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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저자와 함께 <미투의 정치학> 읽기 1 - 그 남자들의 '여자 문제' (권김현영)
미투(Me Too)는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남성 중심적 성 문화를 뒤흔들었던
운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성차별적 통념이 얼마나 견고한지, 이를
무너뜨림의 어려움도 드러났습니다. 피해자가 고백한 후의 감당해야 할 몫도 너무나 크고요. 미투운동 이후 다양한 쟁점이 부각된 지금, 어떻게 나아가야 걸까요. 저자와 함께 <미투의 정치학>
읽기 첫번째 시간은 권김현영 선생님의 강좌로 책 전후를 중심으로 풀어나갔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라는 말의 힘
2018년 1월, 한 여성
검사의 검찰 조직 내 성폭력 피해 고발 이후 문화예술, 정계, 그리고
스포츠계로 번져갔습니다. 연속된 고백으로 신빙성을 얻으며 커지면서 여성리더십의 발휘를 통해 초반 운동으로
지펴졌죠. 이는 스쿨미투 등 다른 형태의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1) 미투의 확산이유(상호적인 특유의 형식), 2) 주체와 대상의 전환 (수동&능동) 그리고
피해자는 고발자, 고발자는 내부고발자로 이어짐, 3) “나도 그랬다”로 공동의 집단경험이란 점을 폭로했다는 점. 마지막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 게 #WIthyou였으며, 큰 변화로 이어졌죠. 다시 말해 사회가 무너진 곳에서 만들어진 직접 행동주의를 기반으로, 당사자들에
의해 당사자성을 넘어 여성들의 힘을 복돋는 말(Empowering words)였던 겁니다.
3차례의 프레임 전환시도
한창 일어났을
때 프레임을 바꾸려고 했습니다. 공작, 펜스룰 그리고 불륜이었죠. 우선 공작프레임은 피해 사실의 진위 여부는 따지지 않습니다. 피해
사실이 있어도 현 정권의 성공을 위한 지지 세력의 결집을 방해하려는 조직과 결탁해 있다면 그게 더 중요한 문제라는 걸로 몰아갑니다. 이런 프레임은 오늘날도 작동되었으나 조금만 훑어보면 실효성이 없습니다. 이러한
‘말하기’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준비시켜서 억지로 하게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투에 나섰던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사전 협상을 한 일이 없는데
어떻게 준비시켰는지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이 당시 갑자기
언급되었던 말 중에 펜스룰도 있었습니다. 당시 의원이었던 그가 자신의 아내 외의 여자와 밥을 먹지않는다는
의미로 했고, 남성들은 이를 인식전환마냥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의 틀도 엄연한 성차별입니다. 권력배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한데, 업무 배제 등으로 나타났으니 말이죠. 마지막으로 불륜이었습니다. 이 세번째 프레임은 후에 ‘여자 문제’ 프레임으로 이어지는데, 주목해야 하는 건 이 프레임의 양상 중
하나가 진보 진영 내 분열된 ‘여성들’ 이었다는 점입니다. 남성 중심 문화에 적응하면서 자신도 그 일부가 되었고, 페미니스트로
생각하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애초에 성폭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고요.
제 모습을 드러낸
존재하는 위력
성폭력은 다른 폭력과 달리 감정 정치를 하는
폭력입니다. 상대방에게 권력을 각인해 모욕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는데, 자신에게 있어서 취약한 상황일 경우 위력의 존재감은 다른 때보다 극대화됩니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이었습니다. 조직
내 최고 권력자가 남성이고, 부하직원 위치에 여성이 있을 때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가 얼마나 이루어지는지, 재판부 배당 과정을 시작으로 전체가 어떻게 위력이 구조적으로 행사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까요. 더불어 1심 공판 당시 했던 성격증언 이후 ‘꽃뱀’ 담론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를 바꿔버리는지 까지도 말이죠. 덧붙이자면 1심 판결 당시 많은 직장인들이 분노했습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역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위력에 의한 수많은 일을 겪어야만 했으니까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고, 잘못된 관념과 문화가 있으면 바꿔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의제기를 하면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것이 오늘날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사회에도 각 사람에게도 해가 될 뿐 입니다. 이제는 뒤엎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