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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후기] 11/10 플루토크라시, 메리토크라시 그리고 공정성 (2주차 - 메리토크라시)
공정성은 현대사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이에 대한 관심은 결국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무슨 기회가 제공되는가?’에 대한 집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정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우리 사회 속 경쟁이 치열해지며 공정성 논란은 더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2020년 올해만하더라도 인천공항공사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 교통공사 비정규직 전환 논란 등 수많은 공정성 관련 갈등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근본적으로 공정한 기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번 주차 수업은 공정성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능력주의가 과연 공정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분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살펴보며 이번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능력과 노력에 따른 차등적 분배가 공정하다고 여기며, 필요에 의한 분배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경쟁의 부작용을 인정하지만, 경쟁의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성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러한 분배 형식을 띠고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 속 경쟁의 기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개인의 노력보다 가정환경, 인맥 등의 외적 요인이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며, 외적 요인으로부터 자유로운 평가 기준을 열망합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메리토크라시가 우리 사회에 대두되었습니다.
메리토크라시(혹은 능력주의)는 사회적 재화를 능력에 따라 사람들에게 할당하자는 발상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사상은 개인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사회가 아닌 전적으로 개인에게 돌림으로써 능력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정당화합니다. 메리토크라시를 처음 언급한 마이클 영(Michael Young)은 이를 비판과 경계의 대상으로 설정하였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찬사 혹은 분배에 있어 공정한 기준으로써 이해되고 있습니다.
개인이 가진 능력에 따라 재화를 분배한다는 명제는 얼핏 들었을 때 굉장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생각 역시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업을 들으며 능력주의 이면에 담긴 불평등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 사회의 엘리트들이 인적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자녀들에게 대물림함으로써, 엘리트들은 소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엘리트들의 자녀들은 어린 나이부터 다양한 고품질의 교육을 접하고, 부모들의 뛰어난 재능을 물려받음으로써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합니다. 이들이 미래의 엘리트가 됨으로써 현대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고착화됩니다. 즉, 공정성의 잣대로 등장한 메리토크라시의 능력 역시 사회경제적 선에 있어 불공정하게 시작되었으며, 분배에 있어 공정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업 중 김만권 교수님께서 말씀한 것처럼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재화나 권력을 받을 자격이 다른 이들에 비해 덜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능력에 따른 차등분배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분배에 있어 충돌하는 주요 두 명제에 대해 고민하며 우리 사회의 발전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배 기준이 요구되는지, 메리토크라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는 수업이었습니다.
모두 함께 분배의 공정한 기준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성찰한다면 더욱 더 뜻깊은 수업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자원활동가 양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