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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젠더] 차이를 가진 존재들을 살리는 길
<여성과 퀴어운동의 분리주의를 넘어>를 제목으로 하여 '누가 여성이고, 진짜와 가짜 구분- 뭣이 중한가'를 논하였다. 지금다시 젠더를 묻는다 3강 시리즈 중 두 번째 강의였다. 가족구성권연구소 소장 역할하시는 김순남님은 장애여성공감에서 오래 활동하셨다고 한다. 두 시간 반이 짧았다. 공감과 연결, 확장을 통해 해방으로 나아가자. 서로 다른 경험을 지녔더라도 같은 의제로 연대하자는 간곡한 메시지가 특히 와 닿았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운동 혹은 정치 혹은 연구가 페미니즘이라는 작은 오해와 여남간 상호 적대, 혐오현상을 짚는다. 그러면 여자란 무엇인가. 누가 진짜 여성인가로 흘러가버리는 분리주의는 페미니즘의 본질과 닿는가. 강의는 이 질문으로 시작하여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확인한다.
페미니즘 운동이 만들 사회는 누구도 이성애 중심적인 가부장제에 의해 성별 규범에 맞춰 살도록 강요당하지 않는 사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이해하고 존중할 기회와 자원이 동등하게 주어지는 사회 그러므로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학교에서 내쫓기지 않는, 법제도와 공동체가 인권을 다수결로 저울질하지 않는 사회여야 한다.(2020-02-12 언니네네트워크/ 퀴어여성네트워크 성명 인용)
나라는 개인은 정말로 단일한 정체성으로 구성되어 있나 묻는다. 흑인, 여성,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시인, 엄마, 연인, 전사 등으로 자기를 정의한 오드리 로드(Audre Lorde, 1934~1992)처럼 한 사람을 이루는 정체성은 다양하고 복잡하며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진짜 여자인가 아닌가를 구분하고 누가 더 고통스러운가를 나누는 방식이 존재의 연결성을 차단하는 것에 주목한다. 내부를 분할하여 상대권력을 무력화한다. 페미니즘을 억압하는 사람들은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진짜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진짜 가짜 논쟁에 패대기치면 억압이 쉬워진다. 기존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문법을 충실히 따라 가부장제 사회에서 받은 피해와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성을 제거하고, 남성없는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것이 대안이 될까.
우리(페미니즘 옹호자, 운동가)는 누구인가 성찰한다. 여성만의 공간, 안전지대 설치와 유지 보존의 도구로써 페미니즘이 작동한다는 주장은 본질적(radical)인가. 분리는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가.
차이를 가진 존재들이 서로 살리는 길은 우리 삶의 복잡함을 자축하는 것에 있다. 긴장이 발생하는 그 장소로 들어가 머무르고 함께 흔들리고, 우리를 잡아당기는 다중적 관점을 받아들이자. 우리 삶과 세상의 모든 복잡다단함을 반영하는 정치를 건설하자. 이제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계, 그 너머로 우리 욕망을 확장하자. 정체성의 범주로 구분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하자. 더 많은 공간을 만들자. 살아 있는 우리는 모두 섞이면서 변형되는 유기적 존재다. 마주하고, 연대하자.
※ 2강 참고도서 및 읽을거리
<우리는 자격 없는 여성들과 세상을 바꾼다> 트랜스젠더 여성 A씨를 향한 환대와 지지의 기록 (권김현영, A 외 23개 단체 지지성명을 묶음/와온)
<시스터 아웃사이더> 갖가지 기준으로 서로 나누고 가르며 문제를 문제로만 남겨두려는 태도를 비판(오드리 로드/후마니타스)
<망명과 자긍심> 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일라이 클레어/현실문화)
<글로리아 안잘두아의 교차성 이론: 초기저작에서 「경계지대/경계선」까지 (2014)박미선/부산대여성연구소
글_김태정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