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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하학교 후기] 대수롭지 않은 것에 대한 저항
<대수롭지 않았던 것이 사실은 아주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서로를 서로가 불리고 싶은 별칭으로 부르며
평등한 서클에서 대화하고 함께 성장했다.
와하학교 덕분이었을까?
나에게는 두 가지 변화가 찾아왔다.
첫 번째는 [부당한 것에 대해 자기표현]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일이었다. 같은 빌라에 사는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는 공용 주차공간에서
유독 한자리를 본인의 개인 주차공간처럼 사용하시고, 다른 입주민들 사용을 막았다.
그 자리에 주차를 한 덕분에 할아버지에게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면서,
오랫동안 내 자리였으니 주차하지 말라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예전 같으면,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하며 그냥 피했을 텐데,
"이 땅이 할아버지 개인 땅이 아니고 공동의 공간인데, 이러시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나의 의견을 표현했다.
물론, 와하학교에서 배운 대로 유쾌한 저항이 아닌,
서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빌라가 쩌렁쩌렁 울리는 다소 불쾌한 저항이 되긴 했지만,
어찌 처음부터 잘 하랴! 이렇게 첫 스타트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와 서로 화해를 청하는 제스처로 마무리가 되었다.
몇몇 입주민들이 그 할아버지와는 대화가 안 통하니 그냥 말도 섞지 말라는 소리를 들은 터이긴 했으나,
그래도 누군가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그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두 번째 변화는 나보다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 6살 난 첫째 딸은 교회에서 스티커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교회 동생이 자기 엄마를 데려와, 스티커를 한 장 달라고 청했다.
그 엄마도 곁에서 우리 아이가 스티커 몇 장 중 하나 줄 것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분위기에 못 이겨 한 장을 내어주고는, 딸아이는 내게 울상을 지어 보였다.
내가 물었다. "왜? 스티커 한 장을 주고 싶었던 거 아니야?"
딸은 "스티커 한 개를 주려고 한 거야. 한 장은 아닌데, 엄마가 가서 돌려받아줘~"
나는 줬다가 도로 달라고 하는 상황이 귀찮기도 했고, 그 아이 엄마가 나를 쪼잔하게 생각할까 봐 그냥 넘어가고 싶었지만,
딸의 표정은 무척이나 심각했다. 자기의 의사와 다르게 분위기에 의해 억지로 주게 된 것 때문에 불편해했다.
"그래... 네가 말을 못 하겠으면 엄마가 도와줄게. 그렇지만, 너도 직접 가야해. 엄마는 너를 돕는 역할이니 시작은 네가 하는 거야."
스티커 한 장을 돌려받으러 갔다. 그 아이 엄마가 스티커를 사러 가야겠다고 했을 때, 다소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스티커를 돌려받고 자기 자리로 돌아온 딸아이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앞으로도 너에게 강요된다고 해서 억지로 할 필요 없어. 네 생각을 표현해도 되고.
그리고 엄마는 도와줄 수 있지만, 스스로를 위해서 나서는 건 네가 하는 거야."
모르겠다...
주차 문제로 나이 많은 할아버지와 불편한 대화를 하는 것과,
6살 어린아이의 스티커 한 장 돌려받는 일이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전에는 대수롭지 않았다.
귀찮았고, 중요해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와하학교를 통해서, 대수롭지 않았던 것들이...
사실은 중요한 순간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사익을 주장하며 공익을 해치는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도 있고,
억지로 강요되는 것을 향해 담대히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좋은 시민이 되는 첫걸음은,
어쩌면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아주 작게 나와 내 가족, 주변 이웃과 동료들에게 먼저 실천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실로 위대한 변화는
그렇게 작고 단순한 것들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한다.
나의 변화를 환영하고,
그 변화를 이끌어준 와하학교와 꽃잔디님께 감사하다.
후기를 쓸 수 있게 좋은 영향을 끼쳐주신 댄스님을 비롯한, 와하학교의 여러 동지들께 감사하다.
함께 나누고 웃고, 떠들고 하는 시간 동안 나의 [좋은 시민 행동력]은 한 뼘 더 자라지 않았을까?
저 송송이예요~
이런 감동적 후기는 내 평생 처음... 까지는 아니고^^
이런 귀한 경험,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상황이 벌어지는 건 한순간이니
"나중에는 (배워서) 다르게 행동해야지 말해야지"
생각하고는 미루고 유예해 온 것들이 쌓여있다고 생각해요.
와하학교 ㅡ 매주 하루이고 전체가 7-8번 회차이지만
이렇게라도 모여서 서툴지만 열의가 있고 마음도 여린 이들끼리
삶을 잠깐씩이라도 붙잡아두고 다시 생각해보고
실천할수있는 방법과 방향들을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배움에 있어 엄청 큰 삶의 재료들을 가득 펼쳐놔주셨던
옥이님에게 너무 감사하고
다른 참여자분들께도 존경과 고마움 전합니다.
유쾌하게 잘~ 살다가 언제어디서든 또 만나요
만나지 못하더라도, 항상 맘속으로 응원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들의 좋은삶 유쾌한변화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