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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한국사회의 길을 묻다] 5강 - 민주적 법치와 사법개혁의 방향
참여연대 20주년 기념강좌
[참여연대, 한국사회의 길을 묻다] 5강 - 민주적 법치와 사법개혁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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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강 (04.08) 경제민주화의 쟁점과 방향 / 전성인 ▷ 후기 보기 (클릭)
• 3강 (04.15) 시민운동, 정당정치, 시민정치 / 정상호 ▷ 후기 보기 (클릭)
• 4강 (04.22) 복지국가의 현단계와 미래모색 / 윤홍식 ▷ 후기 보기 (클릭)
• 5강 (04.29) 민주적 법치와 사법개혁의 방향 / 한상희
• 6강 (05.13) 동아시아와 한반도 / 이남주
• 7강 (05.20) 평화권과 평화국가를 위하여 / 이대훈
• 8강 (05.27) 참여연대, 한국사회 길을 묻다 / 이태호
1894년 갑오개혁을 통해 처음으로 근대적 사법체계를 도입한 이후, 한국의 사법체계는 12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왔다. 그 세월 동안 일제로부터의 강제지배를 받았고 독재정권들을 거쳤고, 그 조류에 편승하여 국가권력을 대표하고 행사해 왔다. 정치적 민주화 이후 27년. 한국의 사법체계는 지금 누구를 위하여 그 위치에 서있는가. 그들은 이제 ‘진정한 국민의 사법부’가 되었는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한 강의가 4월 29일에 진행되었다.
법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흔히들 한국의 헌법을 연구하거나 조금이라도 들여다 본 사람들이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한 가지가 있다. ‘한국의 헌법은 상당히 진보적이다’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헌법이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주된 가치로 두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우리 한국사회는 상당히 사회적인 성격이 강한 헌법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입헌주의와 법치주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응당 헌법이 가진 가치를 반영하여 적용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은 헌법 예하 모든 법들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이 가진 원리가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가. 국민, 즉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의 법들은 자본과 물질의 문제로만 환원이 되어버렸다.
법의 지배는 무엇인가
최근 10년 동안 법치국가, ‘법에 따라’라는 단어들이 유독 많이 강조되었다. 시위가 있을 때마다, 또는 중대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정부와 여당은 앞 다투어 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해왔다. 그러나 한상희 교수는 이것이 뭔가 거꾸로 되었다고 말한다. 법치의 확립은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할 말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대통령에게 요구해야 하는 말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는 또 하나의 지적을 덧붙였다. 법치의 확립은 헌법에 따라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인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그렇지 않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법치의 실현, 법의 지배는 자신들의 관료적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형식적인 의미의 수단에 해당되는 것인데, 한상희 교수는 이런 법치가 아니라 시민들이 국가권력을 실질적으로 견제, 감시하는 실질적 의미의 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사회의 법은 어느 단계에
한상희 교수는 법의 3가지 발전단계 모형을 제시했다. 첫 번째 단계는 근대화, 서구화의 과정으로, 저개발 국가들의 개발과 관련이 있는 발전 단계이며, 공법과 관료법 중심의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신자유주의의 법화 과정으로, 사법개혁을 중심으로 한 사법(私法)체제의 도입과 관련되어 있다. 세 번째는 법의 재배로서의 법의 발전 과정이다. 이 단계는 인권의 보장과 역량강화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단계인데, 아직 지배적인 국면은 아닌 단계이기도 하다. 세 번째 단계를 제외한 나머지 두 단계는 사람을 중심으로 두고 있지 않으며,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아직 첫 번째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87년 6월 항쟁 이후 보수화되어 버린 사법구조를,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법이 아닌 국민의 사법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
1939년, 미국 예일대 로스쿨 교수였던 프레드 로델 교수는 「Woe unto you, lawyers!」라는 제목의 책(한국에서는 올해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에서, 법률가들이 행정부와 입법부 등 요소요소에 들어가 있으며, 이들 법률가들이 관여하는 곳에는 권력분립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꼬집었다. 한국은 어떠할까. 전관예우와 같은 제 식구 감싸기로 얼룩진 법원, 형사사법권을 독점하고 법무부를 장악한 검찰, 전관예우를 받으며 거악을 대변하고, 모든 법률사무를 독점하는 일부 변호사들. 법률만능주의와 부패, 엘리트주의에 물든 한국의 사법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상희 교수는 법률가 양성제도의 개혁, 법 조직의 개방, 선거를 통한 법관 선출, 국민의 사법감시 및 참여 강화, 법률서비스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상호견제, 자율적 통제체제 구축 등을 통해서 견고해진 법률가들의 성(城)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혁의 새로운 가능성
2009년, 몇몇 대학들의 법과대학이 사라진 후 그 자리를 채운 법학전문대학원들이 문을 열고 신입생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그 법학전문대학원들은 5년의 시간 동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로스쿨로 진학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무수히 늘어났다. 이제 로스쿨 졸업생 1, 2기생들이 막 법조계로의 진출을 시작했다. 사법시험을 통한 ‘완벽한 법학 혈통’이 아닌 다양한 전공과 분야를 가진 사람들의 진출. 법과대학이라는 테두리로 공고하게 유지되었던 법률가들의 성이, 이제는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법연수원과 같이, 국가가 아닌 시민사회에서 법률가를 양성하는 체제가 안착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아직 비대한 검찰권력을 조정하고 사법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체제 등이 더 보완되어야 하지만,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법학 혈통’의 성역이 뒤틀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좀 더 국민을 위하는 사법체제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참여자 토론>
1. 정책이 아닌 연줄과 학연으로 사람이 선택되는 이 상황에 문제가 있다. 사법개혁에 시민들이 나서야 하지만, 잘 알지 못하고 실생활에서 와 닿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인 듯 하니 시민들이 사법개혁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 법관 직선제의 선출 구조가 어떠한지 등에 대해 자세히 모르겠다. 법무부를 검찰이 장악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법무부는 어떠해야 한다라는 부분이 보완되었으면 한다.
3. 선출된 국회의원들도 제대로 역할을 다 하지 않는데, 과연 법관들이라고 다를 지가 의문이기는 하지만, 법원과 검찰의 권력자들을 직선으로 선출하면 사법부 내 서열구조를 깰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듦.
4. 법관 직선제가 세력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까지 포함한다는 전제에서 일부 재판관을 국민들이 선출하는 방안도 있다고 본다. 로스쿨이 사법개혁의 일환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