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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한국인의 중국관 강의 후기
박노자님의 강의 1강은 개인 사정으로 듣지 못하였지만 2강 근대 한국인의 중국관을 들으며 예전에 미처 알지 못하고 그냥 넘겼던 것들이 연결되는 고리 몇 개를 깨달았다. 일단 중국을 보는 나의 시각이 근대 한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근대의 파란만장했던 시기와 유사한 21세기 초의 파란만장한 시기를 겪고 있어서 인가? 많은 현대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 있는 뿌리가 근대 한국인들과 닿아 있을 듯 한데, 팽창하는 중국의 경제, 군사, 정치적 힘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19세기 말과 유사한 위기 의식을 가지게 된 듯 하다. 박노자님은 중국인에 대한 극단적인 시각들을 당시 문학 작품과 연결지어 말씀해주셨는데 지금의 시각과 비슷해서 신기할 정도였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부분을 들으며 한홍구님의 ‘대한민국사’에서 “호떡집 불났다” 속담의 유래가 연상되었고, 나의 내면 속 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요즘 읽고 있는 조정래님의 아리랑에 보면 군산에서 중국인 이주 노동자와 조선인 노동자들이 부둣가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인 지주나 자본가들의 아래에서 일자리를 쟁탈할 수 밖에 없는 두 민족이 서로 싸우는 이야기를 보며 내 나라를 빼앗긴 혹은 내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 겪는 아픔을 느꼈었는데, 박노자님의 강의를 들으며 문득 든 생각은 중국인들은 아주 먼 옛날부터 한국을 포함한 이나라 저나라를 떠돌며 살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그 옛날 백신애의 ‘청도기행’에서 일하는 쿨리[coolie]의 땀냄새에 대한 주인공의 인상에 대한 서술(읽어보진 않았지만)과 유사한 것이다. 근대의 중산층 백신애와 현대의 중산층인 내가 유사한 인식을 갖는 것을 보면 중산층의 중국관은 근대나 현대나 마찬가지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습니다.)
공화국을 최초로 아시아에서 세운 국가, 공산 혁명을 이룩한 국가로 근대적인 희망으로서의 중국은 한국의 독립 운동가들에게는 가슴 뛰는 하나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최근에 양계초의 ‘월남망국사’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그 책이 일제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었는데, 이를 몰래 읽으며 독립 운동가들은 우리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웠을 것이고,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 야욕에 분노했을 것이며, 중국의 신지식인 양계초에 대한 선망과 동경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양계초의 저술이나 저서를 찾아 읽는 매니아 층도 있었을지 모른다. 상당수 박노자님의 팬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2시간 남짓한 강의를 들으며 하나의 고리로 이어지는 근대인과의 만남이었다. 그 다리를 놓아준 박노자님의 해박함에 놀랐다. 부끄럽게도 처음 들어본 저자들과 소설. 분명 작은 활자체에 옛 어투로 읽기 쉽지 않았을 근대의 신문이며 잡지를 무수히 읽으며 얻게되셨을 다양한 사례와 저술에 자극을 많이 받았다. 3강과 더불어 신문이나 저서에서 박노자님의 빛나는 연구 성과를 기대해본다.
** 박노자님의 다른 책들은 거의 읽어보았지만, “씩씩한 남자 이야기”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책이 남으면 부탁드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