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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번째┃조나단 프로젝트
느티나무 백인보 열네번째 - 수강생 조우석
인터뷰 · 글 : 박현아 느티나무 시민기자
새벽... 잠이 오지 않는다. 껌껌한 거실을 서성이다 습관처럼 컴퓨터 앞에 앉는다.
검색창에 ‘조나단, 갈매기’를 처넣고 잠시 기다린다. 엥?
봉천동 맛집 갈매기 조나단 - 싸고 맛있는 고기집
갈매기조나단 - 돼지고기 프랜차이즈 전문음식점, 메뉴 소개, 상권분석, 가맹점, 창업 안내
푸하하하~ 세상은 이렇게 소소하게 날 웃기기도 하는구나... 내가 찾는 건 갈매기살이 맛있는 고기집이 아니라구요...
내가 찾는 건 갈매기의 꿈이었다. 학창시절 청소년필독도서 목록에 늘 빠지지 않고 얼굴을 디밀던 그 녀석. 12월 백인보 인터뷰 글 구상을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일단 컴퓨터 앞에 앉긴 했는데... 이번 얘긴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한참을 멍 때리다 조나단이 떠올랐던 것인데... 여하튼 간에 네이버가 재치를 발휘해 내게 폭소의 에너지를 건네주었으니... 그 엔돌핀이 떨어지기 전에 얼릉 인터뷰 글을 시작해야지.....
조우석 수강생
그가 하는 일
수강생 조우석에 대해 내가 아는 정보는 빈약했다. 그와는 꿈강의를 같이 들었고, 강의 끝나고 몇 번 다른 수강생들과 어울려 점심을 함께 먹긴 했으나 둘 사이에 대화가 활발한 것도 아니었다. 차도 두세 번은 마신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 아는 건 그가 하는 일의 이름 정도 뿐이었다. 그것이 바로 ‘조나단 프로젝트’. 이게 대체 뭔 프로젝트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뭐하는 분이세요?
“교육전문 컨텐츠로 글을 쓰는 교육전문 작가이구요, ‘꿈을 이루는 6일간의 수업’이라는 책을 냈지요. 그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계발서였는데 그 분야에서 한동안 베스트셀러였어요. 이번 12월 5일 청소년과 학부모님을 위한 창의인성, 자기주도력 학습 동화인 ‘행운의 고물토끼’도 출간되었습니다. 지금은 ‘행운, 21C 성공지능 - 잠재의식 IQ’라는 가제로 책 하나를 또 준비하고 있구요. 그리고 에듀베리 교육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조우석님의 책 '행운의 고물토끼'와 '꿈을 이루는 6일간의 수업'
에듀베리 교육연구소가 정확히 뭐하는 곳이에요?
“제가 하는 일이 좀 일반적인 일이 아니라서 설명을 드려도 잘 못 알아들으시더라구요. .. 차라리 이걸 한번 보시는 게 나을지도...” 이러면서 노트북을 뒤져 동영상 하나를 재생한다. 국내 모방송사에 나가 인터뷰했던 장면이 펼쳐진다. 오잉? 자막에 하버드생 조우석이라고 나오네요??? 공부 진짜 빡세게 하셨겠다...
“저희 연구소에서는 주로 교육과 관련한 특강을 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아이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좀처럼 기존의 교육방식이 바뀌지 않더라구요. 부모도 아이와 함께 교육을 받아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거죠. 조나단 프로젝트는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주인공 조나단에게 영감을 받아 이름을 붙인 것인데, ‘조나단 프로젝트’라는 건 쉽게 말해 <새마음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70년대 <새마을 운동>을 통해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해 왔지만 현재 세계 자살 1위, 이혼 1위라는 대한민국 행복 성적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불행합니다. 경제를 향상시키면 행복해지리라는 환상이 깨져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이제는 <새마음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변가의 먹이 부스러기를 위해 살아가는 삶이 아닌 진정한 자유을 향해 비상했던 갈매기 조나단처럼 이제 우리도 새로운 인재상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저희 연구소에서는 갈매기 조나단의 이미지로 크게 세 가지 IQ를 교육하고 있는데, 먼저 ‘비전 IQ’는 갈매기 조나단의 머리가 향하는 곳이구요, 왼쪽 날개는 ‘잠재의식 IQ’, 오른쪽 날개는 ‘글로벌 리더십 IQ’를 뜻합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누군지를 알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현실에서 구체화시킬 수 있는 힘을 길러 그 꿈을 세상에 펼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인 거죠.”
수서중학교 강의에서 학생들과 함께
그는 현재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 그것에 관해서 여러 교육기관이나 학생, 학부모들을 상대로 강의도 하며 포항공대의 창의인재 선발 입학사정 프로세스를 직접 개발해 주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거는 데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
“교육과 관련된 여러 기관들 그리고 정부기관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많은 일들을 했어요. 그 과정 중 교육은 결국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그쪽분야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하버드대에 있는 정치 행정 대학원인 케네디스쿨에 가게된 거죠. 거기서 공부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하나의 정책에는 관련된 수많은 이익집단들이 존재한다는 거였어요. 결국 정책을 바꾸려면 그 이익집단들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건데 그건 바위에 계란치기와 같은 거죠.”
정책을 바꾸기 어렵다 여겨지자 그는 종교단체로 눈을 돌렸다.
“근데 종교단체들도 교육에 거의 투자를 안하더라구요. 건물 짓는 데는 열을 올려도... 그래서 그 다음 눈을 돌린 게 가정입니다. 기존의 잘못된 교육의 틀을 바꾸는 데는 아무래도 가정에서 교육의 주체적 역할을 하며 더 창조적이고 변화에 수용적인 여성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한민국의 엄마들을 바꿔보자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거죠. 그리고 그 엄마를 변화의 공간으로 끌어내는 데는 아이의 성적과 인성이 핵심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아, 그랬구나... 그는 교육을 바꾸고 싶은 것이었다. 사실 이 나라에서 교육받은 사람이라면 거의가 다 같은 생각일 것이다. 닭장 같은 교실에 갇혀 성적이라는 알을 낳는 교육. 그 알이 안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따위는 관심도 없는 학교. 그 알로 무엇을 이루어내야 하는 지는 당최 알려주지 않는 세상... 그 안에서 우리는 그 알이 애초에 내 몸에서 잉태되었다는 사실도 잊은 채 그 알이 원래는 내 몸의 일부였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필요이상의 복합사료를 먹고 겉으론 영양이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매끈한 알을 낳는다. 그리고 그 알은 내 삶과 분리되어 닭장 밖으로 옮겨지고, 아무리 열심히 밥을 먹고 알을 낳아도 그 알들은 내 삶과 어떤 연결고리도 가지지 못한다. 닭과 알이 서로 아무런 영향도 주고받지 못하는 삶, 그런 그로테스크한 세계에 우린 살고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공상과학영화에서나 있는 줄 알았던 서기 2011년이라는 숫자가 달력에 떡하니 쓰여 있어도 여전히 제도권 교육은 털끝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개떡 같은 세상에 아이를 둘이나 낳고 사는 이 암탉은 그래서 시름이 깊고도 깊다. 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아 암탉이 외친다.
“내 알 돌리도~~~”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공부는 이제, 이 땅에서, 사라져야한다.
공부 잘 한다는 것
왠지 교육문제에 그렇게 많은 열정을 쏟는 데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한국 교육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한국에서 대학원까지 다니며 공부했지만 정말이지 행복하지 않았어요.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그 공부의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고... 전 학창시절에 불안해서 불을 끄고 자본 적이 거의 없어요. 부모님도 공부에 대해 기대치가 높으셨지만 당시 저에게도 제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길이 그것밖에는 없었던 거죠. 다른 길을 찾을 엄두도 못 냈었죠. 주위에서 들리는 메시지는 온통 그거 하나뿐이었으니까... 좋은 대학을 가면 행복해 질 거다.”
그러면서 자신의 머리에 있는 혹을 만져보라 한다. 어, 진짜 혹이 있네요...
“중학교 때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어서 생긴 거에요. 그땐 공부 못하고 우리반이 1등 못하면 (학교에서) 곡괭이 자루로 맞았어요. 반항이요? 반항도 했었죠. 당시 제가 가진 에너지의 7-80%는 난 왜 이럴까, 난 지금 너무 괴롭다... 이런 고민에 썼었어요.”
그렇게 괴로워하던 자신을 잘 이해해주지 못한 부모님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더이상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부모님은 충분한 사랑을 주셨다. 단지 부모님이 아는 건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그것뿐이었기에,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그 시대에 맞춰 열심히 살아온 것 뿐... 그것도 부모님 방식의 사랑이었다는 걸 이젠 그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삶은 무엇인가,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것인가를 물으면, 그럴 시간에 영어 단어나 한자 더 외워라, 수학공식이나 한 번 더 들여다봐라... 이런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었죠. 삶에 대한 고민들을 얘기하면 저를 다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구요. 딴 애들은 잘 따라 가는 데 넌 왜 그러냐고. 그래서 내가 이상한 거구나 하며 자기학대도 많이 했죠. ”
그의 상처와 고통이 전해진다. 그런 공부를 하면서 보내야했던 우리들의 학창시절은 누구한테 가서 고소를 해야 하는 건지...
“그렇게 많이 힘들 때마다 책을 읽었어요. 책에는 이런 내 고민에 답하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거든요. 책 속에 있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고 나를 이해해 주고 공감을 해주니까... 그렇게 해서 대학에 가긴 했는데 사실 대학 가서 더 방황했죠. 가면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뭔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주변 친구들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공인회계사 공부를 시작하더라구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 것뿐이었죠."
그래도 대학에 들어가니 숨통이 좀 트이는 듯 했다.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온라인상에서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모여 함께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소통을 시작했다.
“지금 서 있는 곳이 마음에 안 차니까 자꾸 딴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되더라구요. 학교공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 하고 정신분석학도 배워보고 상담도 받아보고...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공부 잘 하는 우등생이었던 그에게도 공부는 즐겁지 않은 것이었다. 자신을 잘 돌보기 위해, 자신을 더 잘 알아가기 위해 하는 공부가 이 시대에는 이렇게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고민 없이, 번민 없이, 회의 없이 해야 하는 공부라는 건 이 세상에 존재 할 수가 없다. 공부의 본질을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이 시대의 이 눈먼 공부를 바꿔보기 위해 그는 지금 자신의 온 에너지를, 행복하게 쏟고 있는 중이다.
“거창고 같이 이 땅에 작은 희망의 이야기들을 창조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 파이프 라인이 있어요. 그 파이프가 공교육이라고 불리던 사교육이라고 불리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문제는 그 파이프를 통해 어떠한 내용을 흘려보낼 것인가 하는 거죠. 제대로 된, 참된 교육의 컨텐츠를 흐르게 하면 되는 거죠. 근데 우리 교육 현실은 그 안에 단 한 가지만 흐르고 있어요. 좋은 대학에 가라. 이게 다죠. 그리고 그건 거짓된 신화에요. 좋은 학벌이 성공과 출세와 행복을 보장한다는 공식들이 깨지고 있잖아요.”
그가 지나온 삶의 궤적을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들어서일까? 그가 토해내는 과거의 시간들에선 숨가뿐 이의 고통이 전해진다. 그는 지난 시간을 생존을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 짐작만 할뿐이지만 그런 말들을 내뱉을 때 그의 눈빛은... 무척 쓸쓸했다.
“교육에 관해 고통스러웠던 평생의 기억이 결국 저를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한 나침반 구실을 한 거죠. 그 기억들이 지금 제가 가진 소명의식을 만들어낸 것은 분명해요. 내가 겪었던 그 고통과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다음 세대들한테는 더 이상 겪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나침반이라.... 그의 말 위로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서 정조의 대사 한 대목이 겹쳐 떠오른다. 자신과는 정치적 성향과 지향하는 바가 다른 아버지 때문에 고민하고 방황하는 남자주인공을 불러 나침반을 건네며 정조가 했던 말...
“회회국(아라비아) 경구에 이런 말이 있더군. 나침반이 흔들리는 한 그 나침반은 틀리는 일이 없다고. 흔들리는 지금 그 눈빛을... 혈육도, 내 자신도 경계하는, 지금의 그 마음을 잊지 말아라...”
나침반이 먼 여정을 떠나는 이들에게 언제나 틀리지 않는 방향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늘 그 바늘이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기 때문이다. 작은 움직임과 바람에도 온몸을 떨며 쉴 새 없이 흔들리기에 나침반은 길을 잃는 법이 없다. 그도 20년 이상을, 아니 지금도 나침반처럼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잊고 관성적으로 사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지금 자신이 향하는 방향의 타당성을 검증 받기 위해, 내가 잘 모르는 또 다른 내가 있는 곳을 찾아가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그 지점에 다다른다고 해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을 그가 보인다.
네, 저는 지금 더 행복합니다
이렇게 고민과 생각이 많은 그가 느티나무를 찾아왔다.
“고혜경 선생님의 꿈강의, 이재형 선생님 강의, 김융희 선생님의 신화강의 등등을 들었죠.”
느티나무 강의에 대해 평을 해주신다면?
“저는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의식이 앞서 있는 강의를 시민교육 차원에서 진행하시고 있다는 점에 그리고 그 착한 가격에 늘 감사할 따름이죠. 다른 곳에서 이정명 선생님이 하시는 강의를 들었었는데 여기서도 강의를 하신다고 하길래 한번 홈페에지에 들어와 봤다가 꿈 강의가 있는 걸 보고 듣고 싶어서 왔어요. 근데 강의목록을 살펴보니까 좋은 강의들이 많은 거예요. 감사하더라구요...”
어, 그러고 보니 전부 무의식 혹은 기존의 머리 중심의 공부법과는 다른 강의들을 중점적으로 들었네요?
“제가 그동안 거의 20년을 방황했잖아요. 그런데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제 고민과 질문에 돌아오는 메시지는 ‘넌 도대체 왜 그래? 그것뿐이니까, 그래서 절 정말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진짜 안 해본 것 없이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요. 근데 어느 순간 회의가 들더라구요. 무진장 노력했는데도 성과가 없으니까.... 그래서 한때는 아끼던 3000여권의 책도 다 헛되다는 생각에 회의가 들어서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워 주기도 했어요. 그때 깨달았죠, 그동안 내가 의식의 차원에서만 노력하고 있었다는 걸... 내 의식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무의식을 빼놓고 노력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지금은 무의식과 관련된 영역에서 배우고 공부하고 있는 거죠.”
그가 꿈꾸는 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신을 제대로 성장시킬 수 있는 공부다.
“삶에 대한 이해의 관점들을 달리하는데 도움을 준 강의들이었어요. 꿈강의에선 고혜경 선생님이 ‘6개월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봅시다’라고 하셔서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이구요, 몸을 가지고 공부했던 이재형 선생님의 강의에서도 내 몸과 오감, 호흡법 이런 것들을 통해 무의식을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배웠죠. 앞으로도 진짜 나와 조우할 수 있게 해 주는 공부를 하고 싶어요.”
일을 떠나서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꿈이 있나요?
“영혼의 안식을 꿈꾸죠. 쉬는 것과 안식은 좀 다른데, 안식은 좀 더 영적인 차원인 거죠. 보통 우리는 그 다음날 일하기 위해서 휴식을 취하는 데 그런 거 말고요, 진정한 안식을 위해서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할 수만 있다면 안식을 통해 세상을 초월하고 싶은 거죠. 사람들이 제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어떨 때는 그렇고 어떨 때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요. 하지만 ‘당신 전 보다 더 행복해졌나요?’하고 물으면 전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요. 과거의 나보다 더 행복해졌다고... 당신들의 눈에는 내가 아직도 모자라 보이고, 여전히 긴장하고 있는 듯 보이고,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듯이 보여도.... 난 지금 더 행복해졌다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 어찌 보면 무척 쉽고 단순해 보여도, 그런 그의 꿈이 내게는 무척이나 원대하게 느껴진다. 이런 그의 꿈은 인터뷰 내내 그가 예로 들었던 ‘갈매기 조나단’의 그것과 닮아 있다. 일용할 양식에 대해서라면 아무 걱정이 없는 그 항구를 자꾸 떠나려만 했던 조나단. 그가 꿈꾸었던 것은 고민 없이 이루어지는, 그런 평온한 일상의 하루하루가 아니었듯, 인간 조우석이 꿈꾸는 바도 좋은 학벌과 스펙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그런 피상적인 길은 아니었다. 공부를 해야 한다면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삶이 있다면 그 삶은 무엇으로 채워지는가, 내가 있다면 진정 나는 무엇인가...
그에게는 조나단처럼 항구를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보다 창공을 향해 날아올라야만 하는 이유가 더 많았고... 더 무거웠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이 땅을 좀 더 아름답게,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요. 현재 아쇼카 최초의 한국인 디렉터로 일하는 절친한 친구와 함께 한 10년 후에는 이런 목표점을 가지고 ‘해피 파운데이션’이라는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에요. 아쇼카재단이 했던 사업을 벤치마킹한 건데, 더 자세히 설명 드리면 이 세상을 바꿀만한 인재들을 찾아내서 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아쇼카재단은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로 불리는 빌 드레이튼에 의해 1980년 설립되었다. 이 재단은 사회적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가’가 될 인재들에게 투자를 한다. 재능을 지닌 인재를 발굴해 내고 그들은 지원하여 궁극적으로는 사람에 의한 세상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해서 아쇼카재단의 펠로우가 되는 건 어려운 검증 단계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일단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면 생활비부터 무료 컨설팅까지 파격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선발된 인재들은 보통 5년 안에 국가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하고, 변화가 쉽지 않더라도 결국 장기적으로는 변화를 선도해나가는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로 성장하게 된다.
그가 꿈꾸고 있는 미래의 프로젝트는 이렇게 담대한 스케일의 것이다. 존재 저 밑바닥에서 그는 진정으로 ‘변화’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반드시 내 손을 거쳐야 한다는 집착 따위도 없다. 내가 그런 변화를 이끌어갈 누군가를 도울 수만 있다면, 그걸로도 그는 행복할 것이기에...
여가시간에는 뭐하고 놀아요?
“이것저것... 뭐 연극도 하구요...” 연극을 직접 한다구요?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의 서울시극단 시민연극교실 2기로 참여했어요. 매주 모여서 강의도 듣고 연습도 하고 성미산마을에서 공연도 했었어요. 평소엔 워낙 책 보는 거 좋아하구요, 만화 보는 것도 좋아해요. 최근엔 칠포에서 열렸던 국제재즈페스티발에도 가보았구요. 주로 평소에 안 해봤던 것 해보는 걸 즐기는 편이에요. 태극권도 하고, 대체의학인 태극압봉도 배웠었구요... 자연에 있는 것도 좋고...”
그는 연극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공감, 소통, 유대감 그리고 낯선 삶과의 조우...”
어찌 보면 이 현실의 삶도 인간 조우석이라는 대본을 가지고 펼치는 한 편의 연극이 아니던가... 그가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다.
새들의 군무
다음은 12.10.자 경향신문 문화면에 실린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미침(狂)’은 어떤가. “공자가 말하길, 중용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얻어 함께하지
못 할 바에는 반드시 광자나 견자와 함께할 것이다. 광자는 진취적이고, 견자는 부질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子曰, 不得中行而與之, 必也狂乎. 狂者進取, 者有所不爲也).” 狂環
여기, 좀 미쳐 보이는 자들(狂者)이 있다. 그들은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날 줄 모른다.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뜻은 원대하나 아직은 지혜와 식견이 부족하다. 공자는 이런 광자를 “진취적인 인물”이라고 평했
다. 공자가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광자에게서 본 것은 ‘무한한 잠재력’이었다. 잠재력은 속에 가만히 똬
리를 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것들과의 접속, 부딪힘 속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다. 항상
미지의 것들과 온몸으로 만나고자 하는 자들에게서만 불끈불끈 싹을 틔운다. 공자는 미숙하여 좌충우
돌하는 젊음의 열정을 꽃으로 피워주고자 했다.
_ ‘광자야 나와라, 맨발이어도 괜찮아’, 최정옥
이 기사를 읽으며 난 인간 조우석을 떠올렸다. 그의 눈빛은 광자의 그것을 닮았다. 그가 꾸는 꿈은 누구보다 원대하며 자신 안의 무한한 잠재력을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가 강하게 믿고 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가만히 똬리를 튼 채 있지 않고 쉼 없이 다른 것들과 접속하며 이 세상 미지의 것들과 온몸으로 만나고자 한다. 그래서 세상과 그가 만날 때, 그 부딪힘은 불꽃을 만들어낸다. 그 불꽃이 그의 눈 안에 이글거릴 때... 그는 그렇게 광자가 된다.
새들의 군무를 본 적이 있는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새들이 창공으로 한꺼번에 날아오른다.
각기 따로 날개를 저어도 그들은 금세 무리를 이루며 군무를 춘다.
그렇게 덩어리를 이루는 듯 보여도 실상 그 안에는 그들을 제약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해서, 그들의 거침없이 날갯짓에도 무리는 항상 모양을 달리하고 형태를 달리하고 윤곽을 달리할 뿐 결코 그들을 내치지 않는다.
‘늘 나만 이상하다고 사람들이 말했다’는 조우석과 ‘다른 갈매기들은 나는 법을 배우려는 날 이해하지 못했다’는 조나단’..... 그들이 다른 날갯짓으로 윤곽을 흐트려도 그것을 군무 안에 멋지게 담아낼, 그런 세상은 없는가, 그런 창공은 없는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구분짓는 경계가 새들의 저 군무를 닮아갈 시간들은 과연 올 것인가...
“만일 우리의 우정이 시간과 공간 같은 것에 의존하는 것이라면, 마침내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했
을 때, 우리들의 형제애도 소멸되어 버리겠죠! 하지만 일단 우리가 공간을 초월하면 모든 장소가 ‘이
곳’이에요. 또 우리가 시간을 초월하게 된다면 모든 시간이 곧 ‘지금’이 되지요.”
- ‘갈매기의 꿈’ 중에서 -
모든 장소가 ‘이곳’이 되어, 모든 시간이 곧 ‘지금’인 이 순간....
내가 아는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