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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시간, 매일 10문장 쓰기
[2021 챌린지] 홍승은 작가와 함께하는 하루 10문장 21일 글쓰기
>> 2021년 1~2월에 참여했던 수업인데, 직접 후기를 올릴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작년에 써둔 후기 올려봅니다.
나를 돌보는 시간, 매일 10문장 쓰기
매일 밤 11시에 홍승은 작가님이 글감을 올려주었다. 글감에 대한 안내도 있었는데, 홍은전, 버지니아 울프, 캐럴라인 냅, 이브 앤슬러의 산문과 김소연, 최진영, 허연의 시가 다정하고 때로는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왜 쓸까'라는 첫 번째 글감에서부터 '우리 사라지지 말자'라는 마지막 글감까지 어떤 날에는 따스함이, 다른 날에는 용기가 배어있었다.
홍승은 작가님도 그날의 글감에 맞추어 10문장을 올렸는데, 그의 꾸준함을 보면서 나도 매일 힘을 냈다. 처음에는 그저 잘 써보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그런데 나의 힘들고 괴로웠던 상황과 맞물려서 그랬는지, 글감들이 내 안의 고통을 어서 꺼내보라고 속삭였다. 3주 동안 구체적인 상황을 보여주듯 쓰는 연습을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나는 고통과 슬픔과 차별에 투쟁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있었다.
얼마 안 되는 10문장 같았는데 쓰고 나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어떨 때는 분노가 치밀어올라서 10문장이 훨씬 넘기도 했지만, 번호만 적당히 붙인다면 그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적어도 10문장을 써보자는 모임이니까.
주중 5개의 글을 다 쓰고 나면, 주말에는 글을 모아서 조별로 피드백을 했다. 홍승은 작가님이 올려준 피드백 예시를 떠올리며 다른 분들의 글을 읽었다. 마음에 닿는 글의 제목이나 문장을 적고, 왜 그 부분이 좋았는지와 글을 읽은 후 답장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기면 된다고 했다. 조원들과 함께 서로의 글에 대한 따스한 공감과 감사를 나누었다.
21일의 글쓰기 과정이 모두 끝난 이후에, 홍승은 작가님이 개별 피드백을 주었다. 나에게 적어 준 피드백 전문.
“내가 나여도 괜찮다”는 글 선생님의 말씀과 “나는 어머니임을 잊고 행성이 되었다”는 첫 주의 글부터 강렬하게 읽었어요. 담담해 보이는데 팔딱팔딱 살아있는 글을 읽으면 가슴이 뛰더라고요. 나비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주먹을 꽉 쥐게 되는 순간이 많았어요. 나비님 글에 녹아있는 치열한 공부(여러 책과 영화 목록)와 성찰하는 태도가 이런 감정을 부르는 것 같아요. 특히 저는 <행성이 되기까지>가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그 글을 긴 버전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 이후 이야기들은 웹진 시즌 2를 통해서 잘 읽을게요. 앞으로도 행성인 나비님의 집필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2021년 홍승은 작가님과 함께 하는 하루 10문장 21일 글쓰기 피드백 to 나비
글쓰기 수업에서 과제로 냈던 ☘ 행성이 되기까지_나비
시계가 여덟시 반에 다가가면 나는 분주해진다. 우유를 반 컵씩 두 잔에 나눠 따르고 아이들에게 건넨다. 소독기에서 따뜻해진 칫솔 두 개를 꺼내와 치약을 짜서, 하나는 첫째에게 주고 나머지 하나를 들고 둘째의 이를 닦인다.
"얘들아, 아홉 시다! 이제 자야지?"
첫째는 복슬복슬한 강아지 인형과 자동차 모형 장난감을, 둘째는 자그마한 공룡 피규어 네댓 개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어두운 방에서 부드러운 자장가를 서너 곡 같이 부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 두세 편을 읊어준다. 한 시간 남짓 너무 들뜨지 않는 정도로 놀아주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잠든다.
안방 구석 화장대 옆에 놓아둔 스탠드를 켜고 반다나 싱의 단편집 《자신이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를 펼쳤다.
책 속의 문장, "이제 알았어, 난 행성이야. 여자, 아내, 어머니 그런 거 말고."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밤, 나는 어머니임을 잊고 행성이 되었다.
홍승은 작가님은 나뿐만 아니라, 참가한 모든 분들에게 꼼꼼하고 다정한 피드백을 전했다. 글쓴이에 대해 구체적인 칭찬과 상냥한 궁금함을 건네는 그의 피드백들은 글을 놓지 말고 계속 써봐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돌아보면 매일 10문장을 쓰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10문장이었기에 주저 없이 손가락을 키보드에 얹을 수 있었고, 덕분에 10문장이 훌쩍 넘게 내 마음을 돌보아주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하루 10문장 쓰기 수업이 끝난 지 3일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행성이 되기 위해 저녁 9시만 되면 분주하다. 어제는 아이들을 재우고, 록산 게이의 《헝거》를 마저 읽었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되려는 포장 없이, 자기 안의 복잡하고 미묘하게 충돌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적었을 때 얼마나 놀라운 글이 되는지. 록산 게이의 몸과 허기에 대한 사적인 고백은 내 안의 더 깊숙한 이야기를 꺼낼 용기를 준다.
"글을 쓸 때, 자꾸 나를 의심하게 만드는 생각들이 있지요. 이건 너무 사적이야. 사소한 이야기야. 이런 게 글이 될까. 오늘은 익숙한 의심을 의심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쓰겠습니다. 내 일상과 감각과 감정에 권위를 주며 열 문장 채우기."
홍승은 작가님이 둘째 날 글감의 안내로 적어주었던 이 내용을 떠올리며, 오늘은 혼자, 10문장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