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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정치철학-고전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 <당대편>] 오픈특강(3/5) 정치철학으로 본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의원직까지 박탈하는 판결을 내렸다. 헌재의 이번 판결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특히 해당 법 조항이 없음에도 통진당 의원들의 의원직 박탈 결정은 명확한 삼권분립을 강조하는 시민법 전통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만권 선생님의 오늘 강의에서는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통진당 해산 결정이 헌재의 주장처럼 “우리 민주주의를 방어하는데 적절”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정치철학적으로 살펴보았다.
(강의록 인용은 큰따옴표로 표시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자유의 세 가지 기본영역을 제시한다. 첫째, 양심의 자유, 생각과 감정의 자유 의견과 주장의 자유, 출판의 자유, 둘째, 사회성의 이름의 억누를 수 없는 개별성의 자유, 셋째,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자유로서 결사의 자유가 그것이다. 밀은 각각의 자유가 독립적으로 존재‧보장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나의 체인처럼 모든 자유 일체를 보장해야 비로소 ‘자유로운 국가’라는 것이다. 존 롤스 역시 <정의론>에서 밀이 제시했던 “기본적 자유들은 하나의 전체, 체계”라며, “유리한 조건 아래 이런 자유 하나하나의 핵심적인 부분을 다 같이 확고히 적용할 수 있으며 이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자유를 정의하는 길이 항상 존재 한다”고 썼다. 불가피하게 하나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발상은 일종의 기만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치집단 형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결사의 자유는 단순히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모일 수 있는 자유, 정치 집단을 형성할 수 있는 자유에서 그치지 않는다. 결사의 자유는 관계를 형성하는 자유이기 때문에, 특정 집단에 대한 결사의 자유가 억압된다면 집단 내부의 구성원은 물론이고 연관된 모든 개인, 단체의 자유가 매도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공산당 사무실이 폐쇄되는 장면ⓒwww.br.de (Bayerischer Rundfunk) 바이에른 방송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사의 자유를 제한했던 사례가 있다. 195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KPD) 해산 결정이 대표적이다. 독일 헌재는 바이마르헌법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정체가 전체주의 정당의 싹을 보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 나치가 ‘합법적 권력획득’을 했다며 자신들의 해산 결정을 두고 “‘투쟁적 민주주의’의 고백”이라 표현하였다. 그러나 “바이마르 공화국은 헌법의 가치중립적 태도나 민주주의를 방어하려는 헌법적 수단이 부족해서 붕괴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세력과 의지가 너무나 미약했기 때문임이 증명되고 있다.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는 가능하지 않다.”(헌법재판소(2004), 「정당해산심판제도에 관한 연구」) 독일 헌재도 이 해산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고 반성했다.
독일의 공산당해산 사례와 관련하여 칼 레벤슈타인의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떠올릴 수 있다. 그는 1930년대 당시 유럽전역으로 확산되어 가던 파시즘으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서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희생될 위험이 있다 해도” 예방적, 선제적 공격을 동원해 민주주의를 방어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규율된’ 또는 ‘권위주의적’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 개념에 내재된 이분법적 논리는 정체 내에서 끊임없이 민주주의의 적을 상정하도록 한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호전성이 결국 민주주의를 위험하게 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정체는 분열한다. 특히 전환기 국가나 민주주의의 공고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나라에서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를 부를 수 있다. 이차 대전 후, 레벤슈타인도 자신의 논리에 오류가 있음을 스스로 깨달았다.
헌재의 결정문도 통진당 해산이 야기할 정체의 분열과 민주주의의 후퇴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사건 해산결정은 북한식 사회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정당이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우리의 민주 헌정에서 보호될 수 없음을 선언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상징적인 선언을 위해 민주주의의 가치 훼손을 불사한 것이다. “북한의 상시적인 위협에 따른 ”비상상황“”과 헌법주의에 갇힌 결정이다. 독일 헌재의 오판과 레벤슈타인의 오류를 알면서도 그대로 따른 결정이다.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평화도, 자유도, 민주주의도 모두 안전하지 않은 전투적 민주주의”만 남게 된다.
한스 켈젠은 그의 저서 <민주주의의 방어>에서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 한다. “민주주의자는 심지어 민주주의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운동에조차 관용해야 한다. 민주주의자는 배가 침몰하더라도 자신이 든 깃발을 지켜야 한다.” 즉, 민주주의를 방어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이성과 원칙”을 버려서는 안되며,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수단도 언제나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롤스의 말대로 “자유를 하나의 체계로 해석하고 이 하나하나를 지킬 수 있도록 자유를 정의”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화의 산물이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제도로서 헌법재판소는 언제나 이 민주적 원칙을 최우선으로 삼아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지 못했던 이번 결정이 과연 ‘민주주의를 방어 하였는가’에 대해 우리는 회의적이다. 그리고 헌재의 “존재와 본질에 관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수업 후에도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그 중에서 수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질문과 답만 추려 옮겨 적었습니다:) (존칭과 존댓말은 편의상 생략했습니다)
Q1. 밀이 말한 양심의 자유에서 ‘양심’이란?
A1. 양심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 속에서 명확히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양심의 자유를 내면에 가둬두기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유국가라면 그것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스피노자가 “우리가 손 댈 수 없는 자유는 우리 내면의 자유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양심의 자유)는 인권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자, 제한 할 수 없는 부분이며 타인의 동의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행동으로 표현, 실현 되려면 타인의 정의감에 호소하여 인정을 구해야한다.
Q2. 최근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으로 표현의 자유의 대한 경계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A2. 우리나라에서도 일베 문제 등을 두고 표현의 자유의 보장에 대해 논쟁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배척하는 관용의 가치-인내와 설득-를 통해서 그들을 품어야 한다. 적대적으로 대하는 순간 그들과 별 다를 게 없어진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사회의 약자, 소외된 사람들이 소속할 곳이 생기면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되면서 비이성적인 폭민이 탄생한다고 설명하다. 일베들도 속할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방향성, 속할 공간을 마련‧재설정해주는 것이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대부분 우리는 근로자이고 통합진보당이 노동자의 임금, 복지, 상해 등 근로향상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는 정당임에도 지지율이 높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호소하는 정책이 현실적으로 마음에 닿지 않고 일부 밀어내려는 면도 있었는바 현실은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고 우리는 나름 잘 살고 있다는 반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내가 속했다고 생각하는 파편화된 일부였으며 민주화 운동을 통한 여러 이해관계자의 협력에 일부 결과임이 “나름”은 외면이었음을 돌아봅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었습니다. 실랑이하며 그 “나름”으로 삶을 긍정해줬던 또 다른 우리가 사라지고 남은 건 흩어진 우리입니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로 매해 장애등급제폐지, 부양의무제폐지, 이동권보장을 기치로 모여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묻고 서로 목소리가 높아져 경찰과 다툼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장애는 소득활동을 제한하여 생존에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매해 기치가 유사한바 개선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여기 또 다른 우리가 있습니다.
나름이 외면이었고 또 다른 우리가 결국 흩어진 우리가 됐으며 계속 또 다른 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생존에 절망적이고 치명적이라는 근로조건과 장애가 그래도 그대들은 생존중이며 자유를 말하고 있다지만 우리의 자유는 누군가 앞서 갈지라도 손을 뻗어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거리, 발 맞춰 가는 자유여야 합니다. 그런데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요.
추신 : 통합진보당해산과 관련해서 결사의 자유 훼손에 우려와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는 가능하지 않으며 민주주의는 이성과 원칙을 갖고 최후의 수단도 민주주의여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민주주의가 각 개인 자유를 보장하고 조정하는 제도라면 우리는 무엇을 위한 자유를 이야기하는가 하는 점이 궁금하여 길게 질문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