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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저자와 함께 <미투의 정치학> 읽기 3 - 젠더 개념과 젠더 폭력 (루인)
젠더(Gender)는 이원적으로 남성·여성을 구분합니다. 후에 사회적으로 구성된 문화적 규범의 분류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젠더 개념과 젠더 폭력의 본질적인 의문을 짚었던 적은 적습니다. <미투의 정치학> 세 번째 시간은 트렌스젠더퀴어의 관점에서 바라본 젠더 개념·폭력을 재구성해 트랜스젠더퀴어와 비(非)트랜스를 가로지르는 젠더 폭력 개념의 모색을 중심으로 다뤘습니다.
이 개념 속의 논쟁점
여성 단체마다 ‘성폭력 개념’이 다르지만,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포괄적인 개념은 ‘젠더 폭력 혹은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an)’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을 중심으로 남성과 여성 사이의 권력 관계에 따른 폭력을 포괄,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폭력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다만 규범적인 형태로써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죠. 다음으로 협소한 개념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을 중심으로 한 ‘성적 폭력(Sexual Violence)’입니다. 여성에 대한 전반적 폭력보다 강간, 성추행 등으로 의미를 제한합니다. 이는 성적 폭력으로 해석할 때 동성 간 성폭력, 군대 내 성폭력을 재해석 할 수 있지만, 분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트랜스젠더퀴어가 겪는 폭력을 살폈던 건 드뭅니다. ‘여성’이라는 범위 구성은 무엇이며, 누가 ‘여성’인지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지 않았으니까요.
깊이 생각해야 할 관계와 질문들
“어디까지 갔냐?”, “할 껀 다했다.”는 말처럼 연애관계 중 성관계를 맺는 걸 당연시 여깁니다. 그렇다면 외부 성기 형태를 확인해야만 상대의 젠더 범주를 알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섹스-젠더 공식처럼 맞춰서 봐야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어렵습니다. ‘태어날 때 지정받은 젠더’, ‘외부성기 형태’ 그리고 ‘살며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젠더 범주’ 사이의 관계에 대해 한 번도 합의된 적은 없으며, 엄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어떤’걸 얘기 하는 게 젠더인 듯 마냥 받아들여졌죠. 이렇듯 섹스 혹은 젠더를 둘러싼 논의의 역사는 어떤 여성이 되고자 하는지,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여성/남성은 원래 그렇다는 등의 만들어내는 형태로 사유하게 했으며, 외부성기 형태는 젠더와 관련해서 혹은 어떤 개인에 대해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듯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시 정립해야 할 시기
물론 젠더 폭력을 여성과 남성 간 권력 위계에 따른 폭력으로 해석한 기존 설명 방식은 이 위계를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여전히 이원 젠더 구조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젠더 폭력을 해석하자면 '각 개인에게 여성이나 남성과 같은 특정 젠더 범주를 지정하고, 지정한 젠더에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강압하는 실천'인 셈인거죠. 젠더 규범이 신체적 젠더와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트랜스젠더퀴어든 아니는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또한 사회에 맞는 젠더 주체로 살도록 하는 장치 중 하나로 '젠더 지시어'를 들 수 있는데, 분명하게 고착된 대상이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이는 관계 맺음 자체가 젠더 규범에 들어가는 흐름이지만, 삶을 특정 양식으로 규정하는 젠더 폭력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떤 범주로 바뀔 지의 가능성마저 차단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원적으로 젠더를 구분하고, 그 안에서 이 범주가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 아닐까하는 고민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이를 사유하게 하는 권력 그 자체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폭 넓게 이 문제를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