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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더 넓어질 수 있었던 집필 공동체를 만나다_나비
39살, 40대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살 나이 더 먹는 게 별거냐’ 싶으면서도, 왠지 40대라는 숫자가 올 초부터 나에게 묵직한 기운을 전하고 있었다. 그 기운은 나에게 ‘40대를 어떻게 살아내고 싶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라는 질문으로 늘 내 머리 속을 따라다녔다.
그러다 “시민칼럼니스트되기_사적인이야기의반란?” 뭐지? 일하는 나를 위한 역량강화로 글쓰기 교육을 찾다 우연히 만났다. 한참동안 많은 정보를 찾았는데 나는 뭐에 홀린 듯 월요일 저녁 9시30분까지 그것도 6주 동안이나 한다는 이 교육을 신청하고 있었다. 그런 뒤에 신랑에게 교육을 가도 될지 물었다. 고맙게도 당연히 가도 된다고, 신청하라는 신랑의 답이 왔다. 아들에게는 잘 설명하는 걸로 하고, 입금까지 완료!
이제와 말이지만 신청은 번개처럼 했어도, 들쑥날쑥한 코로나 상황과 워킹맘인 나의 피로함은 내 삶터와의 먼 거리, 월요일 저녁 7시, 매주 한 권의 책과 글쓰기 과제까지 교육을 시작하는 그날까지도 취소해도 될 것 같은 나의 당위, 이유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시작을 앞두고 했던 나의 걱정은 무색했다. 한 번의 빠짐없는 출석, 부족하지만 꾸준한 글쓰기, 중간에 반짝했던 뒷풀이까지 모두 충만하게 누리는 나였으니까 말이다. 하하^^
내 경험이 되기 전까지는 ‘집필 공동체가 참 좋구나.’라고 머리로 이해했다. 6주가 지난 지금의 나는 가족, 노동, 몸, 섹슈얼리티, 차별, 타자성이라는 다양한 주제의 책도 읽고, 나의 글을 나누고 합평, 퇴고해보는 집필공동체를 쉼과 에너지, 충만함 그 자체였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11시가 다 되는 시간이었지만, 나는 이제껏 내가 알고 만난 세상보다 한 뼘 더 넓어질 수 있었던 집필 공동체의 살아있는 대화, 삶의 이야기에 감동하고 울고 웃었던 감정들을 시시콜콜 신랑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2021년을 맞이하는 나의 40대는 삶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꺼내어보고, 상상하는 글쓰기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존재로서 귀한 “생명”과의 공존, 삶을 옹호하는 글쓰기를 궁리 중이다. 오늘보다 조금 더 민감하게, 확장된 관점으로 살아내고 싶다. 내가 만나는 사회적으로 약자라고, 소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옹호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더해보고 싶어졌다. 뭔가 공허할 것 같았던, 나의 40대 인생이 기대된다. 참 다행이다.
# 따뜻한 집필 공동체의 힘을 안내하고 이끌어주신 홍승은 작가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제가 존재하는 세상의 원, 여기 저기 넓혀주신 집필 공동체 구성원 모두는 사랑입니다.^^ 지금은 삐죽삐죽한 세상이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겠지요? 덕분에 점점 둥글둥글, 확장되는 원을 그려가겠습니다. 귀한 인연이 다시 이어지는 그날 만날 수 있기를요.
# 매 순간 말랑말랑해지는 제 마음과 표정은 환대와 위트로 가득 채운 디디님(교육 담당자)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