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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함께하는 성교육] 이대남에 관하여
대선뉴스마다 '2030표심잡기'가 따라붙는다. 이준석 현상으로 대표되는 이대남들은 지난 보궐선거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기성세대가 공정을 외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의 외침을 들여다보면 과연 정말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전통적으로 진보적이라 여겼던 젊은 세대 다수가 보수정당에 표를 주자 놀란 여당은 부랴부랴 군대와 관련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2030남성의 의제임에도 사회는 이들을 2030남성=청년으로 여기며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여성의제에 비교적 친화적이던 정당들 내부에서는 '여성만 편애해 젊은 남성이 떠나갔다'며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여성들이 그동안 성착취물과 웹하드 카르텔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 해왔음에도 꿈쩍 않던 여론과 정치권은 너나없이 이대남 표심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이 이대남에 국한되는 문제라고 볼 수도 없음에도 역차별 운운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인다. 문제는 이런 이대남이 우리집에도 산다는 것이다. 한 집에서 자랐어도 성별에 따라 생각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보며 이들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던 차 젊은 남성이 남성성에 대해 얘기한다 하니 수강할 수밖에 없었다.
강좌를 통해 알고 싶었던 점은 남성 또래집단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강좌는 이들이 ‘이대남’으로 균일하게 묶이는 존재들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무엇이 여성차별인지 구분해낼 줄 아는 동생은 강좌 내용에서 ‘세대별 안티페미 성향이 가장 강하면서 동시에 페미니즘적 가치를 가장 많이 수용한 세대’라는 말과 꼭 들어맞았고, 남성들이 또래 집단에서 페미니즘적 가치를 수용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할 땐 젠더 모임에서 혼자 난감해하던 남성을 떠올리게 했다.
강의를 들으며 수많은 남성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는데 그들 대다수는 특별히 나쁘거나 착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들로 강의는 남성도 페미니즘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피력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의 일과 수강생들의 얘기를 들으며 동생이 가끔 빻은 소리를 해대도 전처럼 화 내기보다 질문하기로 했다. 이한 선생님 말은 낯선 사람도 듣는데 동생에겐 설득 한번 못하니 질문할 때를 대비해 공부하는 편이 낫다.
결국 페미니즘은 명칭과 달리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권에 관한 얘기로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성별에 관계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남성도 여성만큼 페미니즘이 필요한 존재들로 이들이 변해야만 ‘인권’이라는 가치가 실현될 수 있기에 남성들을 상대로 한 성교육은 중요하고 이번 강좌는 이러한 취지에 딱 맞는다. 다만 참여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젠더 문제가 여성만의 관심사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지만 다음번엔 더 많은 남성이 참여하길 기대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강좌가 꼭 남성들 만을 위한 교육은 아니다. 여성들도 페미니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고 각자 처해있는 상황이 다양한 만큼 들을 가치가 있다.
이대남에 관한 탐구는 앞으로도 필요하고 남녀가 접점을 갖는 이런 자리는 더 많아져야 한다. 선생님이 분위기가 험악해지지 않게 잘 이끌어 나가고 잘못했다고 혼내진 않으니 혹시라도 말 실수할까 봐 걱정되거나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들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