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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 가능할까요?
낚이셨군요?
아, 저기, 서포터즈란 이름 의식하는 거 별로 좋지 않네요!
성격상 극복해야 할 게 많고,,, 하지만 뭐 삼 주 남았을 뿐이잖아요?! 하면서
제목과는 상관없이 잡담으로 풀어낸 책 소개글입니다.
지난 시간 살짝 이야기했던 바로 그 책.
루소에서 시작해서 나폴레옹의 쿠데타로 끝나는, 프랑스혁명 이야기.
제목은 혁명 만세
저자는 마크 스틸
먼저 뒷표지글부터 옮깁니다.
파업투쟁이나 시위에 한번이라도 참여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지배권력에 도전하는 사건들의 경우, 바로 그 다음날에도 심각하게 왜곡된다는 것을,
대혁명관련자들이 근본부터 썩었다는 편견을 일단 걷어내고 나면, 완전히 색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프랑스대혁명이 졸지에, 오늘날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둔갑하는 것이다. 우리와 너무 비슷한 보통사람들이 너무나 보통스럽지 않은 대장정에 몸을 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혁명은 우리 시대를 보여주는 지침서이자 영감의 원천으로서 주목해볼 만한 가치를 지닌다. 게다가 대혁명 이야기는 완전 흥미진진하고 진짜 강렬하다.
머리말에서 추출한 (뒷표지글인~)윗문장들에서 한 가지를 짐작할 수 있는데요,
이 세상의 어딘가에서는 프랑스혁명을 "근본부터 썩은" 사람들이 벌려놓은 천하에 몹쓸 사건으로 폄하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제 학창시절처럼 암기해야만 하는 역사 정보- 프랑스혁명, 1789-로 존재할 뿐인 경우도 있고요.^^;;
이 책은 프랑스혁명 이야기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그려냅니다.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그의 관심사는 혁명이론에 있지 않고, 그 혁명속에 몸을 담았던 인간들의 이야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이력이 참 재미난데요, 코미디언이랍니다.
그가 소개하는 로베스 피에르 이야기 한 대목 따옵니다.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아 로베스피에르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맡겨지든 철저하게 집중해서 헌신적으로 해치우는 인물로 보인다. 그는 아마도 새벽 1시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하는 인물일 거다.
"회합일을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옮기는 게 정치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당신이 아직 절감하지 못하시는 듯해서 이렇게 전화를 드렸네요."
이런 인물을 결혼식에 초대하면 틀림없이 이런 얘기를 꺼낸다.
"옳지, 잘 됐네. 테리가 저기 있군. 테리한테 꼭 총무를 맡겨야 하거든. 잘 됐군, 잘 됐어." 그랬다가 테리가 이렇게 따지면 멍한 얼굴로 무슨 영문인가 할 거다. "지금 왜 이러나, 로베스피에르? 나 말이야. 10분 있다 결혼해야 하거든?"
무척이나 수다스럽게, 그 시대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현대의 언어로 번역해내는 이런 책이 가능했던 건
그가 코미디언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정말이지, 코미디언이란 놀라운 인종이지만, 그만큼 뛰어난 코미디란 대단히 드문 것 같습니다. 얼마전 만난 영화 몬티파이튼 시리즈에 뒤이어, 영국 코미디의 감수성과 상상력에 여러 번 놀랍니다. 아니, 몬티파이튼에서 마크 스틸로 넘어오는 이런 전개가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잘 아시는 분들이 본다면 상당히 이상해 보일지도!
다시, 돌아가, 지금껏 프랑스혁명에 괴수들의 반란과 같은 이미지를 입혀온 역사학자들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애당초 마크 스틸은 그런 시각을 한 꺼풀이 벗겨내보자,고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만한 대중서로서 프랑스혁명의 파란만장을 풀어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군데군데 배어있는 왕실 풍자의 요소들은 때로는 이거 영국인들만 알아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지만, 영국의 '좌파코미디언(약력표기에 따르면)'으로서 프랑스혁명을 다룬다면 불가피했을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지금 막, 약력을 다시 읽어보니, 혁명 6부작이 꽤 유명하다고 하네요. 국내에는 더 번역된 바 없는듯한데요. 시종일관 수다로 사람을 웃기다가 다음과 같은 멋들어진 한마디로 마음을 다잡게 만들기도 합니다.
왕은 약하지 않았다. 약해진 것이다. 대부분의 혁명가들도 원래 평범했으나, 비범해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타협을 누구나 바랬지만, 단지 불가능해진 것이다.
역사의 작은 정보들도 풍부해서, 책을 읽는 잔재미도 쏠쏠합니다.
공회에 참석한 정파는 지롱드, 몽타냐(산악파) 그리고 그르누이 데 라 마레 등 셋이었다. (중략) 지롱드파는 지롱드 지역의 이름에서 유래했고, 몽타냐는 자코뱅, 코르들리에 두 클럽의 과격파들(당통, 로베스피에르, 마라 등)이 모인 정파로서, 공회 자리에서 늘 제일 높은 자리에 앉곤 하던 습성 때문에 '산악파'라는 뜻의 몽타냐로 불리게 된 것이다. (중략)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 산악파들은 높은 데 앉았을 뿐만 아니라 늘 건물의 왼쪽에 앉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들은 오늘날 정치적 입작을 가리킬 때 쓰는 '좌파'(및 '우파')의 어원이 되었다. 이 건물의 성격은, 1400여명의 시민들이 공회의 토론을 일상적으로 지켜볼 수 있도록 한 방청석을 설치하자고 했던 로베스피에르의 의견이 실현된 데서 재확인되었다.
여기에, 종종 오버랩되는 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그의 시위 참여기입니다. 인문학과 코미디를 접목하는 데 관심을 둔 이 인물이, 과연 얼마나 진짜배기인지, 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사실 여러분들께 권해드리는 데도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그닥 눈이 좋지 않은데다, 안경도 훌러덩훌러덩 벗겨지곤 하는 편이라...
용기를 낸 만큼, 충분히 이 책을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도서관에서 잠깐이라도 들여다볼 맘 생기셨다면 대성공..!
저는 낚였습니다.ㅋ
예전에 내부 논쟁으로 진이 빠져있을때, 누군가에게 들었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그는 항상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고민만을 가져갔다'
그것이 로베스피에르의 마라와의 차이점이고
마라가 문제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능력에서 훨씬 뛰어났지만 현실적인 추진력이 로베스피에르에게서 나온 이유라고요..
프랑스 혁명기에 각 세력과 경향을 대표하는 인물들과 그 캐릭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1983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흑백영화 <당통>도 볼만하다던데요.
그리고 최갑수 선생님이 추천하셨던 책 <핀란드 역까지>. 프랑스 혁명 이후 미슐레, 르낭, 떼느, 아나톨 프랑스, 바뵈프, 생시몽, 푸리에, 오웬, 마르크스, 엥겔스, 라쌀, 바쿠닌, 레닌, 트로츠키 등 사회주의 혁명가들의 사상 그리고 역사를 이렇게 쉽게 재밌게 쓴 책 별로 못봤습니다.
전 <인물로 본 혁명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재출간 된 걸 갖고있는데,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87년판 이 책의 표지를 우연히 발견했어요. 덜 세련됬지만 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