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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1강을 듣다
1강의 제목은, 21세기 진보의 재구성.
강의는 김동춘 교수님께서 맡아주셨다. 그의 글을 여러 지면에서 접하며 재미있게 읽었었으나 실제로 대면하는 건 이번이 처음. 오호, 글만큼이나 강의도 재미나게 하시는구나.
예전에는 자신이 진보 쪽의 소장학자였다는 농담을 던지시며 1시간 남짓 풀어놓는 얘기에 넋을 잃고 집중해서 들었다.
진보와 보수에 대해 일반인들이 느끼는 헷갈림, 불명확함 등이 결국 다 이유가 있는 거였다. 어떤 하나의 가치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진보의 것이다가도 보수의 것으로 바뀔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민족이라는 개념이며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진보의 가치이지만 서구에서는 파시스트에 가까운 극우의 가치다. 더 나아가 노동조합만 하더라도 그들은 분명 진보 진영에서 나고 자란 적자임에도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기업의 이익을 곧 자신들의 이익으로 자처하며 다른 진보적 가치들을 억압할 때, 그들은 보수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 무엇도 절대적이고 영원할 수는 없는 법.
결국 현 시점에서 이 땅의 문제들을 직면하는 과정과 태도에서 진보와 보수가 나뉘는 것이다. 자본의 전면적이고도 광범위한 공세에 아무런 방패막이도 없이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현 시점에서 진보란 ‘상품화에 대한 거부’와 ‘보편적인 삶의 질을 위한 노력’ 등이 되겠다. 그리고 시장보다는 사회에 맡기는 경제정책이 진보가 이루어내야 하는 유형의 가치일 것이다.
강의 내내 복잡하던 생각이 정리되고 보수와 진보의 역사적 흐름에 대한 대략적 맥락까지 잡히니 속이 다 후련하다. 그리고 아무리 공부해도 끝도 한도 없는 게 공부란 생각에 잠시 그동안 게을리했던 시간들을 반성하기도 했다.
김동춘 교수님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진보는 이거다. ‘즐거운 노동’!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원치 않는 노동에 삶의 대부분을 희생하며 살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이게 지금 제일 큰 문제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즐거운 일을 하며 보낼 수 있는 그런 세상. 그것이 진보가 이루어내야 할 궁극의 가치임에 격하게 공감한다.
엘리트중심(핵생운동)으로 흘러왔던 한국의 진보세력 그리고 그 세력들만이 판치고 있는 지금의 진보정치. 미래엔 그들을 대신할 대중진보정치세력이 등장해야함을 역설하는 강의를 들으며, 그리고 그런 세력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분단현실이 평화적으로 극복되어야한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그렇다면 물질적 성장과 생산성 향상의 문제는 보수와 진보 중 어느 것의 가치인지를 고민하며, 이 복잡다단한 마음을 가지고 안철수의 대선 출마선언이나 보러 가야겠다.
전철안에서 두번 세번 그날 강의자료를 다시 보았습니다.
현실 진보의 격이 땅에 떨어졌는지 모르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을 수는 없군요.
왜냐... 이 사회에 고통의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 그걸 무시하고 눈감고 살 수는 없잖아요.
나와 분리된 일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