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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타클 대서사시, 新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
스펙타클 대서사시, 新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 신자유주의, 도대체 누구냐 넌!?
1 - 출발역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난 나를 잘 알고 싶었다. 그래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구석구석 나를 살핀다. 근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나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자신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어쩐다? 이번엔 반대로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라는 좌표에서 조금씩 물러나 살펴보기로 한다.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고 화면엔 점점 확장되어가는 세상이 펼쳐진다. 그런 확산적 사유 끝에 비로소 내가 신자유주의라는 괴물 속에 갇혀있다는 실마리를 잡아챈다. 그래, 바로 여기가 나를 바르게 알기 위한 시작점이다.
책을 봐도 신문, 잡지를 봐도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건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세상의 부조리한 일들은 모두 그 놈이 저지르는 행패 때문이라고...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들이 내게 일러준다. 좋다... 그것 땜에 세상이 이렇게 미쳐 돌아간다 그거지...
근데 그게 도대체 뭔지 감이 잘 안 잡힌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너무도 거대하고 복잡하기 땜시리 이렇게 무식해서야... 자신을 찾기는커녕 길을 잃기 십상이다. 난 무언가에 등 떠밀리듯 살긴 싫다. 또한 내 등을 떠미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평생을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여,
난 · 지금 · 내가 · 어디에 · 서 · 있는 · 건지
확실히 좀 알아야겠다. 답답해 환장하겠다. 신자유주의, 도대체 누구냐 넌?
2 - 대륙횡단열차
할 수 없이 신자유주의의 꼬리를 붙잡고 역사라는 무지막지한 흐름 안으로 투신하는 논개 정신을 발할 수밖에... 그 놈이 무엇이든지 간에 사방에 피를 뿌렸을 게 뻔하다. 이건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이다. 완전범죄란 없다는 홈즈의 정신으로 역사를 횡단하며 달리는 열차에 점프, 탑승 완료!!!
자본주의의 태초에 이 문명이야말로 인류의 복된 미래를 열고 있다는 낙관이 있었다. (벨에포크 : 프랑스어로 좋은 시절이라는 뜻, 19c말-20c초 과거엔 볼 수 없었던 풍요와 평화의 시대)
→하지만, 자본은 충실히 자기증식을 향해 나가는 법, 먹잇감을 찾아 밖으로 눈을 돌린 자본, 딱 요즘처럼 세계화를 추진한다. 제국주의 강국들, 식민지 쟁탈전에 돌입!
→ 이렇게 시작된 인류의 첫 번째 세계화는 식민지를 둘러싼 열강들 간의 물리적 충돌, 즉 1차 세계대전으로 폭발한다.
→ 계속되는 자본주의의 심화, 세계대공황으로 두 번째 폭발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잃은 세계 민중들은 분노한다
→ 우파는 그 분노를 국가주의나 인종주의와 연결시켜 파시즘이라는 광기를 창조, 이렇게 자본주의의 세 번째 자폭이 이루어진다.
→ 파시즘 세력,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네 번째 자폭. 아이고... 이젠 세기도 힘들다.
→ 이렇게 전 세계를 불바다로 만든 범인이 바로 자본이라는 걸 안 인류는 강력한 태클을 걸기 시작한다. 먹잇감이 있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가고 싶어 했던 자본의 바람기에 각국 정부들 규제라는 이름으로 족쇄를 채우기 시작(일명 케인스주의)
→ 이 덕분에 자본은 광란의 질주를 잠시 멈추고, 세계는 약 30년 동안 유례없는 장기 호황을 누린다.
→ 호사다마라 했던가, 그 호황의 결과로 다시 몸집을 불린 자본은 이번엔 총칼을 내려놓고 금융화라는 무기로 재무장, 다시 먹잇감을 찾아 세계로 나선다.
→ 이게 지금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인류 두 번째의 세계화이다.(레이건과 대처리즘)
→ 먹잇감을 찾기 위해선 발목에 채워진 족쇄부터 풀어야할 터... 바로 이게 기업들이 말하는 규제완화이다. 그렇게 고삐 풀린 자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때 자본이 발부받은 비자의 이름은 외국인투자유치 혹은 다국적기업. 별명은 먹튀자본...
→‘난 아직도 배고프다!’ 지가 무슨 히딩크야... 자본은 그걸로도 성이 안차는지 나머지 떡도 아니지, 오누이의 엄마마저도 삼키려 한다. 남매(국민)들의 마지막 보호자인 그 엄마는 바로 공기업(나라의 근간산업)이고, 자본은 피묻은 혓바닥으로 공기업의 민영화를 울부짖는다!
→ 이런 자본이 내세우는 모토는 무한경쟁을 통한 인류의 발전!
→ 하지만 애초부터 눈씻고 찾아봐도 페어플레이는 없다. 아니, 제대로 된 경기를 치루기 위한 룰도 없다. 아니, 룰이 있다고 해도 그거 다 자본 걔네들이 만든 거다.
→이게 바로 역사 속에서 현행범으로 연행해온 ‘新자유주의’의 진짜 얼굴이다.
이때, ‘자유’란 자본이 세계 어디든 먹잇감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자유이고 ‘新’이란 인류 역사상 두 번째란 의미 즉, 자본에게 인류를 강간살인할 두 번째의 자유를 주다 정도가 그 엄청난 신자유주의의 개념 되겠다.
3 -탐정들의 활약
그렇다면 세상이 이따위로 굴러가도록 자본을 독점한 사람들을 뺀 나머지 인류는 뭐하고 있었냐는 너무나도 당연한 의문이 드실게다.
자, 자본의 입장을 주류의 흐름-正으로 놓고 그에 항거하는 대다수 인류들의 몸부림을 反으로 놓았을 때 정과 반이 부딪히며 역사는 어떻게 변증법적으로 흘러왔는가? 범인의 목덜미를 낚아채기 위해 탐정들의 펼친 활약들을 좀 알고 나면, 인류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우리 인간들이 그렇게까지 형편없는 떨거지들은 아니라는 작은 위안 정도는 얻을 수 있는 걸까?
신자유주의를 따라 더듬은 역사가 우파의 것이라면 다음은 그에 맞선 좌파들의 기록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당연히 인류의 대오각성이 있었다. 러시아의 사회주의혁명!
→ 이 개념찬 선언아래 노동자, 농민이 공장과 땅과 권력의 주인이 된다. 또한 제국주의라는 자본 밑에서 새까맣게 죽어가던 숱한 식민지(그 안에 대한민국 있다)들의 자결권 또한 인정된다.
→ 뜨끔한 자본은 일단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며, 보통선거권이라는 고기를 던져준다.
→ 하지만 투표만으로 인간다울 모든 권리를 가질 순 없는 법, 노동대중들 노동조합운동으로 권리쟁취 투쟁에 돌입! 식민지 국가들은 민족해방투쟁에 돌입!
→ 이러한 민주적, 진보적 운동들이 연대해 결국 파시즘을 격퇴하는 원동력을 이룬다.
→ 그렇게 1,2차 세계대전, 파시즘을 겪은 인류는 자본에게 규제라는 족쇄를 채우는데...
문제는 족쇄는 언젠가는 풀린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 자본이라는 야수는 이렇게 생명을 보전했다.
→하지만 족쇄에 자본을 묶어 둘 수 있었던 그 기간 동안, 서구에서는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부자들의 자본에 고율의 세금을 매기고 그 돈을 재분배함으로써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했고, 식민지에서 탈출한 신생독립국들은 국가의 경제개발계획에 그 돈들을 반강제로 끌어다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자본이 언제까지 묶여있기만 하랴... 이 장기 호황기를 틈타 덩치가 커질대로 커진 이 자본이란 놈, 다시 탈출을 감행! 온 세계를 휘젓고 다니며 더러운 이빨로 으르렁거린다. 그것이 내가 아침에 눈만 뜨면 어디서든 마주하게 단어, 바로 신자유주의(자본)이란 놈의 몽타주다.
규제완화, 민영화, 방송통신법 개정, 이라크전, 유전자변형식물, 삼성반도체문제, 용산참사, 천암함사건.... 그 어느 것 하나 자본과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정은 용감했다라고 외치기엔 우리 손에 쥔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
4-종착역
아니 사실, 탐정들의 용기는 대단했다. 70년 칠레에서의 좌파정부가 그랬고(미국에 의해서 박살났지만) 스웨덴에서의 ‘임노동자기금’이 그랬다(우파의 공세로 좌절됐지만).
용감했으나 결국엔 졌다. 영국 노동당이 후퇴하고 프랑스 사회당이 항복했다.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자는 그 이름마저 아름다운 나라 미국! 그 치명적 아름다움에 취해 그렇게 우리들의 탐정들은 스러져갔다.
그러나 탐정들이 펼치는 놀라운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제 3의 길’! 진보 좌파 안에서 이 참담한 패배를 어떻게든 합리화하려는 시도가 바로 그것인데....
쉽게 말해 자본주의가 장악한 현실에 복지국가를 월세로 들여놓으려는 움직임 즉, 무한 경쟁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즉사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의 복지라는 링겔은 맞춰주자 뭐 이 정도 개념 되겠다. 그 제3의 길 안에 블레어 정부가 있는 거고, 우리의 노무현도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다.
종착역이 너무 초라하고 쓸쓸하다. 그 역사 안엔 손수건 따위를 흔들며 날 반겨주는 이 하나 없다. 하지만, 일단 ‘나’란 좌표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는 알아내지 않았는가? 이것만도 내겐 짭짤한 성과다. 적어도 투자원금(컴퓨터 앞에서 5시간의 눈물겨운 노력)은 지켰다.
<수상한 시대>란 글을 통해(삼형제 아님) 장석준이 제시하는 대안적 결말을 인용하며 사건을 마무리할까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이렇게 홍길동처럼 세계를 무대삼아 신출귀몰하는, 이 국적도 없는 자본이란 범인을 어느 한 국가의 정부가 검거하기란 쉽지 않다(빈 라덴도 못 잡는데 뭐...). 하여, 정부로 대변되는 중앙정치가 아닌 또 다른 정치세력 즉, 생활 현장에 뿌리박고 있는 건강한 풀뿌리정치 세력과 국적을 초월하는 새로운 지구 질서의 정치세력(유엔 말구 완전히 다른 놈으로다가...). 이 두 세력이 연대하는 길밖엔 대안이 없다.
그러면 이 두 세력은 어디서부터 잉태되어 나올 것인가?
바로 우리다. 너와 내가 만나서 머리도 맞대고 어깨도 걸치고 손도 잡아야 이놈을 잡을 수 있다. 그렇게 그물을 촘촘하게 쳐야한다. 그걸 거창한 말로 ‘연대'라고 부른다.
이게 내가 참여연대의 고액회원(?)인 단 하나의 이유다.
다음달에 <굿모닝 세미나>의 첫번째 동문회가 열리는데요...
그날 현재 자기가 필받아 있는 거에 대해 얘기하기로 했거든요...
아직 한달이나 남았는데, 전 오늘 필 많이 받아서 그동안 까먹을 까봐
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여기 게시판에 올려 공유도 하구요...
저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한 첫번째 행동과제로서
나를 끊임 없이 괴롭히는 개념어 '신자유주의'를 공부해 봤습니다.
오류가 있다면 제 공부가 부족한 탓입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어떻게 세계를 뒤덮게 되었는지, 칠레나 남미의 국가들이 어떻게 그 신자유주의 앞에 무릎 꿇게 되었는지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의 코 밑에서 살아 어떻게든 그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보려 애쓰는 남미 여러나라들...
그들의 몸부림들을 보며 연민을 느꼈었는데...
근데 오늘 하필 아른헨티나랑 축구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