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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광장 걸개그림 작업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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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린이날, 애끓는 마음을 안고 안산의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커다란 천막 지붕 아래 끝을 모르고 늘어선, 이백 개가 넘는 영정 사진들 앞에서 경악했고
다음 차례를 의식하며 기계적인 헌화와 짧은 목례 후 등 떠밀리듯 분향소를 빠져나오자 비통함이 더욱 커졌습니다.
'차렷, 묵념!' 하며 마이크로 장내를 정돈하던 야멸찬 호령이
슬픔일랑 한시바삐 추스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저 묵묵히 살아가라고 종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버이날 다음날인 금요일, 세월호 유족들이 대통령을 만나려고 신교동 네거리에 주저앉은 그 날,
고경일 선생님이 안산의 분향소에 보내질 걸개그림 작업을 제안하셔서 이틀 동안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SNS 공지 글을 보고 오신 저와 같은 심정의 시민들, 그림자 회원 분들과 밑그림을 채색하고
아이들의 영정 사진이 담길 자리에 못 다 핀 꽃 한 송이를 그려 넣었습니다.
참여하셨던 대부분의 시민들이 잠깐의 쉬는 시간도 마다하고 바닥에 엎드려 묵묵히 온 정성을 쏟았습니다.
작업하는 이들 빵이라도 사드시라며 지폐를 놓고 가시는 분도 있었고
코끝이 빨개져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셨던 젊은 엄마, 노란색 물감을 칠하며 어휴..어휴. 하시던 할아버지도 기억납니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면 가슴 속에 한 달 가까이 들어앉은 돌덩이가
조금 작아질 것 같았는데 여전히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사실 세월호 참사 전부터 꽤 오랫동안 돌덩이가 들어 앉아있었습니다.
저마다 돌을 품고 가라앉지 않을까 무섭기도 하지만,
돌의 무게를 견디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더 찾아서 해보려고 합니다.
그 날 그린 걸개 그림은 지금 안산의 분향소에 걸려있다고 합니다.
분향소가 하도 쓸쓸하고 썰렁해서 그림이라도 걸어야겠다고 생각하셨다는데
그저 그 곳을 찾은 이들이 저처럼 망각을 강요 당하는 느낌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절대 잊지 말아야겠지요,
스러진 삼백 송이의 꽃들을요.
모두 같은 마음이겠지요...
잊지 말고, 작은 행동이라도 힘을 보태기.
오늘 점심시간에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촉구하는 인간 리본 플래쉬몹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시청 앞 광장에서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나온 인근 직장인, 소식을 듣고 단체로 함께온 교복입은 중고등학생들, 아기를 업고 나온 엄마.... 삼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노란 플래카드를 들고 한 마음으로 다짐했습니다. (아래 사진)
5/17 내일 저녁6시 청계광장에서도 그 마음들을 함께 모아, 이후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만들어가보면 좋겠습니다.
아.... 열음씨 시청광장에서 여러날 고생 참 많았아요. 햇살이 너무 따가워서 잠시 머물러도 머리가 어질어질 하던데...
그 고운 얼굴 다 탄 건 아닌지... 저의 몫까지 대신 하고 있는 듯하여 몹시 죄송하고 안타까웠어요.... 감사합니다. 꾸벅~
지난 토요일 안산 단원고 앞에서 이 그림이 펼쳐지고 안산시청까지 행진하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고경일샘도 열음씨도 그리고 함께 했던 많은 분들 너무 고맙고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