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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로 짓는 집 : 따로 또 같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강좌를 마치고
ⓒ <관계로 짓는집 > 1강 '집의 인문학, 존재에게 집을 묻다' 강의자료 중에서
집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가장 안전하고 편해야하는 공간, 우리의 삶을 담는 그릇이던 집은 세대에 따라 다른 욕망을 투영하고, 그것을 가지지 못한 자들의 신음으로 얼룩진 공간이 되었다. 손에 쥔 것이 없는 나는 집을 꿈꿀수 없는 걸까? 마음맞는 사람끼리 집짓고 살아보자는 약속은 로망에 불과할까요? 함께산다는 것은 나의 프라이버시를 포기해야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관계로 짓는 집 : 따로 또 같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4회의 강좌를 함께 했다.
주강사인 김주원 대표는 강좌의 시작에서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라는 책의 이야기로부터 집의 본질, 특히 사회적 공간의 의미를 짚어 주었고 마지막 4강에서는 오늘 날 사적소유의 대상으로 오로지 내 집에 갇혀 있던 주거의 개념을 마을과 도시로 열어 주었다. 김주원 샘의 이야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맥락’이다. 즉, 사람과 장소, 공간, 시간, 환경 등등이 앞뒤가 맞아야 자연스럽고 어울리는 집, 바로 터무늬있는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맥락이 없거나 파괴되는 터무니 없는 집으로 채워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아파트 분양광고가 아니다. 1인가구 시대 공간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공유주거(셰어하우스)를 이야기 한 김진우 교수의 주거여정을 보니 어쩌면 내가 살아 온 집이 나의 인생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주택에 대해서는 ebs ‘건축탐구 집’에 방영되어 유명해진 새맘뜰이 소개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여백의 7~8년 전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윤원식 대표 이야기를 들으며 아마 그런 생각들을 하셨을 것 같다. "좋기는 한 것 같은데, 그 과정이 왠지 힘들고 피곤할 것 같아" 하는 생각. 밖에서 보는 느낌은 그 느낌이 정확하다. 하지만 직접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세계이다. 공동체주택은 집만 짓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 과정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하다. 힘들기도 하지만 너무나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더불어 살기 위한 관계근력을 키우는 시간. 혼자서는 힘들어도 함께라면 즐겁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을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괴테가 저런 말을 했다는데, 맞는 말이다. 시장과 자본이 지배하는 고립의 시대, 사람들은 돈 안되는 일에 관심도 없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사는 집과 주거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주거의 본질은 사라지고 ‘돈되는 집’에 대한 욕망과 상품만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어디서 누구와 살 것인가?”
생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이 질문은 점점 크게 다가온다. 사람들의 이런 불안감과 느슨한 관계지향적 주거에 대한 욕구를 시장은 외면하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실버타운이고 기업형 공유주택이다. 멋지고 다양한 공유공간에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한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거기엔 그저 비싼 주거비를 부담한 소비자들만 있을 뿐이다. 무늬만 공동체, 커뮤니티 워싱 상품이다.
공동체와 연대의 가치를 마케팅으로 이용할 수는 있어도 돈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돈 안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디서 누구와 살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오로지 나만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 내게 필요한 집을 구하는 것은 오로지 돈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던 우리에게 돈이 아닌 관계로 짓는 집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고 구원이다.
1인가구사회, 나노사회를 거부하고 사회적연대를 추구하는 독립적개인들을 만나 경청과 질문, 경험을 나누면서 조금씩 그 답을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모두 각자에게 딱 맞는 주거여정을 이어갈 수 있기를.
<관계로 짓는 집 : 따로 또 같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강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