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후기 l 강좌 후기를 남겨주세요
[후기] <학교에서 안 알려주는 '진짜' 정치학 강좌 - 야, 너두 유권자야>
생명감수성을 떠올린다면 절대 좋은 표현이 아니지만, 국회를 ‘동물국회’라던가 ‘식물국회’라고 표현하는 일이 참 익숙해졌습니다. 국회법을 지키지도 않고 몸을 날리는가 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이해관계에 따른 필연적인 갈등일지라도 영 볼썽사납기만 합니다.
조성대 선생님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국회는 싸울 수 밖에 없다고” 그렇다면 그들이 싸우는 이 방식이 정말 최선인 걸까요? 그들은 누구이고, 누구를 위해서 싸우는 걸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와 아카데미느티나무는 <학교에서 안 알려주는 ‘진짜’ 정치학 - 야, 너두 유권자야> 강좌를 통해 국회와 유권자의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국회의원은 4년마다 한 번씩 바뀌는데 우리가 보는 국회는 늘 똑같습니다. 왜 그런지 선거의 기본적인 성질에 대해 집중해 살펴봤습니다. 조성대 선생님은 선거는 귀족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추첨식 선거로는 다양한 성격과 계층을 가진 사람이 뽑힐 수 있겠지만, 돈이 필요한 선거에서는 자본과 자원이 많은 사람이 당선될 수밖에 없겠지요. 정당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개인의 힘으로 당선되는 사람은 그 자체로도 재산이 많겠지만, 정당 공천을 위해 공천 헌금을 활용하는 사건들을 본다면 역시 선거는 돈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거가 가진 귀족적 특성을 십분 이해하고서라도 우리는 보다 다양한 이해를 가진 의원들을 선출할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투표율에 비례해 정당 의석수를 가져가자는 내용이라는건 알겠는데, 더 자세하게 알아보려니 산출 방법이 복잡해 어렵게만 느껴지곤 했습니다. 조성대 선생님의 계산법을 천천히 따라가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가 이루어졌을 때 국회의 지형이 어떻게 바뀌는지, 원내에 진입하지 못한 소수 정당은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글로 막연히 읽을 때와, 제도가 도입된 후의 변화를 눈과 머리로 직접 이해할 때의 느낌이 정말 달랐습니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말고도 필요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국회의원의 정수를 늘리는 것인데요. 중앙선관위에서 발표한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의원 1인당 인구수는 17만 1,437명입니다. 많은건지 적은건지 감이 잘 안 잡히지 않았는데 강의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은 6,408만 8,222명의 인구와 650석의 의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원 1인당 인구수로 나누면 9만 8,597명입니다. 이와 같은 계산으로 의원 1인당 인구수를 계산하면 노르웨이는 3만 815명으로 영국보다도 훨씬 적습니다. 한국 의원은 다른 국가의 의원보다 민의를 과다 대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독일은 12만 8,137명, 스페인은 13만 7,560명인데 백 번 양보해 한국을 독일과 스페인 정도로 맞춰 의석수를 계산하면 360석 정도가 나옵니다.
360석이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의석수의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의원 1명이 17만 여명을 대표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건 충분히 예측 가능합니다. 하지만 싸우기만 하는 국회, 일하지 않는 국회가 분노스러워 의원을 축소하자는 주장은 국회의원의 특권만 강화할 뿐만 아니라 시민과의 소통창구를 줄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법안처리과정에 대해서도 맛보기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조 선생님은 기존의 교섭단체 제도는 의석이 적은 소수당에게 실질적 거부권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쟁점이 큰 법안의 경우에는 상정조차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갈등이 심화되어 의정 활동이 마비되는 것을 실제 종종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채택된 것이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패스트트랙’ 즉 ‘국회선진화법’이라고 하는 의안 자동상정제인데, 이것이 좋은 대안이 되고 있는지 조 선생님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상임위에서 법안이 의결되면 법사위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법사위는 법의 체계와 완성도 등의 심사가 중심이지만 법안 수정 권한까지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폐지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강의는 선생님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질문과 답을 나누는 방식으로 흘러갔습니다. 애초 9시에 끝날거라 예상했던 강의가 10시가 되어 끝이 났습니다. 더 나누지 못한 질문들은 다음 강의 때 나누기로 하고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주고 받는 질문들이 흥미로워 앞으로의 강의들이 기대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