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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나를 되찾아가는 시간, 미술학교 -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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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절반이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막연한 희망으로만 있던 그림그리기를 시작했다 ⓒ 참여연대>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던 12월의 첫째 토요일, [인물화페인팅 그룹전] 전시회를 오픈하며 가을에 시작된 모든 수업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수업을 신청할 당시 종강하며 전시회를 갖는다고 듣기는 했지만 실감나지도 않았고, 그 전시회라는 행사가 말그대로 형식적으로 다가올뿐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경험을 통과하고 거실에 걸어둔 그림 앞에 앉아 후기를 작성하는 지금의 나는 그동안의 어느 한 순간도 의미를 가지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는 고백을 하고 싶다.
첫 수업에서 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아뿔싸!’,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아닌 것 같아 겁을 먹었던 일, 미술도구와 재료를 사기위해 더듬거리며 방문한 남대문 알파문고의 미로와 같은 좁은 계단들과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외계어와 같은 이름들이 난무하던 신세계,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손과 대상을 다 담지 못하는 나의 눈이 주는 자괴감, 퇴근길 교보문고에 들러 화집들을 탐닉하던 시간들, 종강이 가까워질수록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붓질의 두려움과 그간 그려온 그림에 젯소를 덮어 일순간 모두 지워버리고 싶은 이상한 충동, 아침까지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던 그림이 느티나무 갤러리에 걸리며 시작된 전시회와 내 작품을 설명하며 나조차 처음 듣게 되었던 나의 속 이야기들, 한없는 쓸쓸함에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던 작품의 철수까지... 2018년 나의 가을과 겨울은 이런 시간들이었다.
<30호 중간과정에서 피드백을 하고 있는 이상권 선생님 ⓒ 참여연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미술반 활동을 하며 어른이 돼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화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올해 문득 내 삶의 1/2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며 그간 막연한 희망으로만 있던 그림그리기를 시작하였다. 굳이 참여연대에서 운영하는 느티나무 미술학교에서 그 시작을 가진 이유는, 이곳이라면 분위기가 왠지 자유롭고 평등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는데 내 예상이 딱 맞았다. 강사님의 수업내용이나 진행 방식, 담당 간사님의 배려, 함께 수업을 듣던 동료들이 참으로 그러하였다.
막상 수업이 진행되는 몇 주 동안은 금요일 저녁수업이기도 했고, 30호라는 큰 사이즈의 작품을 하느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없이 그림만 그렸다. 그러나 막상 전시회 오픈 때 각각의 작품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제서야 함께했던 동료들을 내 안에 들여놓게 된 것이 이 수업에서 느낀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김수현 Fold에서의 휴가, 70.7 * 90.9cm 캔버스에 아크릴>
미술수업의 안내글에 등장하는 ‘자신을 알아가는’ 혹은 ‘나를 되찾는’이라는 문구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나는 인물화 페인팅 수업의 경험을 통해 이젠 실존적으로 알고 있다. 나는 늘 있어왔지만 나는 나를 잘 몰랐고, 그 나와의 관계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도 마치 마주한 순백의 캔버스처럼 막막했다. 그러나 강사님과 어떤 그림을 그릴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왜 이 색깔을 사용하고, 선의 매무새에 이런 느낌을 더하면 좋을지 등을 의논하는 과정을 통해, 늘 가지고는 있지만 찾아들어 갈 길을 모르던 나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들여다본 나의 내면과 그 고민들을 전시회를 통해 다시 세상으로 꺼내는 일을 해본듯하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이런 작업일거라 상상도 못했지만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늘 세상은 내 상상보다 멋진 많은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 가져보게 된다. 다시한번 희망을 잃지 않고 인내심으로 지도해주신 강사님께 감사드리고, 고민은 함께 나누어준 동료들과 엄마새처럼 간식부터 뒷정리까지 세심한 배려를 다해주셨던 강의 담당 간사님께 역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by 김수현
미술학교 인물페인팅前 작품보기(슬라이드쇼)
이번 미술학교에서의 시간들과 전시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시작이라 생각 됩니다. 넘 행복했던 시간들이고 앞으로도 계속 행복해질 일만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가질수 있게 아카데미와 많은
도움 주신분들과 같이 했던분들 모두모두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