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소식 l ※ 광고성 게시나 게시판 도배, 저작권 침해 게시글은 삭제됩니다.
스물두번째┃다정한 역사 선생님, 주진오
- 주진오1.jpg [File Size:280.2KB]
- 주진오2.jpg [File Size:248.7KB]
- 크기변환_DSC_0449.JPG [File Size:98.7KB]
- 크기변환_DSC_0368.JPG [File Size:53.3KB]
느티나무 백인보 스물두번째 - 주진오 교수
인터뷰 · 글 : 박상규(백인보 기자)
다정한 역사 선생님, 주진오
1964년, TBC 방송국 공개홀.
올망졸망 어린이 합창단원들이 노래하고 있다.
맑은 목소리가 하나되어 하모니를 만든다.
미성의 보이소프라노, 제1기 TBC 전속 어린이 합창단원.
주진오 어린이가 보인다.
1973년, mbc 문화방송 스튜디오
그 해 시작되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장학퀴즈. 녹화중이다.
이번 주 장원은 중앙고 2학년 학생이다.
차인태 아나운서가 소감을 묻는다.
주진오 학생. 장래희망이 뭔가요?
"꿋꿋한 역사의식을 지닌 역사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2012년 여름 밤
연구실 불을 끄고 퇴근길을 나선다.
캄캄한 계단.
학교는 방학이라 더욱 조용하다
50대 중반 역사학자, 교수.
바쁘게 지나온 시간들.
내가 바라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
내 역사는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
@2012.07.05 상명대학교 주진오 교수
역사, 사람을 만나는 학문
역사 공부하며 느꼈습니다.
사람들의 삶이 그 안에 있습니다.
알아 주지 않아도 묵묵히 살아간 사람.
변절한 사람.
역사는 사람이 만들고, 사건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죽음이 두렵고, 명예를 얻고 싶고, 돈 많이 벌고 싶은 똑같은 사람입니다.
우리 삶이 하루 하루 변화를 겪는 것 처럼,
그들도 고민하고 선택하며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역사가 바로 답해주지 않지만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
역사관 인생관 가치관을 갖게 합니다.
살다보면 우리도 역사가 됩니다.
사람은 고민하고 실패하고 헤메기도 합니다.
역사 속 인물은 박제된 인형이 아니라,
뜨거운 피가 흐르던 생명입니다.
역동적인 삶을 살며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은것처럼
내 삶도 역사가 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 인생 결과를 미리 알 수 없지만
다른 삶을 보며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선택의 순간, 방향을 알려줍니다.
이것이 역사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현재 유명인사 고위층만 역사에 기록되는게 아닙니다
지금 평범하게 살고 있는 우리도,
앞으로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역사에 기록 되겠어? 라는 생각을 버리고
"역사에 남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 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도 역사의 주체다
내 방식으로 세상을 바꿀수 있다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 내 역사가 끝난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 인생이 끝난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처음 역사학자의 길에 들어서며, 역사의 대중화에 관해 고민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할 무렵, 프랑스 역사학자 쟝 셰노의 책을 번역하면서
[실천을 위한 역사학]이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저자는 "역사학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실천적 학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책은 내 역사학자로서의 인생에 평생 지침이 되었습니다.
사범대학을 나온 것도, 사범대학 교수도 아닌 심지어 교사 자격증마저 없는 내가
역사교과서 집필에 나서게 된 이유도 실천적 역사학과 관련 있습니다.
검정 교과서. 대표집필 제안을 받았을 때,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여 망설이다가.
많은 사람이 공부하는 고등학교 교과서야말로,
중요한 대중서가 될 수 있는게 아닌가? 라 생각해 참여했습니다
학계에서는, 교과서 저자를 특별히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논문을 많이 써야 대우받습니다.
교과서 저술에 쏟는 시간과 정성이면, 논문 여러편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논문 많이 쓰는 학자는 교과서 안 합니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ㅎㅎ.
재미 있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역사 의식을 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바랬습니다.
역사 수업이 인기 없는 까닭은
왜 배워야 하는지 뚜렷한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입시 위한 암기가 아니라,
문제 의식을 갖는 첫 걸음이 되고자 했습니다.
통일되면 살기 어려워진다?
젊은 세대는 실용적으로 역사를 바라봅니다.
삶이 만만치 않은 요즘은 더 그렇습니다.
오천년. 민족사 흐름속에, 분단 60여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통일되면, 북을 돕느라 남쪽이 힘들어 진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분단이 주고 있는 피해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대결과 긴장에 따른 손실도 계산해야 합니다.
통일 비용은 발생하겠지만,
남북이 나뉘어 생기는 분단 비용은 사라지게 됩니다.
통일은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북 모두를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독립운동하느라 집안 망하고
가족이 고통 겪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 학생들 가운데는 그 분들이 훌륭한 분들이지만
현실적으로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말할 수 있습니다.
편히 살 수 있었을텐데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런 선택을 하게된 이유와 배경이 궁금해 집니다.
그 입장을 생각해 보는게 역사 공부입니다.
@2012.07.05 상명대학교 주진오 교수실
슬프고 아파도 우리 역사
화려하고 영광스런것 뿐 아니라.
부끄럽고 지우고 싶은 역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 속에서도 사람들은 노력했습니다.
저항하지 않고 당하기만 한 건 아니지만
부족하고 못나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쳐다봐야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걸 배워야 다시 안 당할 수 있습니다.
영광뿐 아니라. 잘못을 통해서도 깨닫습니다.
친일 청산도 같은 맥락입니다.
잘못된 과거를 매듭짓지 못하면
친중 친미 친러 등
민족을 버리고 외세의 앞잡이로 살아가는 일이
부끄러움과 두려움 없이 반복될 것 입니다.
민족을 팔면 역사의 단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영원히 역사의 죄인이 됨을 알아야 합니다.
친일파 대부분은 죽었습니다.
친일 문제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 후손을 망신주고 매장시키려게 아닙니다.
민족을 배신한 범죄는
역사의 심판에 시효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정의가 인정 받지 못하고, 배신이 단죄되지 않는다면
친일은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 될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와 친해 지기
영화 다큐 드라마 책 등 자기가 좋아하는 매체를 통해
역사와 자주 접하기를 권합니다.
가능하면 원사료를 보면 좋습니다.
조선왕조실록 고려사 삼국사기도 우리말로 번역되고 쉽게 쓰여진 게 많습니다.
특히 일기 형식은 그들의 삶이 아주 가깝게 느껴집니다.
흐름을 이해하는 건 중요합니다.
그 시대 상황, 역학 관계, 인물 정보를 통해 흐름을 알게 되면
역사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2012.07.05 그의 교수실에는 같은 듯 다른 캐리커쳐가 놓여 있었다.
느티나무
개혁과 진보를 얘기하는 사람은 외로울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모임에서 소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느티나무를 통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든든해지고 자신감도 생깁니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많다는 건 힘이 됩니다.
수업을 함께한 분들과 서로 알고 지내고 싶습니다.
일방적 지식전달이 아니라 같이 나누는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시민강좌는 다양한 연령 직업 대상이기에 힘들때도 있지만
그 만큼 저도 많이 배우고 에너지를 얻습니다.
보람된 시간입니다.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이야기가 재미 있었습니다.
동화책보다 위인전을 더 좋아했습니다.
중2때 부터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와보니 기대와 달랐습니다.
과거로서의 역사만 가르쳐 주었습니다. 고등학교 국사 시간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역사의식을 키우는 수업이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공부가 재미 없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역사학과였지만 대학교 1.2학년때 전공 공부를 소홀히 했습니다.
장발을 하고, 학과생활보다 고전음악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교내 음악감상실 DJ를 하기도 했지요. ㅎㅎ
어느 날 지도교수님 면담시간이었습니다.
저에 대해 물어 보셨습니다.
"영화 문학에 관심 많습니다. 고교시절 문예반도 했었고요.
음악도 좋아해서 동아리 활동 하고 클래식 감상실 DJ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 드렸더니.
" 자네같은 학생이 무슨 역사 공부를 하나? 자네같은 학생은 역사학자가 될 수 없네.
역사 공부와 다른 관심중에서 하나를 포기하게" 라고 말하셨습니다.
사실 평생을 역사 연구밖에 모르고 살아오신 그 분으로서는 당연한 말씀이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선생님이 보기에 일반 학생과 다르고…
저 학생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애일까?
의식 있는 근대 사학자의 모습이 아니다" 라 생각하시겠지만
역사는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준과 시선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판단했습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공부하겠어" 라고 마음먹고 공부하였습니다.
다르다는 말을 들어도, 외로워도 당당하게 헤쳐 나갔습니다.
몇 년 후
운좋게 서른살에 교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TV 다큐 출연 요청이 왔습니다.
당시는 학자가 방송에 나가는 것은 금기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TV야말로 중요한 역사의 대중화 작업이라 생각하여 출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 방송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젊은 교수가 역사를 이야기처럼 쉽게 말해주니
재미있고 참신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출연 요청이 많아 졌습니다.
그 때 신중하게 결정하였습니다.
역사 전문성이 필요치 않으면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인기를 쫓는역사학자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런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2012.07.05 백인보 기자단 박상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나을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못되었지?" 라고
더 많은 걸 바란 적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하면 행복할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걸 소유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갖고 있는 걸 소중히 여겨야 행복하다" 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생을 돌아 볼 때 저는 정말 많이 받은 사람입니다.
도대체 내가 무엇이라고, 이같이 많은 것들을 주셨을까?
항상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재능을 나누고 싶습니다.
무언가 줄 수 있다는건 행복한 일입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합니다.
훗날 누군가 나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늘 바쁘게 열심히 살았던 역사학자"
라고 불리워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끝 "
똥묻은 곰님의 백인보는 향기가 나는데...별명을 바꿔야 하지 않을 까요?
주진오선생님을 떠올리면 늘 넉넉하게 웃고 계신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세상살이 부침에는 신경쓰지 않는... '역사학자'의 품격을 참 그대로 보여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찍이 교수가 되어 오래 강의하셨지만^^ 앞으로도 그 여유와 품격으로 생환하는 역사강의 많이 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전보임올림
12월 대선을 앞둔 지금,
그동안 역사 바로알기를 소홀히 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친일의 역사, 독재의 역사 등.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했던가요?
지금이라도 더 많은 시민들이 이러한 역사 공부를 통해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고 볼 수 있는 실력을 기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선생님, 앞으로도 좋은 강의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