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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이슈 따라잡기] 7/4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시민 _정수영 교수
어느덧 ‘기레기’라는 말도 제법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언론산업에 종사하는 저널리스트들에게는 매우 모욕적인 말임이 분명한데, 언론인이라는 사람들부터 스스로를 기레기라 부르며 저들끼리 낄낄거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언론을 바라보는 시민들과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책임에 대해 무시와 체념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언론에 대한 이런 사회적 맥락에서, 이번 [한국사회 이슈 따라잡기] 강좌는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시민’이라는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발표는 정수영 교수님이 맡아 주셨는데요, 현재 성균관대학교에 몸담고 계시면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강의의 첫 부분은 한국의 언론이 얼마만큼 고장 나있는 지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세월호 사건 당시에 보여준 언론의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어서, 시민들 개개인에게 언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가지게 하는 계기였습니다. ‘기레기’라고 하는 표현도 이때 등장했는데요, 그만큼 언론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매우 컸습니다. 저는 80~90년대를 거치면서, 주류언론의 사회적 순기능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접었습니다. 이로 인해, 거의 이들 언론을 소비하지 않았는데요, 이렇게 기대감이 거의 없는 제가 보기에도 세월호에 대한 언론 보도는 끔찍할만큼 처참했습니다. 다만, 세월호를 거치면서,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책임에 대해 시민사회 전체가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순기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강의에 참석하신 분들과 발표하신 정수영 교수님도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셨는데요, 이런 문제의식은 촛불혁명이 일어나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주류 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문제점은 뭘까요? 정교수님은 언론의 자유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국경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민주주의 정부 시절에는 30~40위, 권위주의 정부 때는 60~70위의 순위에 위치합니다. 언론을 대하는 권력의 자세에 따라 자유지수가 크게 변하는데, 문제는 이렇게 언론의 자유도가 변하는 것과 시민들이 체감하는 언론의 순기능 사이에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올해 한국은 전세계 41위, 아시아 1위의 언론자유도를 가지고 있는데, 자유가 커진만큼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언론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일이고, 시민들이 정권을 견제해야 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자유가 언론 종사자들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특권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의 주류 언론들이 이 점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따져 볼 일입니다.
그렇다면, 언론의 자유가 훼손되지 않으면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규제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 지가 궁금해집니다. 정교수님의 설명에 의하면, 한국의 언론들은 다양한 윤리강령, 취재보도준칙, 방송강령 등을 자율적으로 수립하고 공유하면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틀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언론 산업이 자유와 규제가 부족해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요.. 실제로 시민들의 평가도 언론에 대해 매우 부정적입니다. 조사 기관에 관계없이, 언론의 신뢰도에 대해 한국은 거의 취하위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정교수님과 참석자들 모두 선명하게 설명하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원론적으로 시민의 참여를 늘리고, 시대착오적인 규제들을 혁신해 나가야 합니다만, 조금 더 구체적인 방향으로 모아지기에는 아직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교수님의 의견으로는 현재와 같은 언론 산업 구조와 사업 모델, 즉 수입의 90% 이상을 광고로부터 얻는 경영 구조가 개혁되지 않으면, 자본의 이익에 의해 언론은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세상이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미디어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로인해 언론사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언론은 자본의 손아귀에 더욱 놀아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은 권력과 자본 사이에서 건강한 조정자와 감시자라는 본연의 역할을 팽개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언론사의 이익에만 충실하게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모든 참가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문제를 풀기 참 어렵다는 생각을 여러 번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시민사회가 당장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 일본, 영국과 같이 공영방송 중심의 지상파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세금과 다름없는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적극적으로 시민들이 개입하여 BBC나 NHK와 같은 신뢰도의 언론사로 거듭나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정교수님의 대안이었는데요, 참가자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사기업인 신문사와 방송사들은 시장의 논리에 맡기는 대신,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끈임없이 혁신할 것을 요구해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한국 언론의 답답한 상황에 대해 이번 강의로 부터 제가 얻은 한가지 교훈이고 다짐이었습니다.
후기 작성: 전병옥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