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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다른이름으로 저장하기> 2강, 진보와 정치적 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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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느티나무 20102 가을강좌
[민주주의학교] 진보, 다른이름으로 저장하기 2강(09/25) 후기
① 1강 <21세기 진보의 재구성> 후기 다시보기 >> 클릭
‘진보.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2강의 시작에 앞서서 폴리티컬 컴퍼스 설문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폴리티컬 컴퍼스를 통해 수업 전에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 ‘내게 진보는 □이다.’에 이어 ‘내게 정치는 □이다.’에 자신의 생각을 기입하고, 그 이유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네모 칸에 여러 가지 다른 답이 채워졌다. 교육감이 바뀌고 나니 아이들이 인권 관련한 가정통신문을 받아온 것을 보고, 아이들 보육 지원료가 나오는 것을 보며 정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시며 ‘일상’이라고 답하신 분도 있었다. 또 정치는 자신의 숙명이라고 답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강연해 주신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께서는 진보라는 의미의 재정립화의 필요성을 역설하시며 정치는 공적인 일에 참여하고 관여하는 일이라고 정의를 하며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과거 그리스에서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으나 지금 우리 운동권들은 ‘자신은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다. 권력에 관심이 있어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하는 세태를 꼬집었습니다.
*정치와 유리된 진보란 가능한가?
정치가 이상사회를 만들 수 없고, 일상에서 권력. 위계. 강제. 복종과 같은 요소들을 없앨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그 정당이 유능함을 발휘하고 대중의 기대를 받을 때, 그 정당에 기대를 거는 사회적 약단 집단도 무시당하지 않고, 주체적 시민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정치가 가능하지 않다면, 소외된 사회집단은 좌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약 계층들이 정치를 멀리하게 됨에 따라 특정 집단이 자신들에게 유익하도록 정치를 움직여 나가게 됩니다. 오늘날 한국 정치가 상층계급의 전유물일 수 있는 데에는, 진보의 책임도 큽니다. 진보적인 것을 앞세우고, 운동의 고결함과 진정성만을 고집하며, 반정치주의의 도덕성을 뒷받침했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 속에서 성과를 낼 유능함을 진보가 갖지 못했다는 게 문제이지 정치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진보가 정치에서 사회에 유익한 성과를 내려면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진보의 성장과제
정파 때문에 문제라는 말이 있는데, 정파를 만드는 것은 정치에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정당을 제대로 만드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정당의 형성기 내지 전환기에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 없이는 강력한 대중권력은 불가능 하고, 정당은 정파 권력들의 놀이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지는 용서되지 못한다’라는 말처럼 정치에서 무능력은 변명될 수 없습니다. 리더십과 권력의 문제를 회피하고 이룰 수 있는 정치적 성취는 없습니다, 권력을 통해 권력을 통제하려는 접근, 야심을 통해 야심을 견제하려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속에서 어떻게 목표를 성취할 지가 진보가 해야 할 일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진보의 편향된 이해
그간 진보는 자신들만의 민주주의가 갖는 특별함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정치에서 옳음은 하나가 아니라 복수입니다. 특히 민주주의는 여러 부분적 옳음을 말하는 정당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 사회적으로 선한 결과를 낳고자 하는 체제입니다. 가끔 진보만이 옳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보수를 박멸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수 없는 진보만의 세상이 가능하다면 그는 전체주의일 것입니다. 이견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견을 갖는 집단들의 합리적인 경쟁과 공존을 통해서 만이 진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성공한 진보정당들의 과거 경험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입니다.
*좋은 진보 정치가란?
정치에서 운동에 대한 헌신을 내세우거나 역사나 이념을 과도하게 이상화하는 접근은 진보적 엘리트주의에 불과하며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사보나롤라는 도덕주의적 진보파의 전형적 인물로 타락한 사회를 정화하고자 스스로 대속의 십자가를 지는 자세로 통치를 했습니다. 도박을 금하고, 매춘을 금하고, 후에는 술을 금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갈등과 분열 불안한 현실은 여전했고 시민들의 불만은 쌓여갔습니다. 이 때 교황과 귀족의 음모로 그의 통치는 처참하게 무너졌고, 화형에 처해지고 말았습니다. 탁월함이 정치에 기여해 좋은 정치를 할 수는 있으나 다수의 판단과 함께 가야만이 성공 가능하다는 것을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치학을 잘 아는 사람이 정치를 잘 할 수 있을까요? 정치학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정치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플라톤이나 루소도 현실 정치에서는 실패했습니다. 정치는 누구나 다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더 이론에만 집중해 현실 정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오류에 빠지기도 합니다.
*진보의 가치
보수가 ‘현실’을 고정시켜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기반 층을 다질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보수는 ‘현실의 변화와 개혁을 통해 발전된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 어떤 미래를 제시해야하는지에 대한 지향과 관점은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파적 분열과 사상투쟁의 가능성이 큽니다. 뛰어난 누군가가 나와 미래상을 제시한다 해도, 불확실성을 띄므로 진보는 실력이 없으면 정치적으로 성장하기에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진보의 도전의 벽이 높은 것은 진보의 성취가 더 빛나고 효과가 오래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좀 더 인간적이고 좀 더 정치적 이성을 갖춘 실력 있는 진보파가 나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는 현실 개혁을 이루어 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강연 : 박상훈 후마니타스 출판사 대표
후기 : 강가혜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