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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민주주의의 관계
한홍구 교수님 강의 잘 들었습니다. 80년 광주강좌가 총 3강이었는데 마지막 강좌엔 사람들이 거의 꽉 들어차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광주를 겪어보지 못한 20대에 초점을 맞춰 강좌를 기획했다고 하셨는데 과연 20대분들이 많이 참석하신 것 같더군요.. 20대엔 이런 공부를 할 생각을 못하고 뒤늦게 공부열의를 불태우는(ㅋ)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되구요.. ㅎㅎ
한홍구 교수님의 광주강의는 작년 노무현시민학교에서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광주에 대해 자세하게 들었던 적은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5.18 당시 전 서너살 꼬마였기 때문에 경험했다고는 할 수 없죠. 제가 광주에 대해 처음 접한 건 TV 뉴스에서 대학생들이 화염병 던지며 데모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화염병은 80년대이후 쓰기 시작했다죠.. 60~70년대엔 기껏해야 짱돌 던지는 수준이었다는 - 물론 뉴스에선 그 장면을 좋게 해석하진 않았었지만 9시 뉴스에서 심심찮게 보았던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뉴스를 보시던 할머니 말씀이 생각납니다. '공부하라고 부모들이 애써서 대학 보내놨더니 데모나 한다' 며 욕설을 거세게 퍼부으셨던.. 그런데 십여년전 4.19행사에 갈 기회가 있었을 땐-먼 친척중에 관련되시는 분이 있어서-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셔서 혼동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암튼 사설이 길어졌네요.. 작년에 강의를 듣고 계속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은 박정희정권 때부터 독재정권에 맞서 싸워오셨지만, 노무현대통령은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광주의 자식'이었는데요.. 광주의 아들, 딸이라면 지금처럼 생계를 위한 취업문제에 골몰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계산기를 버린 세대이겠죠. 그 이전부터도 그런 흐름이 있었겠지만 노동자 편에 서서 생각하고, 싸우고 하던 세대.. 심지어 대학생들은 실제 노동현장에 들어가 일하면서 운동을 했었다고 들었습니다. 노무현대통령도 노동전문 변호사였다죠.. 민주화세력들은 그런 공통분모를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 편에서 생각하고, 싸우고, 투쟁하는..
그런데 민주정권 때 대거 입성한 민주화세력들은 자신들이 지켜왔던 행동과 다른 정책들을 펴고 주장하는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제야에서의 행동양식이 좌파적이었다면 제도권에 들어온 후로는 한나라당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정책에 대해 그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죠. 김대중대통령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만든 것이나, 노무현대통령이 세제개혁을 추진한 것, 과거사문제를 다뤘던 것 등..
그러나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결과적으로 시장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세계화시대에 글로벌스탠다드에 맞는 경제체제를 만들자는 것, 투명한 경영을 도입하고 외국자본에 대해 개방정책을 편 것.. 변화에 끌려가지 말고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내부역량을 키우는 기회로 삼자는 것.. IMF 직후 중소기업 뿐 아니라 굴지의 대기업들이 도산하는 일들이 일어났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0년동안 대기업(재벌)의 사회적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강화되었고, 노동자들은 절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서 불안정한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노동유연성을 강화했던 것(시장주의를 선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반대급부로 복지체계를 튼튼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하는 게 민주화세력 한무리의 주장입니다. 과연 이들의 주장이 맞는걸까? 한번 속아주는 셈치고 한번 또 믿어볼까? 5년, 10년이 충분치 않은 시간이었다면 이번엔 뭔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혼란스럽습니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있는데 그들은 민주노동당에 희망을 걸기보다 박정희식 경제성장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을 선택했습니다. 민주화세력에 정권을 맡겨놨더니 보통사람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는 실망 때문이었을까요? 이 점에서 민주화세력은 분명하게 진로를 정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왜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었었는지.. 안일하게 대처할 수 없는 선택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민주화 운동 세력이 깊이있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밥의 문제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민주주의는
허울뿐인 민주주의가 되어버리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 민주세력 자체가 무능했다기보다는 경쟁만이 효율을 보장한다는
자본의 신화를 너무 쉽게 받아들여버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일이 중요하겠지요.
다음 사람은 더 이상 이런 회한 없도록 맘껏 이상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소수의 기득권자들의 목소리는 크지만, 좋은 확성기로 표현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목소리는 그보다 훨씬 크리라는 점을 되새기면서..
관련해서 오늘(2010-5-12) 인터넷매체인 프레시안에 실린 한 칼럼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작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그 민주주의를 통해 집권을 했음에도
자신의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남의 노래를 불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한을 통해
한명숙 후보에게 일종의 제언을 보내는 칼럼입니다.
노무현의 한계, 한명숙의 한계
'노무현의 베드로', 한명숙의 노래는 무엇인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511172801§ion=01
자본의 신화를 너무 쉽게 받아들여버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부분이 참 뼈아픕니다.
그런데 "경쟁만이 효율을 보장한다는
자본의 신화를 너무 쉽게 받아들여버린게 아닌가" 이 말 자체가 "민주세력의 무능"을 보여주는 예가 아닌지요.;;
또한 엘리트 계층이 사회적 약자와 함께 했던 그 시기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더 낮은 곳으로 가야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지나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