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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로 시작하여, 나에게로 집중하는 시간
한채윤 님 너무 멋있다며, 친구들과 자주 얘기하곤 한다. 물론 퀴퍼에서 선글라스를 끼시고 안전요원을 하셨던 모습도 포함되겠지만, 그런 모습과 함께 한 분야에 엄청난 깊이가 있으시고, 애써 배우시려는 모습이 한채윤님의 멋있음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너무 덕질 같습니다만, 덕질 맞습니다)
제주에 사는 사람이-그것도 서귀포에 살고 있는 사람이-, 한채윤 님의 강의를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내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나는 메일함을 정리했고,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좌소개를 보게 되었다. 한채윤, 이라는 글자가 엄청 크게 보였다. 그렇게 나는 조금의 (사실 많은) 덕질하는 마음으로 강의신청을 했다.
내가 한채윤 님을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닥친 일을 해치워야 할 때가 있다. 그렇게 한 번은 서귀포에서, 한 번은 서울에서 강의를 듣지 못했다. 그때도 물론 강의를 듣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주어진 일을 처리하느라, 라고 생각을 하며 넘겼는데, 이렇게 남은 강의를 듣고 나니, 이렇게 땅을 치며 후회할 줄은 몰랐다. 정말 이 강의 앵콜, 앵콜, 앵콜!
한채윤 님 강의가 정말 재미있다고 느끼는 이유 중 큰 부분은 아마 쉽고 그림이 그려지는 비유들을 섞어가며 강의를 이어나가시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여성에게 2차 성징이 올 때 몸의 기관들에게 ‘연락’을 한다는 표현하며 –채윤 님도 말씀하셨지만- 연락하는 제스쳐를 취한다든가 하는, 암튼 그런 것들 말이다– 이후의 것은 공식적으로 쓰기에 내가 좀 민망하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한채윤 님 강의를 특히나 더 좋아한다. 정말 웃을 수 있는 비유와 표현들이 들어있어서 더 좋아한다. 아니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랑에 대한 파트가 인상 깊었다고, 또 온라인으로 해달라고, 그러면 또 나처럼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겠다는, 그런 이야기이다.
그렇게 3강과 4강을 들었다. <나는 평생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관계의 불안을 다루는 법>이라는 주제의 4강이 난 정말 인상 깊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연애의 끝자락을 움켜쥔 친구들이 떠올라서, 그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일 것 같다. 만족 욕구에 대한 부분, 일치의 황홀함, 보살핌, 사랑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나가려는 노력, 상대에게 맞추어 내 사랑을 준다는 부분, 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후.... 할많하않.... 친구들아, 건강한 연애하자…!
물론 강의의 모든 순간이 다 좋고 도움이 되었지만 특히 꼽는 부분은, 내가 사랑 혹은 연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사랑(혹은 연애)를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요컨대, 내가 연애하는 상대와 어떤 만족감을 주고 받고 싶은지, 내가 어떤 사랑을 줄 수 있고, 어떤 사랑을 받고 싶은지 말이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연애할 때 이런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설레는 감정에 집중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어긋남이 발생하는 것 같은데, 이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등- 고민이 그 어긋남을 완화하지 않을까. 지금 당장에 답을 내릴 수 있는 질문들은 아니지만, 이후의 내게(혹은 머나먼 미래의 내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섹스와 사랑의 신비화에 대해 여러 차례 말씀하신 부분이다. 사실 섹스와 사랑(혹은 연애)도, 운동(exercise, not movement)의 근육, 관찰의 근육, 글쓰기의 근육과 같이 공부하고 애써야 늘고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내가 애써야 할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