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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생명을 가지는가?
아래 은주님의 글을 읽다보니
값진 수업의 거의 절반을 빼먹고 만 아쉬움이 더 커집니다.
예기치못하게 오른쪽 발을 수술하게 되어 꼼짝없이 그간 집에 묶여 있었습니다.
며칠전부터 260cm짜리 형부 운동화를 질질 끌면서 좀 걸어다닌답니다.
4,5강 그리고 새롭게 배운 점과 의문들을 나누는 흥미로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해,
어떤 얘기들이 오고갔을지 짐작조차 못하겠지만
저도 개인적 감상(?) 이나 후기를 끄적여야
하다만 서포터즈의 역할을 어떻게든 수습할수 있지 않을까 싶은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 도서관에서 읽은 <헌법논쟁: 민주주의 대 입헌주의>(하세베야스코,스기타아쓰시)라는 책에서는
"정부활동의 필요성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것, 따라서 어떤 형태로 '국가라는 것이 존재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집단적 행동이 헌법이라는 것이 되므로, 소위 관습이나 자생적 질서에 오히려 가깝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헌법의 근거는 사회계약이 아니며 설립행위가 있고나서 만들어지는 주식회사의 정관과 비슷하다는 설명을 하면서
나온 주장인데요.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현실에서 결과는 사회계약론자들의 논법이 갖는 효과와 결국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느꼈습니다.
'동의'라는 개념을 전제함으로써 우리가 헌법이라는 국가의 기초를 근거짓는 과정 또는 그 결과에 참여했다는 의식(착각), 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말입니다. 실제 그 행위를 했건 그렇지 않건 간에요. 사회계약론은 이젠 낡은 언어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이 근대 국민국가의 이론적 토대였다는 점을 잊지않는다면 현재 우리는 그 관념의 영향권 안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촛불시위때 ( 저를 포함한)국민들의 외침이
그것이 표방한 '주권'의 귀속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든, 정치권력의 제한이라는 입헌주의에 강렬하게 호소하기위해서든, 대한민국 헌법의 권위나 그 정통성을 깊이 인정해서이든 이유가 뭐든간에 (이 헌법이 그 국가의 헌법으로서 타당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떠나) 단지 그 사실(이 국가의 민주적 근거)을 헌법이 규정하고 있고 나는 그것에 동의한다는 무언의 전제가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는 점은 분명한것 같습니다.
어떤 정부의 부당한 권력행사에 문제제기하는 군중의 목소리가 헌법을 그 틀로 삼는다는 것은 그래서 사실은 놀라운게 아닐지 모릅니다. 헌법이 정치질서의 기본원칙을 넘어서 일정한 수준의 정치적 이상까지 담고있다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이는 어쩌면 헌법의 존재가치를 무시할수 없다는 걸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또다른 문제는 그것이 헌법상의 기관으로서 주권자로서 국민이 무슨 어떤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를 제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역사의 어느 순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정치무대에 관여하는 혁명의 와중에는 파헌적인 내용과 행위들로 급격하게 비약할테지만요.)
혁명사와 함께 훑은 1~4강까지의 강의에서
쟁점을 못찾고 않고 계속 언저리만 맴도는 의문들이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헌법이 그 자체로 생명을 갖는 순간은, 혁명적인 격동의 정치적 순간 건국의 상징이나 그 과정의 결실로서 맺어지는 순간일텐데, 다음다음 세대로 이어져오면서 그 헌법의 생명과 그 가치는 어떻게 위축되었는가라는 점입니다. (이 측면에서 소비에트 헌법과 서구헌법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것 같네요) 더불어 헌법제정과정에 참여하지않은 후대는 무엇을 근거로 헌법의 정당성을 논할 수 있겠는가라는 점입니다. 물론 그 점은 교수님께서도 강의에서 지적하셨듯이 정당한 국가체제의 형성과정과도 맞닿아있겠지만요.
그렇다면 (사회)혁명와중에 형성된 헌법은 정당하고, 그렇지 않은 헌법은 한계를 갖는가 그것은 국민들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혁명의 주체가 어느 계급이었는가에 따라, 그것에서 소외된 이들에게는 사실 강요된 헌법이 아니겠는가?
......
사실 이번 강좌도(두번째 강좌입니다) 지식을 얻는다기 보다, 문제의식을 옆으로 넓히고 풍부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재미가 큰것 같습니다.
더 끄적거리고 싶은 건 많지만
뭐 정리가 안되네요^^
혁명..헌법
리영희 선생님이 생전에 어느 강연에서 하셨다는 말씀이, 진보의 신념과 역사의식을 의심하게 만드는 지금시대라
더욱 가슴에 내리꽂힙니다.
"역사는 이뤄진 열매 위에 또 하나의 큰 열매가 열리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신을 늦추면 언제든지 역전되는 것이다"
발 수술 경과는 좋으신지요?
날이 추우면 발의 근육이 긴장할 수 있으니까 잘 돌봐주세요.
몸도 불편하신데 불구하고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마워요.
독서량이 많으신 유리씨, 새해에도 더욱 폭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눈, 발전시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