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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11/12 정치철학자 김만권과 함께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읽기_두 번째 강의 2장. 공론영역과 사적영역
첫시간의 후기에도 드러나있듯 난해한 글을 더욱 미로로 빠지게 하는 번역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운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의 주요 부분을 정리해나가는 김만권 선생님의 두 번째 수업이 지난 12일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제1장 인간의 조건에 이어 책의 순서에 따라 제2장 공론영역과 사적영역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공론영역과 사적영역의 구별은 아렌트 정치철학의 열쇠인데요, 공적 영역이 폴리스의 본질적인 부분인 반면, 사적영역은 폴리스를 뒷받침하는 가족의 영역으로 생명 유지를 위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근대 자유주의도 공·사 이분법에 기초하여 인민의 합의로 성립한 통치에 속해야 할 영역과 개인이 자기 생각대로 행동을 해도 좋은 영역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사고방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대에는 누구나 간섭받지 않는 사적영역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던데 비해, 고대 폴리스에서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적 영역이야말로 자유롭다고 생각한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공적인”이라는 용어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나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두 현상을 의미하며 세계가 우리에게 공동의 것이고 우리의 사적 소유지와 구별되는 세계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대중사회를 사는 우리들이 견디기 힘든 것은 인간이 집단적으로 외로워지는 현상때문이며 이러한 현상에서 자신이 속할 공간을 만들어줄 강력한 권력을 갈망하는 나치즘과 같은 비극이 비롯되기도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비해 “사적인”은 본래 ‘박탈된’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여기서 완전히 사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은 우선 진정한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이 박탈되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사적 소유는 자신만의 삶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참여하는 세계에 들어가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와 더불어 각자가 정치적 삶을 살아가는데 재산을 사용하지 않고 재산을 늘리려고만 하면 자유를 희생하고 필연적으로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을 동시에 가집니다. 여기서 아렌트는 토지나 가옥 등 개인에게 속하는 고유성을 가지고 있는 재산(property)과 단순한 소비대상인 부(wealth)를 구별하는데 사적 소유가 한 인간이 정치적 존재가 되는데 필요한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사적 소유가 사적인 돌봄의 대상에서 공적인 관심사로 변형되었을 때 사회적인 것이 나타납니다. 사
회는 근대의 출현과 더불어 나타난 현상으로 재산소유주의 조직체로 처음 공적영역에 등장하는데 소유주들이 공론영역에 자신들의 부를 보호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가 불분명해졌고 결국 공사 영역 구분의 경계가 사라져버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조건에 나오는 개념을 다른 학자들의 주장과 겹쳐보며 비교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오늘은 다른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통제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권력을 살펴보았는데 권력행사의 방법, 권력의 본질과 폭력과의 관계, 권력을 창출하는 지식의 힘 그리고 시대에 맞는 권력의 개념과 지향 방향 등을 마키아벨리, 홉스 등의 논의에 비추어 정리해보았습니다.
설립 초기 삼류대학으로 평가받던 미국의 시카고대학은 제5대 총장 로버트 허친스가 총장으로 부임하여 존 스튜어트 밀의 독서방법에서 착안한 고전 100권 읽기 계획을 시행하면서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독서법은 쉽게 쓰여진 책을 읽는다(저자나 책에 대해 설명된 책 읽기), 통독(그냥 읽기), 정독 및 필사의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한나 아렌트의 책은 쉽게 쓰여진 책은 아니지만 김만권 선생님의 친절한 해설이 곁들여지는 아카데미느티나무수업은 고전 읽기의 1~2단계를 한꺼번에 실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고전 읽기 강의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성 : 민동섭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