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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내 손을 잡아주셨다
[2022 온라인 ]시민칼럼니스트 되기 : 사적인 이야기의 반란
당신들이 내 손을 잡아주셨다
10년 동안 목에 걸려 있던 이야기가 있었다. 아니, 목까지도 끌어올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슴 깊숙이 담아놓고 절대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꾹꾹 밟아왔다.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살아온 날들의 일부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그 일들은 따돌림, 협박, 강요, 배제, 비난 등의 단편적인 단어로만 내 안에서 떠돌았다.
친구가 갑작스럽게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일이 내 인생에 커다란 변화를 가지고 왔듯, 또 한 번 커다란 파도가 밀려왔다. 지난해 말 코로나로 이십오 일 넘게 온 가족이 격리가 되고, 올해 초 시아버지의 부고를 겪었다. 감당하기 어려웠던 충격이 몸과 마음을 무너뜨리려고 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비밀을 봉인한 뚜껑이 마구 흔들렸다. 과거의 일에 묶여 있던 미움, 고통, 원망이 새어 나와, 현재의 나와 가족들에게 투사의 살을 뻗쳤다. 아이들과 남편이 사소한 실수만 해도 증오와 분노가 솟아올랐다. 과거를 꺼내어 돌아보지 않는다면 도저히 끓어오르는 화를 다스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나에게 찾아온 기회가 홍승은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이었다. 작년에 카톡으로 하루 10문장 쓰기 수업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10문장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작가님과 참여하신 분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기운을 많이 얻었다. 이번에는 매주 주제에 맞는 책을 읽으며, 책에서 만난 문장에서 시작해서 1~2장 분량의 에세이를 써보는 수업이었다.
홍승은 작가님을 믿고 어디에서도 못했던 이야기를 전부 꺼내보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총 다섯 번의 주제 중 네 번은 이미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조금도 즐겁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도, 다 쓰고 나서도 매번 눈물이 났다. 매주 책을 읽으며 글도 쓰는 과정이 살짝 버겁다고 느낀 적도 있다.
그래도 수업에서 얻은 에너지로 그다음 과제를 쓸 힘을 받았다. 대부분 홍승은 작가님의 책을 읽고 참여한 분들이었고, 수업 분위기도 너무너무 좋았다. 줌 모임과 카페 댓글로 주고받았던 격려와 공감, 응원의 피드백들을 잊을 수 없다. 그 따듯한 마음들이 내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맥락 없이 비난받거나 배제되지 않을 거라는 안전함의 감각을 선사해 주었다.
참여하신 분들의 글을 읽으며 결코 쉽지 않았을 이야기를 꺼내주신 것에 한없이 감사함을 느꼈다. 마지막 시간에 우리가 소감을 나눴듯이, 나도 이 공간에서는 '더는 비밀을 가지지 않아도 되겠다'라고, '다른 삶에 대한 상상력이 넓어지는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 안전한 집필 공동체에서 어떻게 나와 다른 분들, 세계가 연결될 수 있는지를 배웠다.
홍승은 작가님의 말처럼, 사소해 보이는 나의 경험도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을 위로할 수 있다. 자기 의심과 자책이 나를 찍어누르려 할 때마다 이번 수업을 떠올려보려고 한다. 함께해 주신 새벽님, 알마님, 희붐님, 단지네님, 민들레님, 동글님, 현서님, 커리님, 감자님, 아무님, 당근님, 옷장님, 홍하언니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당신들이 내 안의 날선 단어들을 문장으로 바꾸어 밖으로 꺼내도록 손잡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