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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위기와 경제민주화] 3강 장석준, 99%, Too big to fail
3강, 99%, Too big to fail
[2012 강좌 후기 ③] 신자유주의가 답이 아니라면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참여연대는 10월 9일부터 30일까지 '2012년 가을 민주주의 학교'의 일환으로 <세계경제위기와 경제민주화>라는 시민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아래 후기는 지난 23일 3강 장석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부소장의 강연으로 진행된 '99%, Toobig to fail' 후기입니다. 이 후기는 회사원 정재호 회원께서 작성해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석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부소장의 강의는 2008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그 이후 어떻게 세계 전체에 영향을 미쳤고, 정치 사회적 변혁을 촉발시키게 되었는지를 소위 "1968 세계혁명"이라고도 불리는 68년 당시의 상황과 비교하며 설명한다. 이 강의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1968년의 상황은 물론 2008 서브프라임 사태와 2011 아랍의 자스민 혁명 당시에 그 사태들이 인류와 역사에 주는 의미, 영향에 대해 무관심 했던 나를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새로운 주류로 등장한 케인즈주의 경제는 44년 발동된 브레턴우즈 체제와 더불어 "자본주의의 호황기"를 누리며 30년 동안 승승장구한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을 비롯한 신생독립 국민국가들이 다수 생겨나고 유럽에서는 복지국가가 등장했으며, 노동자조합의 세력도 날로 번창하며 소위 "진보의 시대"가 꽃을 피운다. 그러다가 자본과 노동의 세력이 모두 막강해진 70년대에, 장석준 부소장에 따르면 이 두 세력간의 전면 대결이 불가피해졌고, 이 대결에서 자본의 세력이 승리함으로써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게 되는 배경이 된다고 그는 해석한다. 자본과 노동간의 '권력투쟁'이 신자유주의를 촉발하게 되었다는 정치, 사회학적인 해석은, 선뜻 수긍이 가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운 해석이라고 생각되었다.
1971년 닉슨쇼크로 말미암아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불안정성과 휘발성이 증폭된 경제는 영국의 외환위기, 프랑스 미테랑정부의 개혁 실패, 라틴아메리카의 외채위기, 동아시의 외환위기, 미국의 닷컴버블 붕괴 등 수많은 금융 및 경제위기를 촉발시킨다.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는 노동과 남반구를 제압하는 금융자본주의가 주도하는 시대로 돌입한다. 그런데 금융세력의 경제지배, 민영화 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중자본주의"이론으로 설명되는, 노동자 세력들의 동의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대중이 스스로를 자본가라고 여기고 자신도 주식투자, 부동산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말이다.
그럼 이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살펴보자. 2009년 미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아이슬란드의 경제가 붕괴하고 영국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시위 ,칠레에서의 시위가 일어나고 튀니지에서 한 대졸 무직자의 분신을 계기로 일어난 민주화 열풍이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 아랍세계로 퍼져 나갔다. 또한 금융위기의 여파로 재정위기에 몰린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유럽에서도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이어 일어났다. 일련의 사건들의 결과로 아이슬란드에서는 긴축정책을 거부한 좌파-좌파 연정이 들어섰고 아랍 일부 국가에서는 독재정권이 무너졌으며 그리스에서는 '급진좌파연합'이 2차 총선에서 27%의 득표를 받아 제1야당이 되었다. 그리고 2011년 드디어 위기의 본산지인 월스트리트에서 "월가를 점령하라", "우리가 99%다"와 같은 금융자본에 맞서는 시위가 일어나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2008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시위, 투쟁이 1968 혁명과 같은 점은 청년층이 투쟁의 중심이라는 점이다. 반면 다른 점은 68년 시기의 청년들은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되어 있었지만 현재의 청년들은 일자리가 막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차이점은 SNS 와 같은 정보통신기술로 말미암아 권력이 수평화되었다는 점이다.
한편 "점령하라"로 대표되는 청년층 주도의 사회운동의 한계와 도전과제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대다수의 노동자, 서민, 중산층은 신자유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세력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이제는다수의 지지를 받는 개혁을 정말로 실현시킬 수 있도록, 이들이 개혁적인 정치세력과 결합하는 소위 '정치세력화'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폭발적인 호황과 성장이라는 화려하기 그지없었던 잔치 후에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불황의 터널 속에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하에서 서민들과 중산층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양극화도 계속 심화되었다. 기득권과 가진 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내놓기에 인색하고, 권력을 쥔 자본세력은 정치권과 노동자들의 요구를 가능한 한 외면하려고 하고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를 포함한 전 지구적인 환경위기까지 겹쳐 인류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다. 쉽지 않겠지만, 희망을 가지고 인류가 앞으로 매진해야 할 과제는 화폐, 금융 제도 개혁을 통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고, 안정된 경제체제하에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인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중 각자가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일처럼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며 끊임없이 개혁을 이루어나가도록 서로를 북돋워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