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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미란의 창조성놀이학교-'사랑을 누비다'
- 낮설음 그리고 설레임이 공존했던 6주는 적당한 속도로 흘러갔다.
다시 시작한 서울살이 5년만에 참여연대 아카데미에 문을 두드렸다. 카페통인에서 차를 마시고 숱한 전시회를 보았지만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수업을 선택하는데 두가지 단어가 크게 작용을 했다. 신뢰 그리고 창조성.
이미 ‘제미란의 창조성 놀이학교’ 수업을 경험한 분을 알고 있었고, 그 선생님의 선택이라면 믿고 선택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있었다. 그래서 그 수업이 무슨 수업인지조차 모르고 기다렸는데 봄학기 프로그램이 오픈되고보니 ‘창조성’이라는 내 인생에 꽤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단어가 포함된 수업명이었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는 바느질로 사랑을 누빈다는 부제가 적혀있었는데,, 바느질과 사랑이 만나서 어떤 창조성을 자극할지 궁금해졌다.
또한 벨훅스의 <올 어바웃 러브>라는 책을 함께 읽을 것도 기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형성된 커뮤니티 안에 들어가는 것은 낮설고 긴장되었다.
이런 설레임과 긴장으로 시작된 창조성놀이학교는 회차가 진행될수록 편안하게 다가왔고 매주 다른 시와 텍스트를 읽고 서로의 경험과 느낌을 나누며 서서히 긴장이 풀렸다. 또한 기존 회원들의 관계를 한 발자국 떨어져 지켜보면서 축적된 시간이 만들어낸 촘촘한 신뢰와 연대감 그리고 짙은 사랑을 볼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언어가 존재하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고 서로를 향한 존중이 자연스럽게 스며있었다. 매주 여는시와 닫는시를 준비하는 사람은 참여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시를 찾으며 행복한 고민을 했고, 챕터별로 발제를 준비하는 사람은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을 고르고 발문을 하며 유쾌한 고민을 자청했다. 더불어 바느질로 한땀한땀 수를 놓고 누비는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한 반복적 행동이 주는 평화로운 명상의 순간을 맛보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와 개개인의 창조성은 우리들을 디자이너로 만들었다. 가방의 모양을 고민하고 조끼를 재단하고 이불의 배색을 맞추는 우리들은 천과 실 바늘을 친구삼아 창조성놀이학교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재미있었던 놀이의 경험과 기억은 이미 다음학기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자리잡았다.
마지막 시간에 받았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적는 것으로 후기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 바느질은 당신에게 무엇이었나?
나에게 바느질은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가는 다리였다. 바늘이 들고나는 반복적인 행위를 계속 하다보면 시간이 흐르다가 멈춘듯한 느낌을 받고 바느질을 하는동안 오르락내리락하는 숱한 생각과 감정들은 어느순간 정적인 상태가 되었다. 그냥 묵묵히 제 속도로 걷다보면 도착하는 그곳이 있고 그 중간중간에 만났던 널뛰는 감정들도 반복적인 행위 안에서 평정상태로 찾아드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또한 뾰족한 바늘이 가는 실과 짝을 이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면을 보고 있으면 ‘시간의 축적’데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난 6주동안 무엇을 경험했나요?
사실 이미 형성된 커뮤니티 안에 흡수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어색함이 있었다. 그러나 한주한주 시간이 갈수록 편안해짐을 느꼈고 서로를 향한 정과 마음씀은 관계의 온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3ㅍ’(편견, 판단, 평가)에 집중했었는데 사람과 상황에 대한 내 안의 편견과 판단, 평가가 올라올때마다 짧은 알아차림 명상으로 ‘3ㅍ’을 견제하고 생각과 감정을 환기시키는 연습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