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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만나는 삶의 이야기들 2강
술 취한 신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
에너지가 심히 떨어졌을 때 마시면 기운을 업 시켰던 드링크제 박카스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또는 바쿠스(Bacchus)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로마식 이름이며 기원이 되는 오리지널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Dionysos)다.
출처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동쪽에서 왔다는 설이 있고 인도에서 왔다는 설도 있으며 레바논에서 태어났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여러 설이 동방과 연결된 신이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Zeus)와 세멜레(Semele) 사이에서 태어났다.
헤라(Hera)는 세멜레를 질투하여 늙은 유모의 모습으로 찾아가서 세멜레에게 애인이 정말 제우스신인지 의심을 품게 하며 제우스신의 참모습을 보여 달라고 말하게 꼬드긴다. 헤라의 간계에 넘어간 세멜레는 제우스가 찾아오자 부탁을 이야기했고, 제우스는 거절하지 못하고 부탁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불과 번개의 신이었던 제우스의 빛을 감당할 수가 없어, 세멜레는 그 자리에서 새카맣게 타버리고 만다. 제우스는 임신 중이었던 세멜레에게서 디오니소스를 꺼내어 자신의 넓적다리에 넣었다가 달이 차서 꺼낸다.
디오니소스는 신성 모독을 한 신이며 포도주의 신이자 광기와 도취, 열광, 파토스를 불러일으키는 신이다. 여자들이 디오니소스 신과 사랑에 빠진다. 마을을 버리고 숲과 산으로 떠돌아다니던 여자들을 일컬어 마이나데스(Mainades)라 부르며 마이나데스는 마니아(Mania)에 빠진 여자들이란 뜻이다. 마니아는 그리스어인 광기를 뜻한다. 광기, 광인이라 함은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 떠오르며 정신병동과 연관되어 생각된다. 미친 사람은 테두리 지어진 '정상'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난 사람을 말한다. 말하자면 미친 자와 미치지 않은 자의 모양새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과 경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미친'에 대한 기준을 깊이 사유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이 과하다거나 일반적인 코드에 걸맞지 않으면 '미친자'로 치부하고 분리하게 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정서적 감수성이 예민하며 직관적인 인지능력이 발달된 이유로(대개가) 마음을 건드리는 것들에 대해 쉽게 혹해서 마이나데스가 되는 것이다.
디오니소스 신은 양성적이며 문명과 자연의 전이지대에 거주하는 신이기도 하다. 디오니소스의 상징물로는 넝쿨식물과 메꽃, 야생동물과 뱀 등이 있다. 염소부족인 사튀르스 부족의 노현자인 실레노스에게서 지혜를 배운 자, 말하자면 디오니소스의 신성과 지혜는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다. 철학자 니체는 디오니소스적인 힘이 그리스예술정신의 큰 에너지로 생각 했다. 원초적 자연으로서의 디오니소스적 힘은 시각적인 가상을 만들어 내는 아폴론적인 힘과 대칭점이며 절제되지 않은 충동 자체, 질서 잡히지 않은 열정들, 열광적인 도취를 불러일으키는 자연적 생명력의 다른 이름이다. 아폴론적인 것은 가상이다. 말하자면 플라톤의 이데아와 같다.
디오니소스는 일종의 문명 해방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신이다. 법과 규율, 질서와 규정의 경계를 무화시키며 그 바깥으로 질주하게 만드는 위험하고 불온한 신이다. 삶과 죽음이 동시에 일어나는 자연이며 고통이자 축복이고 타자를 먹는 게 아니라 자신을 먹는 것이다. 슬픔과 기쁨은 분리되지 않고 공포는 평화와 분리되지 않는다. 나와 세계는 분리된 것으로 알지만 존재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씨실과 날실로 짜인 거대한 천과 같다. 술 취한 신 디오니소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문명에 갇힌 자들이 길들여진 타성적 인생살이를 반성하게 한다. 실존적 영역의 존재론적 전이는 현실세계에서 설정된 가상의 이미지에 갇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디오니소스를 따라 선과 악,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몽상의 구분을 뛰어 넘어, 심지어 이 세계와 저 세계의 구분을 뛰어 넘어, 대립되는 모든 것들을 감싸 안아버리는 저 열려 있는 공간으로 초월할 수 있기를.
말, 말, 말...
*우리를 취하게 하는 것들은 경계를 흐물흐물하게 만든다.
*위반을 슬금슬금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ㅎㅎㅎ공감입니다)
*위반이 삶이 된 사람들은 정상적인 삶이 위반이다.
*착하다는 것은 잘 길들여진 것이다.
*자기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