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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기사]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의 ‘꿈 투사 워크숍-꿈거울로 참나를 만나다’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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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명상 체험기
한겨레 휴센터 명상체험 프로그램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의 ‘꿈 투사 워크숍-꿈거울로 참나를 만나다’ 참가기
“요새 얼굴 좋아진 것 같아.”
‘내 안의 감옥’에 갇혔다 나온 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얘기를 던졌다. 내친김에 지난달 28~29일, 한겨레 휴센터의 명상 체험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신문사 사원복지의 하나로 진행했지만 이 명상 체험 코스는 지금까지 교원, 일반 공무원, 회사원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단체 또는 개인 자격으로 참여해온 바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충남 공주시 사곡면에 자리잡은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진행했다. 태화산과 마곡천을 낀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잡은 연수원은 때마침 전날 내린 폭설로 장관을 이뤘다. 첫번째는 산책 명상. 백범 선생이 삭발한 ‘삭발바위’, 마곡사, 그리고 군왕대를 거치는 3㎞ 남짓 되는 산책길이다. 땅 기운이 강해 ‘가히 군왕이 나올 만하다’는 군왕대에 올라 잠시 명상을 한다. 실제 땅 기운이 세서 그런지 옛날에 시체가 많았다고 들어선지 정수리가 찌릿하다.
산에서 내려와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담소 스님은 18명의 참가자 모두 큰 원을 그려 손잡게 한 뒤 오른편에 있는 사람을 잘 기억해두라고 한다. 그다음 사람들을 마구 섞어놓고 처음 오른쪽에 섰던 사람을 찾아 그의 손을 잡으란다. 맞잡은 손은 사정없이 엉켰다. “손을 놓지 말고 실타래를 풀어보세요.”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여러 사람들이 10여분에 걸쳐 기차놀이를 하듯 빠져나오며 얽혔던 손을 점점 풀어간다. 마침내 하나의 원을 회복하자 모두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스님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응어리가 있을 때, 손을 놔버리면 실타래를 풀 수 없다. 여러 사람이 손을 잡고 있으면 어디서 잘못된 건지 보인다. 인간은 아무리 잘나고 못났어도 결국 모두 하나다”라고 말했다.
저녁 그림 명상 시간에 스님은 각자에게 종이와 색연필을 나눠줬다. “강, 산, 사람을 그리고 길, 나무, 꽃, 돌도 그리세요.” 얼마 뒤 스님이 풀이를 시작한다. “강은 무의식 상태를 가리켜요. 감수성이 많고 공감 능력이 있어요. 길은 이성을 말하는 것이고요.” 집과 사람의 거리는 가정적인 정도를 가리킨다는데 회사 동료 상당수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람을 그려넣었다. 대체로 가정적이기보다 사회성이 발달했음에 틀림없다. 밤엔 저마다 20년 뒤 소원을 적은 풍등을 띄웠다. “읽고 쓰는 일이 여전히 즐겁기를”, “부모님께 매일 전화하기”, “지금의 외모 유지(그때는 동안 되겠지?!)” 등 다들 진심을 담아 쓴다. 불을 붙여 하늘 높이 올라가는 풍등에 사람들은 탄성을 터트렸다.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의 꿈 투사 워크숍. |
기세를 몰아 지난 5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의 ‘꿈 투사 워크숍-꿈거울로 참나를 만나다’에 참여했다. 지난달 행복공장을 마치고 나서 묘한 꿈을 꾸기도 했고, 강사인 꿈분석가이자 신화학자인 고혜경 박사(신화와 꿈 아카데미 원장)에게 여러번 권유받기도 했던 바다. 이 강좌는 꿈을 도구로 마음을 탐색하면서 영글지 못한 갈망과 염원, 관계의 패턴을 분석한다. 상처를 치유하며 잠재된 가능성과 힘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이날 오전 참여연대 아카데미에 19명의 참가자가 둥그렇게 모여 앉아 꿈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9차례 워크숍을 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아온 사람들 사이에 불쑥 끼어들어 죄송하다는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참여했다.
본격적인 꿈 분석 시작. 사람들은 각자 한주 동안 꾼 꿈들의 제목을 짤막하게 돌아가며 발표한다. 얘기를 다 들은 고 박사가 운을 띄웠다. “오늘은 유난히 ‘먹는 꿈’이 많네요. 먹는 건 영적인 자양분을 뜻합니다. 내면을 살찌우는 데 대한 목마름이 있고, 그런 작업이 여러분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의 거울인 꿈으로 확인하게 돼 반갑습니다. 우리는 상처에 대한 방어기제로 감정을 얼어붙게 하죠. 있는 그대로 느끼면 힘드니까요. 내가 어떤 성공을 하든 내 문제를 대면하지 않고 물길을 딴 데로 돌린다면 나는 결국 바뀌지 않습니다.”
맞는 얘기 같긴 한데 조금 반발심이 생긴다. 자기 성찰만 강조하는 건 신자유주의의 작동 기제이며 새로운 노동력 관리 방식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그는 말을 이어간다. “내 아픔에 대한 감각을 모르고 내 아픔과 타인의 아픔을 동일시하는 건 자기 연민이지 자비심이 아닙니다. 아프지만 대면해야 하고, 슬픔과 분노를 흐르게 하고 표현해 내면 그게 나를 비옥하게 하는 자양분이 됩니다.” 아픈 데를 푹 쑤신다. 말투는 부드럽지만 벼락처럼 일갈한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한 사람이 적어온 꿈을 자세히 말했다. 다른 이들은 노트에 그 내용을 받아적으며 “조금 천천히 해주세요”라고 요청하거나 적극적으로 질문한다. “그 사람은 누구죠?”, “어떤 이미지예요?”, “실제의 그를 생각하면 뭐가 떠올라요?” 등. 그러곤 바로 “내가 만약 이 꿈을 꿨다면…”으로 시작하는 ‘꿈 투사’ 작업을 시작했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꿈을 나름대로 분석해주는 것이다. 얘기를 다 들은 고 박사도 마무리 발언을 한다. “꿈을 기억한다는 건 꿈이 말하는 이슈를 내가 다룰 능력이 있다는 얘기죠. 꿈속의 나한테 돈이 많았다는 건 내가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말도 되고요.”
잠시 휴식 뒤 또다른 이의 꿈 작업을 시작한다. 누군가 죽고 죽이는 이야기가 나오고, 물고기, 어항, 흙탕물 같은 상징적인 장면도 나온다. 꿈 분석 때 자살을 하거나 누군가를 죽인다는 건 대단히 긍정적 상징이라고 한다.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가장 믿을 만한 표식”이라는 것이다. 흙탕물이 보이는 것도 내면의 변화를 가리키는 것일 수 있기에 비슷한 대접을 받는다. 고 박사는 이 꿈에 대해 “새로운 시작, 엄청난 변화, 에너지를 잉태하는 큰 전환을 가리키는 것 같다”고 정리했다.
기자 또한 다른 사람들의 꿈 얘기를 들으며 중간중간 질문하고 투사에도 참석했다. 말한 내용은 이랬다. “이 얘기가 내 꿈이라면… 사람들과 자신이 서로 외면하는 것 같다. 내 생각은 따로 있는데 사람들은 딴소리만 하고, 나도 그걸 못마땅해한다. 서로 껴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깨너머 배운 짧은 소견이었지만, 분명한 건 그런 점이 바로 나의 상태와 연결된다고 느꼈다는 점이다. 이 얘기는 세번의 프로그램에 대한 총평과도 다름없다.
어차피 이번 생에 깨닫기도 글렀고 ‘나는 나, 너는 너’로 분리하며 사는 것이 합리적이고 어른스러운 삶이라고 여겨온 바다. 하지만 세상의 선지식들은 ‘당신이 싫어하는 타인과 당신도 하나, 사물과 사람도 하나, 온 세상이 하나’라고 한다. 세번의 내면 탐구 프로그램도 모두 비슷한 화두를 던졌다. 그리하여 내면에서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고 할밖에. ‘자, 이제 먼지 털어냈으니 본격적으로 내면의 눈까지 부릅뜬 삶을 시작해볼까요?’라는.(저, 죄송한데, 외면하면 안 될까요? 안 되겠죠? ㅠㅠ)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