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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여섯 가지 키워드2] 1강, 기억
[김만권 정치철학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여섯 가지 키워드2>] 1강, 기억
안녕하세요. 이번 학기에 김만권 선생님의 정치철학 강의 후기를 작성할 수 있게 되어서 참 기쁩니다. 선생님께서 행위의 의미는 그 당시에는 다 알 수 없고, 이후의 사유를 통해서 비로소 곱씹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강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렇게 후기를 쓰면서 그 의미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의 개괄>
대략적인 강의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기억의 중요성에 대해서 1) 과거 행위가 가진 의미에 대해 곱씹어 보게 해서 온전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도와준다 2) 행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현재를 기점으로 변화된 행동을 하게 한다(결국 새로운 미래의 도래)는 두 가지 차원에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으로 적합한 기억과 그것의 전승이 민주주의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것임을 알아보고, 한국사회가 과거의 행위, 특히 87년의 민주혁명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분석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그려야 할 대안기억의 방향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강의 내용>
첫 시간이라서 모두 각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이후에, 첫 번째 키워드인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다음 문장을 보실까요.
“시간은 한쪽방향으로만 흐른다. 기억은 또다른 방향으로도 흐른다” – 윌리엄 깁슨
“행위에 이어 사유를 통해 완성되지 않는다면, 즉 기억에 의해 명확한 표현을 얻지 못한다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 한나 아렌트, 《과거와 미래 사이》
[역사채널e] 제31화, 기억을 기억하라 (http://bit.ly/1CcxFdh)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의식을 가졌기에 과거에 대해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일어났던 행위들은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것을 통해서 그 의미가 발견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억은 시간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도 흐르는 것입니다. 기억에 의해서 온전히 발견된 의미는 언어를 통해서(그리고 언어를 통해 의미를 내재화시킨 사람의 행동을 통해서) 후세에 되물림될 것입니다. 사람의 생은 유한하기 때문에, 사람이 죽은 뒤에는 후대가 가진 이미지만이 남습니다. 때문에 기억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과거의 행위가 올바르게 기억되지 않을 경우, 미래는 단순히 시간이 흐른 것일뿐 과거와 다를 것이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일어났던 실수/재앙이 또 일어나게 된다는 말씀은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전후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과 독일의 대응을 보면, 과거를 그릇되게 기억하는 것이 과거의 재앙을 어떤 식으로 재현해가는지, 다른 한편 올바르게 과거를 기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이 주변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들을 일으키는지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억은 특히 정치 참여, 민주주의의 유지 및 발전에 중요합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르네 샤르의 이야기를 통해 공적 삶에 참여했을 때의 즐거움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적합하게 기억되지 못할 경우 그 즐거움이 ‘유서없는 유산’이 되어 얼마나 쉽게 사라져버리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레지스탕스 이후의 프랑스는 민주주의 정신의 유지 및 계승을 비교적 잘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올바르게 민주주의를 기억하지 못해서 그 정신이 상실될 위험에 처해있는 곳은 우리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87혁명의 주체였던 세대들은 자신들 행위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지 않으려 했고, 자신이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기억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날의 세대는,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현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에서 합당한 의미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국가의 운영원리는 헌법이 담고 있고, 성공한 혁명은 헌법을 다시 쓴 혁명이라는 점에서 87혁명은 성공적인 혁명으로 볼 수 있는데, 정권교체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체계적인 과소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87혁명 당시의 행위에 대해서 보다 올바르게 기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 일반적인 대중이 내리는 판단의 근거는 사실(fact)가 아닌 인상(image)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에 대한 의미를 최대한 올바르게 조명하고 이에 따라 행위의 주체들이 원래 의도했던 것을 최대한 잘 전달하는 image를 만들어서 물려줘야 합니다. 이것을 대항기억이라고 합니다. 바른 이미지와, 그 이미지 저변에 기존 정신을 잘 언어화한 신념이 없는 경우 우리의 과거는 언제든지 왜곡될 수 있으며, 그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방향을 잃고 분노하는 것뿐일 것입니다. 마치 이번의 세월호 사건처럼이요.
방향을 잃은 분노는 결국 그 에너지를 잃고 흩어질 뿐입니다. 그리고 원인이 바뀌지 않았기에 여전히 재앙의 위험은 남아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과거 우리가 이뤘던 성과에 대해 합당하게 기억해서 물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원칙에 기반한 대안기억을 통해서, 우리가 사유하는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의 감상 및 질문>
1.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올 대항기억의 성립, 실현, 전승가능성에 대해서
강의를 들으면서 또 후기를 쓰기 위해 다시 강의안을 들여다보면서, 저는 정말로 ‘민주주의의 유산’이 저희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구나, ‘유서를 남기지 못한 채로 전달받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20대는 87혁명이 일어난 이후에 태어났습니다. 저는 이미 김대중 정부가 정권을 잡기 시작한 때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때문에 민주주의가 결핍된 상태를 잘 이해하지 못해요. 반면 요즘의 취업난은 너무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친구들이 대기업에 원서를 수십 개씩 써서 서류에서 고작 서너 개 붙거나 심지어 서류부터 다 떨어지는 경우도 많거든요. 민주주의의 사용법이 유서로 남겨지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왜 먹고 사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지, 민주주의를 유지/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기에 제 주변 친구들은 각자의 일로 너무 바쁩니다. 학교에서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라고 배우기는 했는데, 일상에 닥친 다른 문제들에 비해서는 와닿지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민주주의가 우리 삶 주변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을까요?
한편 민주주의의 가치가 보다 잘 전달되기 시작하면 미래에 희망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청년세대는 나름대로 정치적 행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사유가 부족하다 하더라도요. 최근 SNS를 통한 투표열풍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민주주의에 쓸 시간은 없고, 단지 “민주주의가 다수결이다”정도를 아는 상황에서 정치에 참여하기 위한 안간힘이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보다 많은 젊은 세대가 민주주의에 대해 기억을 전달받게 되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2.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 접근 방식에 대해서
지난 수업 마지막에 선생님께서 ‘나를 던진다’라는 표현을 쓰신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정확한 문구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는 ‘민주주의, 평등 등의 가치를 위해서 자신의 이익은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께서 그것이 가능하냐는 취지로 질문하셨고, 그에 대해서 ‘설령 힘들더라도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계속해서 모두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강조하겠다’는 요지로 답변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그런 ‘이상적인’ 인간이 된다고 가정하고 민주주의의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보다는, 각자가 이기심을 가진 보통 인간이라는 점을 가정하고 제도를 설계하려는 시도가 더 적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질문이 추상적이니까 하나의 예를 들어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모두의 연대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기보다는 각자의 이기심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서 문제를 푸는 것이 보다 실현가능한 것 아닌가요? 학교에서는 항상 그렇게 가르쳐왔고, 아직은 그러한 생각의 틀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모르는 것, 생각을 회피해온 것들이 참 많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하나하나 잘 배우면서 보다 인식을 심화시켜 가겠습니다~^^
글 : 자원활동가 류상우
[김만권 정치철학] 첫날 주제는 '기억'이었습니다.
흔히 참여연대는 권력을 감시하는 단체라고 소개를 하는데 권력을 감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바로 '기억'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또한 기억은 약자들이 강자들을 대하는 가장 중요하면서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합니다. 작년 세월호 참사에서도 우리들이 거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외쳤던 구호도 바로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였습니다.
수업에서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기억하는 것 이상의 사회, 정치적의미를 담고 있고 기억을 온전히 기억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투쟁을 해야 할 때가 많은데요. 김동춘 선생님의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라는 책에서도 '기억'의 사회적,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도 잘 나와있으니 여유되시면 한 번 읽어보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그럼 모두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후기를 잘 작성해주신 류상우님에게도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