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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독서서클] 모두 서로에게 친구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그리고 웰다잉
영화 <인생 후르츠> 포스터
모두 서로에게 친구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그리고 웰다잉
[노년배움 독서서클] 2021년 가을강좌 9월 첫 모임 후기
참가자 : 고현숙, 고현종, 김수동, 이성희, 정애자, 정헌원, 주은경
김수동샘의 진행으로 가을학기 첫 모임을 가졌다.
다큐 영화 인생 후루츠를 감상한 후 기억에 남는 장면, 각자가 경험한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 웰다잉에 대하여, 또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에 대하여 각자의 생각과 관점을 나누었다.
"인생후루츠"는 영화를 시작하면서 다음의 싯구가 나온다.
"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
차근차근, 천천히"
이 나레이션은 영화 중간 중간 여러차례 나온다.
자연을 닮아 서두르지 않고 알맞은 때에 알맞은 방법으로 씨뿌리고 열매 맺고 다시 토양으로 환원해 가는 모습을 두 노부부의 삶을 통해 잔잔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차근차근, 시간을 모아서 천천히'
이는 우리 삶의 풍경과 크게 대비되면서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는 김수영 시인의 '봄 밤'이라는 시를 떠올리게 해 그 시의 일부를 가져와 본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 . . .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 . . .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서둘지 않고 자연을 닮아 "천천히, 차근차근"의 삶을 살았던 슈이치씨는 도시와 숲의 공생을 제안했던 건축가로 개발에 급급한 회사를 뒤로하고 사람을 살리는 자연의 방식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아 자신의 삶 전반에 이를 몸소 실천해 나간다.
꽃과 화초마다 옆에 세워둔 다정한 마음들이 담긴 노란 표지판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 부부는 주변의 모든 것들과 함께 조화롭게 살고 있음을 영화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노부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에서 언급한 프랭크 조이드 라이트의 "오래 살수록 인생은 더욱 아름다워진다"라는 말에 비로소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오래 살수록 아름다워지기는 커녕 가족과 사회에 부담이 되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가? 우리의 녹녹하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가치가 어느 방향인지 깨우쳐준다.
그것은 바로 안토니오 가우디가 말한바대로 "모든 해답은 위대한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21세기 다윈의 계승자인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지도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답을 내놓는다. 이들은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최적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통념에 반기를 들며 최후의 생존자는 친화력이 좋은 '다정한 자'라고 말한다.
슈이치 할아버지는 매일 편지를 10통을 써서 친구, 지인, 동네 마켓 점원 등에 보낸다. 노부부에게는 모두가 친구이다. 집에서 키우는 화초와 나무 새들까지. 이를 보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적보다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가야한다는 해리팔머의 뜻을 비로소 헤아리게 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도 우리의 종은 더 많은 적을 정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친구를 만듦으로써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과도 슈이치씨처럼 따뜻하게 돌보는 다정한 태도로 대해야 함을 배운다.
인상적인 장면들
슈이치씨가 가슴에 손을 얹으며 아내를 가리켜 "내게 최고의 여자 친구"라고 말하는 장면.
그리고 손녀를 생각하며 멋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사회 시스템이 필요할지를 생각해보는 모습,
꿈을 멀리 보는게 좋으니 '늘 멀리 본다'는 말, 생명 있는 모든 존재와 "더불어 함께"의 삶을 모색하고, 다음 세대를 아끼는 마음이 일상 생활 속에서 그대로 엿보인다.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자신의 가치를 실현시킬 희망이 있어 보이는 건축 일을 말년에 의뢰받았을 때 류이치씨가 한 말.
"인생의 마지막 날에 좋은 일을 만나게 되었네요." "다음 세대가 풍요로울 수 있도록 이어주세요."
인생에서 단 한번 만날 수 있을 행복한 작업이라며 "살아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바람대로 슈이치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소신대로의 삶을 지켜 나간다.
나는 가끔씩 생각한다. 내가 죽는 순간까지 가슴 뛰는 일을 하다가 간다면 그보다 더 성공적이고 기쁜 삶이 있을까? 류이치씨는 죽는 순간 마치 자연스레 잠들 듯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한 사람이 평소 어떤 삶의 태도를 가졌느냐가 그의 죽음의 모습과 이어져 닮아 간다고 한다. 그는 정말 '남김없이 피고 지고'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그대로 실천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웰다잉에 대하여
웰다잉에 대해 참여자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자신의 생각들을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관점이 넓어지는 걸 경험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각자의 각오와 다짐도 느껴졌다.
웰다잉과 관련해 내게 소중한 가르침을 준 것은 10여년전 인도 보드가야에서 달라이라마 존자님 법문이었다. 그때 달라이라마 존자님께서는 "당신이 임종의 순간에 바라는 것은 모든 생명있는 존재에 대한 한없는 자비심과 지혜로 세상에 이로운 존재가 되기를 염원하며 눈감게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지혜와 자비심을 날마다 수행하다 보면 죽음의 순간에도 자연스레 몸에 익혀 그런 이타심의 마음가짐으로 가게 된다는 것, 우리가 죽는 순간 마지막으로 품은 의도가 다음 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날은 우리가 사는 동안 '날마다 우리가 품고 있는 생각과 의도, 말, 행동'의 중요성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주은경 선생님의 말씀도 오래도록 남는다. 달라이라마께서 언급하신 바와 같이 자신도 "자비심"과 모든 생명체의 이로움을 위한 "보리심"의 마음가짐으로 삶과 죽음을 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에 난 어떤 감동, 일깨움이 일어나 모임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역시~ 주샘이 그동안 어떤 태도로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왔을지가 가늠되었다.
끝으로 김수동샘이 준비하신 시로 가을 학기 첫모임을 마감했다.
인생 칠십이면
이채
인생 칠십이면 가히 무심이로다
흐르는 물은 내 세월 같고
부는 바람은 내 마음 같고
저무는 해는 내 모습 같으니
어찌 늙어보지 않고 늙음을 말하는가
육신이 칠십이면 무엇인들 성하리오
둥근 돌이 우연일 리 없고
오랜 나무가 공연할 리 없고
지는 낙엽이 온전할 리 없으니
어찌 늙어보지 않고 삶을 논하는가
인생 칠십이면 가히 천심이로다
세상사 모질고
인생사 거칠어도
내 품 안에 떠가는 구름들아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탐하리오
그곳이 먼 듯하여도
천리만리 먼 듯하여도
마지막 눈감으면
영혼의 날개 달고 단숨에 닿는 그곳
누가 하늘을 멀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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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년을 위한 배움의 공동체 서클'을 소개합니다!
2015년 봄, 느티나무에서는 <푸른 시니어학교 - 새로운 노년 시대를 만들자>를 시작했습니다. 그후 매 학기 참여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2017년 이 서클을 만들었습니다. 줄여서 노년서클.
새로운 노년시대를 만드는 데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이 참여합니다. 이름과 달리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더 보기(클릭)
[노년배움 독서서클] 노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두려움 너머 희망을 찾다 >>보기
“존엄한 노년은 무엇이며,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년의 시간. 세상 가득한 두려움 속 가려진 노년의 삶을 찾아 보려 합니다.
다양한 시선을 통한 우리의 탐험은 계속 됩니다.
노년배움 독서서클은 매월 정해진 책을 읽고 생각과 질문을 함께 나눕니다. 2021년 가을학기에는 책과 영화, 그리고 회원의 활동 이야기까지 더욱 풍성한 소재를 가지고 만나려 합니다.
- 10월 모임 : 10. (수) 오전 10시. 퓨즈만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