는 어땠는지 궁금해집니다. 인터넷이나 휴대폰같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졌는데 왜 우린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마음의 문제일까요.
“언젠가 사회 혁신 기업을 운영하고 싶어요.”
현아 기자하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면을 맡고 싶어? 정치?
종민 4년 동안 정치공부하면 정치를 외면하게 되더라고요. 농담이고요. 기자하는 사람들은 비슷하지 않을까요? 사회부 기자. 저는 특별히 사회적 기업이나 복지 분야 이런 거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현아 예전에 말했던 아이들 성교육 관련 된 거?
종민 ‘아하 청소년 성문화센터’에서 2년 가까이 자원 활동을 했었어요. 학교에 나가서 학생들과 ‘성문화’활동 같이 하는 거예요. 센터와 연결된 학교에서 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경복고등학교에 가서 세 차례 성문화에 관해서 활동했는데 완전 애먹었어요. 그 전에 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청소년성교육 강의 들었고 그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자원 활동도 한 거거든요. 그런데 학생들과 소통하는 문제가 힘들었어요. 애들이랑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학교 축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애들끼리 만나서 회의해 본 적이 없대요. 너희들끼리 회의해보라고 했는데 생전 제 말 안 듣던 애들이 신나게 회의를 하더라고요. 결국 성하고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한 거죠.
현아 나중에 그런 기업을 운영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
종민 제가 사회적 기업 관련 공부 한 적이 있어서요. 탈학교 청소년, 저소득층 학생들을 만나보니까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40대 이후에 사회 혁신적 모델, 그런 변화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준희 그 외의 관심분야는 더 있나요?
종민 여성분들에게 관심이 있고요. (웃음)
“백수의 하루, 사람 만나는 것이 재밌는 순간”
현아 백수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돼요?
종민 일어나면 씻고 도서관 출근해요. 도서관가서 열두시까지 신문 읽고 하숙 집 와서 밥 먹고 다시 도서관 나가고. 또 참여연대 활동하고 언론사시험 준비하는 스터디 모임을 합니다.
준희 반복되는 일상에서 가장 재밌는 일은 뭐예요?
종민 사람 만나는 거 같아요. 사회에 고민이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 단순한 비판을 넘어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가 재미있는 순간이죠.
현아 취업 준비하면서 힘들었을 거 같은데?
종민 이거 할 수 있을까, 나름 고시라 불리는데. 이 길이 맞는 건가 싶기도 하죠. 실제로도 공부를 많이 안 해요. 대신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고 취업에 관련되지 않은 경험을 많이 해봐요. 시간과 돈의 압박의 시달리지만 취업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알바를 하는 것도 무리더라고요. 올해부터 마음을 잡아서 준비를 시작했고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당장 취업 못했다고 해서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진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니까.
현아 이력서는 얼마나 넣었어요?
종민 이력서는 많이 안 넣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곳이 정해져 있어서요. 취업제안 받은 건 있어요.
현아 그런데도 안 간 건 언론사에 대한 욕망이 커서?
종민 그런 거 같아요.
현아 어떻게 보면 자발적 백수네(웃음.)
종민 그래도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말할 수 없는 존재를 위한 기자가 되고 싶어요.”
현아 다음 질문이….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말해 주세요?
준희 저희 심리학 강의 시간에 동기를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해서요.
현아 그래 맞아! 난 이걸 왜 물어보나 했네.(웃음)
종민 좋은 사람들 만나면 기분 좋고, 나쁜 사람들 만나면 기분이 나빠요.
현아 얼마나 예쁜 여자를 만나냐, 이상한 여자가 나오느냐!
종민 맞아요! 여자가 문제인거 같아요(웃음).
준희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종민 요새 느끼는 건 공감능력이라고 해야 하나? 상대가 어떤 기분이겠구나, 하는 최소한의배려를 할 수 있 사람이 좋은 사람 같아요.
준희 꿈이 뭐예요?
종민 (고민하다가)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싶어요. 저희 외가가 제주돈데 그 공간에서 일을 하거나 공동체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까. 고향에 내려가 보면 아파트란 공간의 부자연스러움이 너무 많이 보이더라고요. 오랜만에 보니까 그게 확 눈에 들어왔어요. 그것에 대한 고민이었고. 공간들이 돈이 모이니까 한쪽은 살고 한쪽은 죽고. 고향을 보기가 힘들었었어요. 주거 공간 문제 같은 경우에 서울에서 집구하기는 정말 어렵더라고요.
준희 어떤 언론인이 되고 싶으세요?
종민 일찍 퇴근해서 가족들과 자주만나는. 제가 이쪽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그 누구보다 일찍 퇴근해서 가정생활을 잘하는 언론인이 되고 싶네요.(웃음) ‘말할 수 없는 존재를 대신하기 때문에 문학은 정치적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기자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이력서의 지원동기를 저는 ‘말 할 수 없는 존재를 공론의 장에 끌어낼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씁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큰 사회문제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제 두루뭉술한 질문에 힘들어 하셨던 종민씨께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금 하고 계신 일이 취업에 관련 되지 않은 일이 아니라는 것,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심리학으로 보는 한국이의 마음’ 마지막 강의 날 모두 자기의 성격을 분석했습니다. 서종민씨의 성격은 ‘어린아이’유형 이었습니다. 넘치는 매력과 높은 사교성을 가진 종민씨와 만나보세요. 여러분은 어느 샌가 즐겁게 웃으며 말하고 있을 겁니다.
*칼 폴라니: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의 사회철학자. 대표작으로『거대한 전환』이 있다.
*김선주: <한겨레>신문의 논설 주간을 지낸 여성언론인. ‘김선주학교’의 교장.
우와, 두 분 모두 사진 근사하게 나왔네요^^
그날 수고해주신 준희씨 종민씨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인터뷰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쁜 1인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