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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다루는 글쓰기]5강 - 유혹하는 문장쓰기
4강에서 글쓰기 워밍업을 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웨이트를 시작할 차례입니다.
초보자가 쓸 수 있는 문장 중 가장 좋은 문장인 무엇일까요?
바로 '간결한'문장입니다. 즉 불필요한 수사 없이 필수 성분들로만 이루어진 문장을 뜻합니다. 소설가 조지 오웰은 자신의 에세이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에서 피해야할 표현들을 설명합니다.
먼저 사은유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비유의 참신한 가치를 잃은 표현으로, 쟁반같이 둥근 달, 바다같은 내 마음 등이 있습니다. 좋은 비유란 참신하면서도 독자에게 정확한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사은유 표현이 삼가는게 좋습니다.
다음으로 무의미한 숙어와 허세떠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 표현으로는 쓸데업이 긴 단어(generate와 바꿔 쓸 수 있는 give rise to)가 있고, 한국어 표현으로는 어려운 한자말 표현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웰은 의미 없는 말 삼가기를 강조했는데, 우리나라 말에서는 '정의'가 있습니다. '정의'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무수히 많은 뜻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뚜렷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이 밖에도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조지 오웰의 말들이 있습니다.
단어를 칠 수 있을 땐 언제든지 짧게 칠 것
능동태를 사용할 수 있을 때는 절대 수동태를 사용하지 말 것. 수동태를 필연적으로 쓰는 경우는 4강에서 말씀한 대로 주어의 흐름에 맞게 쓰거나 행위를 당하는 대상을 강조할 때가 있습니다.
일상어 가운데 대응할 말을 생각할 수 있다면 절대 외국말, 구절, 과학용어는 피할 것
전문가 집단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 것 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쓸데없는 수사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가 습관적으로 쓰는 부사, 형용사 표현을 의미합니다.
예를들어, 개발사업은 천연기념물 거북이를 완전히 멸종시켰다.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저 문장에서 '완전히'가 꼭 필요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강조를 위해 자주 쓰는 표현들 '너무, 좀, 어느 정도, 그냥, 정말, 아주, 갑자기, 굉장한, 어쩐지.' 등의 표현은 최대한 삼가시는게 좋습니다.
또 하나 형용사, 부사를 덜어내는 방법으로 무의미한 부사와 동사의 조합을 '더 강한 동사'로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빨리 뛰었다.'를 '그들은 질주했다.' 로 바꿔 쓴다면 독자에게 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씁쓸히 웃었다.' 와 같이 역설적인 표현이거나 동사의 이미지를 평소와 다른 느낌으로 표현할 때는 형용사,부사 표현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다음은 형용사,부사를 덜어낸 소설가 김훈의 문장입니다.
'저녁에 나는 숙사를 나와 갯가 염전으로 갔다. 종사관과 당번 군관을 물리치고 나는 혼자서 갔다. 낡은 소금창고들이 노을에 잠겨있었다. 나는 소금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마니 위에 엎드려 나는 겨우 숨죽여 울었다. 적들은 오지 않았다.' <칼의 노래> 중
위 문장에서 '슬프다.'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지만 독자들은 엄청난 슬픔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형용사,부사 표현 대신 훌륭한 묘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상황을 설명할 때 슬프다, 즐겁다 등의 개념어로 서술하기 보다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비유, 대구의 표현법을 활용한다면 독자들에게 훨씬 더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유를 할 때 주의해야할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일단 정치적으로 올바른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꿀 먹은 벙어리'라는 표현은 현시대에 쓰기에 장애인 차별적 성격을 나타내는 표현일 수 있습니다. 또 비유가 적절한 이미지를 환기하고 문맥의 흐름과도 어색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번 강의 과제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1.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는 것은 마치 ( )와/과 같다.
사실 이 문장을 처음 봤을 때 위에서 말한 '정치적으로 올바른가'에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무리 공감능력이 높더라도 제가 휠체어타는 분들의 마음을 완전히 헤아리지는 못할 것 같고,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분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 표현 중 가장 좋았던 표현은 '발가벗고 걷는 것과 같다.' 입니다. 휠체어로 움직이면 타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단 이미지는 적절히 환기했고,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는 것'과 '걷는 것'의 표현이 맥락에 잘 맞아떨어져 좋은 비유라고 느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힘들지만 그래도 움직일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이미지를 환기하기 위해 '옥상에 핀 민들레꽃'이라는 비유를 했습니다만, 이는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는 것'이 주는 역동적인 이미지와 맞지 않아 좋은 비유는 아니었습니다.
2. 취미를 직업으로 택하는 일은 마치 ( )와/과 같다.
비유를 하기 전엔 일단 자신이 환기할 이미지를 정해놓는 게 좋습니다. 위 문장을 예로 누군가는 '확률적으로 어려운 일이다.'를 또 누군가는 '재정적으로 안정적일 확률이 낮다.' '취미였을 땐 좋았지만, 직업이 됐을 땐 지루해 질 수 있다.'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일단 이미지를 정한 뒤 그에 맞는 적절한 비유를 찾는 방법이 논리적으로 수월합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오랜 친구와 결혼하는 것'이란 표현이 좋았습니다. '결혼 전에는 그 친구가 무척이나 좋았지만, 결혼한 후에는 질려버릴 수 있다.'는 표현이 취미와 직업의 관계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개념어, 쓸데 없는 형용사,부사 표현을 삼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키가 크다.' 보다는 '그는 키가 183cm이다.'란 표현이
'그는 칠칠치 않다.'보다는 '그는 소변을 보고 오면 종종 바지에 흘린 자국을 남긴다.'란 표현이 훨씬 우리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각인시켜 줍니다.
이번 강의의 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그 남자는 속물이다.'란 표현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바꿔볼까요?
특정한 상황, 행동을 설정하면 됩니다. 오늘 본 표현 중 가장 좋았던 표현은 이렇습니다.
'그의 책상은 정리정돈이 잘 돼있다. 신년 선물로 보내준 예술의 전당 다이어리는 책상의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그의 책상 왼쪽엔 후원하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사진이 있다. 그런 그가 늘 입에 담고 다니는 말이 있다. '업소, 강남, 언니.'
문장에서 우리는 그가 예술에도 관심이 있고, 봉사도 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업소, 강남, 언니'라는 표현을 달고 달아 이중적이고 속물적인 모습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실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논픽션과 다큐멘터리는 일맥상통합니다. 다큐 감독들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늘 영상이나 장면으로 구현합니다. 수강생들이 다큐 감독이라고 가정하고, 다음 예시를 참조해,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제시해 봅시다.
'한국에서 연애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이번에도 오늘 본 표현 중 제게 가장 인상깊었던 표현을 쓰겠습니다.
'소개팅자리, 저녁 7시 남녀. 스타벅스에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웃고 눈빛도 교환한다. 둘은 9시쯤 헤어진다. 남자, 여자에게 안부 카톡을 남기고 여자, 화답해준다. 남자, 애프터 신청을 썻다 지우길 반복한다. 남자의 눈에 고지서가 들어온다. 남자, 카톡을 지우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더 알아본다. 여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킨다. 내일 취업스터디에서 검사 받아야 할 자기소개서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연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20대의 비애가 묻어나 개인적으로 인상깊었습니다.
요즘 다큐멘터리는 나레이션 없이 시청자에게 구체적 상황만 제시하는 형식으로 만들어 지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시청하신다면, 본인의 표현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강의는 여기까지 입니다.
1주차 강의 후기 : http://academy.peoplepower21.org/index.php?mid=lecture_board&document_srl=1177350
2주차 강의 후기 : http://academy.peoplepower21.org/index.php?mid=lecture_board&document_srl=1205289
3주차 강의 후기 : http://academy.peoplepower21.org/index.php?mid=lecture_board&document_srl=1235767
4주차 강의 후기 : http://academy.peoplepower21.org/index.php?mid=lecture_board&document_srl=1256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