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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11/15(목) 북한 경제 구조의 기원 - '자력갱생' 경제의 형성/ 김상헌 자원활동가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북한 역사의 비밀 세번째 강의
- 북한 경제구조의 기원 - '자력갱생’ 경제의 형성
#1.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강좌를 맡아주신 조수룡 강사님은 18년도 1학기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따끈따끈한 박사라고 자신을 소개하셨다. 이 따끈따끈하신 박사님은 이 북한강좌 홍보 게시물에 달린 따끈따끈한 댓글들도 정독하고 오셨나보다. 강사님은 이 댓글에서 상식적인 부분에서조차 엇갈릴 수밖에 없는 북한을 대하는 우리의 민낯이 보인다고 하셨다. 약간은 흥분한 듯한 어조 속에서 북한사학자들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편견들에 대한 설움이 살짝 읽혔다면 나의 착각일까.
어쨌든, 폭발적인 댓글이 보여주듯 모두가 관심은 있지만 진실을 알 수 없는 국가가 북한이다. 이번 강좌는 진실에 그나마 근접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경제를 들여다보는 강좌였다. 특히 공산권 진영과 구 자유주의 진영이 가장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 경제분야이기도 하기에 남한과 북한의 차이를 들여다보기에는 제격이었다.
#2. ‘고난의 행군’과 ‘자력갱생’
강사님은 북한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90년 대 말에 있었던 아주 중요한 경제난인 ‘고난의 행군’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고난의 행군’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북한이 경험한 경제난이다. 이 경제난의 원인으로 다양한 것들(미국 경제 제재, 경제정책 실패, 흉작 등)이 지목됐으나, 내부적 문제라기보다는 외부적 요인, 즉 사회주의 붕괴가 원인이라는 것이 강사님의 의견이다. 미국 경제제재나 흉작 등은 언제나 있어왔던 것이기 때문에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하긴 힘들다고.
이 ‘고난의 행군’은 북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으로는 북한의 시장화를 꼽을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과잉생산이냐 부족생산이냐이다. 자본주의는 생산의 무정부성이 특징으로 생산에 주체가 없어서 잉여가 무조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반면, 사회주의는 국가가 생산의 주체가 되어 적정량을 생산한다. 다만, 적정량을 생산해도 필연적으로 유통과정에서 유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부족생산현상이 발생한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정부는 부족한 생산량을 넘어 생산의 주체가 될 능력(배급의 능력)을 상실했고 인민들에게 자력으로 생존할 것을 주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암시장이 발달하게 됐고 이 암시장은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북한 주민의 83퍼센트 정도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현재, 북한은 공식경제(계획경제)와 비공식경제(암시장)가 사실상 공존하는 이중 경제 구조인데, 북한은 이 암시장을 제도권 내로 수용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계획경제 부문은 협동농장이나 국영 기업소의 형태로 운영되나, 계획 경제 부문의 원료와 자원이 시장으로 유출되고 있다. 결국 시장의 잉여는 일정 부분 국가에 의해 수취되어 계획경제를 보완하고 있다. 강사님에 따르면 이 시장(비공식)경제 분야는 경제제재로 억제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등장한 구호가 ‘자력갱생’인데, 인민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알아서 영위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자력갱생’의 구호는 1960년 대 소련의 영향력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립경제를 이루기 위해 김일성이 도입한 구호이다. 하지만 90년 대 사회주의진영이 붕괴하면서 북한 정부는 배급 능력을 상실했고, 위 구호는 각자도생의 구호로 재탄생한다. 이 각자도생의 태도는 시장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4. 대외자립경제의 불가능성
북한은 60년대에는 소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90년대에는 소련권 붕괴로 인해 대외자립경제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북한 경제는 그 시작부터 불안정했다. 분단 이전부터 식량자원생산은 남한 지역에 집중돼 있었기에 북한 경제는 식량자급을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으로 인해 상시적으로 안보위기를 경험하고 있었는데, 이는 20% 아래로 떨어진 적 없는 국방예산이 증명한다. 안보위협은 국방예산에의 과도한 투자 말고도 비효율적인 투자를 낳게 됐다. 단적인 예로 북한의 중공업 시설들은 대부분 지하에 위치한다. 이 외에도 동서로 이어지지 않는 철로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북한 경제는 대외자립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5. 마치며
대외자립경제가 불가능한 북한의 상황과 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북한경제의 구조는 현재 북한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단초를 제공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이 의욕적으로 경제제재 완화를 향해 나아가는 이유는 자립경제가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리라.
또한 북한의 경제상황을 들여다보며 생각보다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사님도 계속해서 북한경제는 우리나라 군대와 많이 닮아있다는 얘기를 하셨다. 확실히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느낄 수 있었다. 북한을 가장 혐오하는 집단인 군대가 북한과 가장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다. 가장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던 집단이어서 그러지 않을까. 어쩌면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의 본질은 어떤 경제체제이냐가 아니라 상명하달 식의 권위주의 체제이지 않을까 싶었다.
/김상헌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