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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배움 독서서클] 이제 돌봄과 간병은 남의 일이 아니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서울신문 탐사부)
[노년배움 독서서클] 나이 듦, 아픔과 돌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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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9일,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서울신문 탐사부)으로 독서서클 첫 모임을 가졌다.
고현종 샘이 준비한 발제문을 가지고 온라인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배교윤 시인의 ‘암 병동에서’을 같이 음미했다.
암 병동에서
배교윤
앙상한 팔뚝을 두들기던 간호원
"혈관이 약하군요"
여섯 시간의 투약
한 방울씩 떨어지는 항암 주사액을 보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방전된 몸을 본다.
옷을 입었음에도 맨몸으로 느껴지는
구겨진 생의 체면
힘내라 손잡은 딸에게 변명이 되어버린 몸
아직 끝나지 않은 계절에
나는 푸른 그림자와 서 있다.
‘구겨진 생의 체면’
‘변명이 되어 버린 몸’
‘아직 끝나지 않은 계절에 나는 푸른 그림자와 서 있다’
특히 위 문장들이 서로의 마음을 붙잡았다. 같은 시라도 다른 느낌을 나눌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발제자가 준비한 <간병은 슬픔을 사육한다>을 나눠 읽었다. 끝도 없는 간병 전쟁을 치르다가 터널이 무너지듯 사랑하는 가족들의 삶이 무너지는 간병 살인의 힘겨운 사연들은 읽으면서 목소리들이 흔들렸다. 초고령사회에 살면서 간병문제, 간병체험, 사례, 국가의 역할, 그리고 생전 장례식과 존엄 죽음, 안락사에 대해 폭넓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로하신 부모님과의 돌봄 속에서 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충만함을 느낄 수 있고 혈육의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도 많기에 돌봄이나 간병은 귀찮고 쓸모없는 힘든 일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중요한 행위임을 알 수 있었다.
치매 가족들이 환자 간병에 만 매달리다 보면 의외로 지역사회에 보호자와 환자를 위한 정보가 있음에도 도움의 기회를 놓칠 뿐아니라 보호자들이 간병에 번아웃 되기도 한다. 데이케어(주간보호시설)에 환자를 맡기는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불면, 우울, 그리고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간병의 질을 떨어진다. 독박간병으로 끝도 없는 간병에 지치면 간병살인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 있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같이 살거나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가족들이 지치면 그들은 누가 돌볼것인가? 이제 돌보는 사람들도 휴식과 쉼이 필요하다.
요양원은 시설 좋고 공기 좋은 먼 외딴곳에 모실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퇴근하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우리 동네에 가장 시설좋고 멋지게 세워지면 좋을것이다.(각 구청 옆에 세워도 좋을듯) 부모님은 산속에 사시면서 현대판 고려장이라며 서운해서 남이 알까 쉬쉬하지 않아도 되고, 자식들은 부모를 산속에 내다 버린 듯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것이다.
요즘 시골에 모텔이 파산하면서 그 자리에 요양원으로 바뀐 곳을 볼 때 요양에 합당한 구조와 시설로 바뀌지 않고 기존 시설를 그대로 사용하여 마치 감옥같은 모습은 문제이다. 요양원은 품위 있는 마지막 삶의 장소가 되어야 자식들도 마음이 놓일것이다. 사업에 눈이 먼 업자들의 농간에 복지 공무원들이 봐 주기식으로 허가를 하면 안된다. 우리도 내 일이 아니라고 고개 돌릴 일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들이 갈 곳이기 때문이다.
스위스나 미국의 오레곤주에 합법적으로 승인된 안락사 제도가 있지만 어떻게, 어떤식으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문제보다는 왜? 무엇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안락사는 '존엄한 죽음을 어떻게 맞이 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연명치료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도 있었다. '연명치료 거부 사전 의향서' 제도가 마치 유행처럼 되어져 있지만, 의식이 있을때 환자와 가족이 충분히 상의 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막상 부모님의 깊은 병환을 보면서 고통스럽게 연명하는것과 고통을 줄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는 모습에서 가족 갈등은 심화된다. 환자 본인이 연명치료 거부 사전 의향서를 작성했음에도 자식들에 의해 30%는 막판에 다시 뒤집는 결정을 함을 알게 되었다.
죽음이 우리 주위를 서성인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죽음은 바람처럼 올 수 있기에 사전에 유언장도 작성해봄으로 두렵지 않게 죽음을 준비하며 하루를 충만하게 사는 삶도 필요하다. 맑은 정신으로 곡기를 끊을 날이 언제 나에게 있을지 모르겠다.
사회적으로 간병, 돌봄, 요양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 시대가 초고령사회로 변하고 있는 만큼 각 지자체에서도 사고의 발상이 전환되어 여전히 ing로 진행되고 있는 ‘간병살인’을 막기 위한 간병가족들의 자기돌봄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지지그룹 모임 활성화, 간병가족을 위한 경제적 지원, 지역사회의 도움 확대 등 우리 사회가 보듬어 가야 할 간병 가족들에 대한 문제점과 사례 그리고 사회 현실에 대한 폭넓고 다양하고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은 어떤식으로든 누군가를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100%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불면증과 우울 그리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나 혼자 버티면 될 것 같아 시작한 독박 간병이 경제적으로 살림은 쪼그라들고, 아픈 자식을 거뜬히 들던 내 몸도 버거워지고, 치매에 걸린 아내의 우악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에 마음이 지쳐서 이제 더 이상 서로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루비콘 강을 건넌 수많은 사연을 읽으며 어쩌면 '간병살인'은 우리와는 무관해 보이는 무겁고 불편한 주제이지만, 이제는 간병과 돌봄이 남의 일이 아닌 시기임을 알게 되었다.
- 노년배움서클 회원 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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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년을 위한 배움의 공동체 서클'을 소개합니다!
2015년 봄, 느티나무에서는 <푸른 시니어학교 - 새로운 노년 시대를 만들자>를 시작했습니다. 그후 매 학기 참여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2017년 이 서클을 만들었습니다. 줄여서 노년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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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톨스토이)
고령화와 가족해체 속에서 홀로 맞이해야 하는 길어진 노년의 삶.
우리가 바라는 존엄한 노년은 무엇이며,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매월 정해진 책을 읽고 온라인(밴드)에서 자신의 생각과 질문을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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