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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전문가와 함께하는 나라살림 흥망사] 2강 세계 제국의 흥망은 어떤 비밀이 있을까?
이번 주에 흥망사 강의는 세계 제국들의 흥망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열 분정도 참여해주셨고 정창수 소장님의 여지없이 유쾌하고 밀도 있는 강의 덕분에 저나 다른 분들 모드 정신없이 수업에 몰입했던 것 같습니다. 가면 갈수록 더 많은 것을 깊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서 다음 주 강의는 더더욱 기대 됩니다.
[예산전문가와 함께하는 나라살림 흥망사] 1강 고대문명의 흥망은 어떻게 달랐을까. 다시보기(클릭) >>
여러분들은 캐번디시 바나나를 아시나요? 현재 우리들이 먹고 있는 단 한 종의 바나나라고 합니다. 과거 1960년대 미국에 바나나 붐이 일어났을 때 그로미쉘이라는 품종이 맛도 좋고 단단하여 중남미의 흔히 바나나 공화국이라 일컫는 다섯 나라들은 모두 그로미쉘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바나나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퍼지게 되었고 결국 모조리 그로미쉘로 채워진 바나나 생태계는 멸종위기에 이릅니다. 다행히도 캐번디시라는 품종을 개발하여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또 모릅니다. 언제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나서 바나나를 멸종으로 이끌지요.
이 이야기와 흥망사 강의에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그 답은 바로 다양성에 있습니다. 바나나의 경우에 종 다양성이 멸종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세계 역사에서도 이 다양성이 흥망을 좌지우지 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대부분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나라들은 오랫동안 제국을 유지할 수도 제국으로 발전할 수도 없었습니다. 폐쇄적인 순혈 주의가 환경 변화에 취약한 까닭이지요. 미국을 성장시킨 원동력 역시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번 강의는 바로 이 다양성을 중점으로 흥망을 살펴봤습니다.
가장 먼저 로마 제국을 보면 로마의 경우 포용성과 다양성으로 제국을 유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민족과 나라들에 대한 사회적 통합을 이뤘기 때문에 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제국 중 하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죠.
‘우리 조상들은 능력 있는 자를 이 도시로 받아들였다. 율리우스 가문 등 지금 원로원 의원들도 대부분 로마 본래 혈통이 아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왜 멸망했는지를 봐라. 로마의 창립자 로물루스가 한 통합을 보라. 정복한 땅의 자유민들에게 공적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관습이다. 정복당한 자들의 금과 자산을 로마로 가져오게 하자’
이 말은 로마의 클라우디스 황제가 벨기에 인을 원로원에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을 때 한 연설의 일부입니다. 이것을 보면 제국의 지도자가 통합이 가져오는 이득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후에 티베리우스 총독이 과한 수탈을 하는 이들에게 했던 말은 ‘나는 양털을 원하지. 양을 산채로 껍질을 벗기기를 원하지 않는다’ 였습니다. 이런 말 역시 로마의 지도자들이 전략적으로 관용과 포용을 나라의 기조로 채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포용성을 토대로 로마는 오랜 세기 유럽을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의 경우 이러한 다양성의 효과를 극명하게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아테네의 경우 외국인 거주자를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로 봤다면 스파르타의 경우 ‘우리 주변에 사는 사람들’ 로 봤습니다. 또한 시민권에 대한 장벽에서도 두 나라 간에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스파르타의 몰락을 가져왔죠. 스파르타 전성기의 8천명의 시민이 나중에는 200명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타 국적 시민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 이루어졌다면 스파르타는 그렇게 쉽게 몰락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나라의 몰락을 가져오는 요소는 이 다양성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역시 낭비적인 세금 사용도 그리스의 몰락을 가져왔습니다. 이집트의 경우를 잠깐 보면 조세 시스템의 부적절성으로 인해 풍요로운 나일강을 가지고도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몽골을 살펴볼텐데요. 몽골의 경우에도 여러 부족을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이 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든 가장 큰 이유인데요. 서로 부족이 다름에도 지금으로 치면 의리나 동료애 같은 것으로 넓은 몽골의 부족들을 통합했고 그 힘을 유럽으로 뻗어나가 가장 멀리 있는 영국까지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전 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수만키로에 걸쳐 설치한 역참같은 제도들이 큰 힘을 보탰습니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몽골에 있는 카라코롬까지 겨우 일주일이면 도달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슬람 제국의 경우에는 굉장히 계산적으로 개방적인 정책을 취했는데요. 비잔틴과 페르시아지역을 정복했을 때 기존통치 방식과 종교를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국유지만 접수하고 개인 소유 토지는 세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서 정복자로서는 상당히 의아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바로 세금에 있었습니다. 아라비아 밖의 무슬림은 토지세 납부가 없었고 종교를 인정한 이유도 세금을 걷을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슬람을 믿지 못하도록 방해한 경우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어찌되었든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제국은 발전하고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웃기게도 제국 전체가 이슬람화 되었을 때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역시 세금문제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해 보면 나라의 흥망이 다양성과 또 세금에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동로마 제국을 살펴보겠습니다. 여태 중점을 맞춘 다양성에서 잠시 벗어나 제국 흥망에 지대한 영향을 준 정책에 대한 설명으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동로마 제국 다시 말해 비잔틴 제국의 성장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은 군관구제와 둔전병제였습니다.
군관구제는 지방 행정 제도로 각지의 군사령관이 민정과 군정을 겸하는 제도였습니다. 여기에 둔전병제가 합쳐 전투력과 농업 생산력, 조세 수입을 늘릴 수 있었는데요. 둔전병제는 토지를 주고 농민들이 자신의 토지를 지키기 위해 싸우게 하는 제도였습니다. 훨씬 더 사기가 높았겠죠? 이를 통해 용병들에게 지불하던 재정 지출을 크게 줄이면서도 국방력의 강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황권을 위협하지 못하게 너무 작은 단위로 군관구를 분할시켰고 귀족과 호족의 대토지 소유가 확대되면서 농민들이 몰락하게 됩니다. 결국 군관구제는 형식만 남은 채 문란해졌고 이에 따라 제국 역시 멸망으로 나아갔습니다.
2강에서 우리는 다양성에 대한 포용의 여러 정책들을 봐왔습니다. 이러한 포용이 선의에 인해 행해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제국에 이익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에 더해 세금 관련 정책들이 얼마나 나라의 흥망에 영향을 주었는지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굳이 이번 강의를 짧게 정리하자면 다양성 -> 조세 정책 -> 흥망 이라는 도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의를 모두 마치고 소장님께서 맛있는 통닭집으로 저희를 데려가 주셨습니다. 수업을 들은 모든 분이 참여하여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장님께서 다음 강의부터는 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네요. 저의 경우는 환영입니다. 이 강의를 통해 좀 더 많은 조세 정책들을 배우고 싶으니까요.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역사적인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어찌 되었든 소장님의 훌륭한 강의가 벌써 기대됩니다. 모두 한 주 마무리 잘하시고 화요일 날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