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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와 시민불복종 2강 -시민불복종은 불법인가 (5/22)
얼마전 반값등록금집회에 나간 대학생들에게 200만원의 벌금고지서가 날아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 대부분은 ‘너무하다’고 했다. 등록금 400만원이 없어 거리에 나왔던 청년들에게 ‘반값고지서’라니.
그런데 저 벌금이 너무하다는 건 둘째치고,‘ 학생들이 한 행동이 불법인가?’ 라는 질문을 다시 해보자. 아마 불법이다 아니다, 여러 의견이 충돌할 것이다. 반값등록금 뿐만 아니라 다른 집회도 마찬가지다. 물론 반값등록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반값등록금집회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로 장벽을 만들고 사이렌을 울리고 경고방송을 쉴새없이 내보내는 경찰들의 ‘불법집회를 하고 계십니다’라는 말에 동요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강의에서는 드워킨의 『법의 권리』와 롤즈의 『정의론』을 중심으로 시민불복종과 법에 대해 배웠다. 저서 내용의 체계적인 정리를 기반으로 책을 읽듯이 풀어나간 이번 강의로, 막연하던 시민불복종의 의미에 대해 배웠다.
1. 드워킨의 법의 권리
드워킨의 시민불복종론을 시작하자마자 교수님은 이번 강의에서 제일 핵심적인 지적을 한다. 바로 시민불복종이 사회적으로 도덕적인행위일지언정 법적으로는 허용될수 없다는 인식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법을 어겼다면 처벌해야 모두에게 법을 공평하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틀린 지적이 아니므로 충분히 의미있는 문제다. 드워킨은 시민불복종이 법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한발자국 더 나아가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시민들이 불법을 통해 그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려는 게 아니다. 불법을 통해 그 법 자체가 타당한지 아닌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불복종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징병 거부를 든다. 베트남 징병거부가 불법일수 있다는 논리에 맞서 징병 자체에 대한 헌법적 문제점을 제시함으로서 시민의 징병거부가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시민불복종은 ‘의심없이 타당한 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 자체에 문제제기를 하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시민참여의 한 방법이다.
만약 시민이 어떠한 법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시민의 의견과 달리 나오게 된다면? 드워킨은 아무리 헌법재판소에서 그 법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더라도 개인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법을 지키는데 소극적이어도 된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대법원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충성스런 반대’로서 대법원이 보다 합당한 결론을 내기 위한 과정중 하나다.
드워킨은 시민 불복종으로 인한 피해보다는 각자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때문에 시민불복종자들을 위한 정부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 검사는 시민불복종자를 기소하지 않는 것으로, 의회는 불복종자의 처벌을 완화하는 법령을 만드는 것으로, 법원은 불복종자들을 유죄판결 하지 않는 것으로 각자의 역할을 해야한다. 그렇지만 검사와 판사, 입법기관의 역할은 역할모델일 뿐이지 현실과는 약간 동떨어져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역할제시는 기본적으로 그들이 이 과제를 받아 들일거라 거라 믿는 신뢰가 먼저 있어야 한다. 아무리 ‘그래야 한다’고 이야기 하더라도 의무가 아닌 권유이기 때문에 기관이 시민불복종자들을 어떻게 대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드워킨의 나라 미국은 잘 모르겠으나 한국은? 음.... 나는 잘 모르겠다. 어떤 악법도 날치기처리가 가능하고, 자본주의를 연구하는 동아리활동만 해도 국가보안법으로 잡혀들어가는 나라에서 검사 판사 국회의원을 믿으라니 씁쓸하다.
△ 로널드 드워킨 (출처:경향신문)
법철학 시민불복종론에서 드워킨과 맥을 같이하면서도 양대산맥을 이루는 학자는 존 롤즈이다. 드워킨은 책을 읽으면 이야기를 듣는것처럼 서사의 흐름이 있지만, 롤즈의 책은 개념과 목차를 중심으로 항목정리에 충실한다. 막상 읽을때는 잘 이해가가지 않지만, 하나하나씩 다 이해하고 나면 퍼즐맞추듯 깔끔하게 정리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특징이 있으니 책을 읽을 때 참고하고 보면 될 듯하다~
2. 존 롤즈의 시민불복종론
위에서 말했듯이 롤즈의 시민불복종론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드워킨과는 달리 롤즈는 시민불복종이 명백하게 불법(실정법에서)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시민불복종은 허용되어야 한다. 롤즈는 시민불복종이 정의의 제 2원리 가운데 기회균등의 원리를 침해하는 부정의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부정의의 정도가 심각하여 계속적으로 국가와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주어야 시민불복종이 정당화 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개선 시도가 통상적인 입헌 절차를 통해 충분히 시도되었으나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시민불복종이 필요하다.
1강에서 소개했던 소로우는 개인이 생각하기에 부당한 점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벌인 후에,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았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을 쓸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롤즈는 폭력이 수반된다면 시민불복종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본다. 폭력은 시민불복종의 본질을 침해한다. 정말 폭력적이고 기본적으로 부정의한 체제로 개인에게 폭력을 가할 경우의 폭력적 시민불복종은 정당방위지만 역시 시민불복종이라기보다는 저항권의 정당한 사용이라고 본다. 시민불복종의 수단으로 다른 행정법규를 위반하거나 하는 방법을 통해 악법의 부당함에 대해 계속적으로 호소는 할 수 있지만 비폭력성을 끝까지 유지하여야 한다. 강의를 한 후 질문시간까지도 ‘폭력이 시민불복종으로 허용될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었는데,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정태욱 교수님의 의견이었다.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대통령이나,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 역시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했으므로 만약 그들이 제대로 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책임의 일정정도는 시민들에게 있을 수 있기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라는 말이었다. 사실 롤즈가 말하는 국가에서 생기는 지속적이고 치명적인 부정의란 국가의 구성원인 시민이 모른척할 때 생길 수 있다.
학계에서는 드워킨과 롤즈를 자유주의자라 말한다. 자유주의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시장)자유주의자를 말할 때 쓴다. 금융이나 시장의 법적규제를 풀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말하고 부정적으로 쓰일 때가 많다. 하지만 정태욱 교수님이 말하는 철학적 자유주의란 자기한계를 스스로 인식하는 체제다. 어떤 사회나 국가도 스스로가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하며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사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또한 개인의 문제제기가 타당할수 있으므로 개인이 신념대로 행동할 권리를 허용한다. 드워킨과 롤즈의 시민불복종론, 필요할 때만 자유를 내세우는 우리사회의 일부 구성원들이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글 : 신동은 수강생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