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후기 l 강좌 후기를 남겨주세요
[세계 종교의 이해Ⅱ] 2강, 힌두교의 어제와 오늘, 두 번째.
오늘은 먼저 오프닝으로 아카데미느티나무의 자아탐색 5종세트 강좌에 대한 플래시영상을 보았어요. 파란 색감의 일러스트와 시적인 문구, 잔잔한 연주음악까지 어우러져 한편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
느티나무에서는 크게 민주주의, 인문학, 예술문화, 자아탐색의 네 분야로 강좌를 꾸리는 거라고합니다. 오강남 선생님의 종교 강의는 인문학 강좌에 속하며 느티나무에서는 종교를 중요한 테마로 보기 때문에 늘 한, 두 개는 종교 관련 강의를 개설한다고 한다고 하네요.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으신 채로 종교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오강남 선생님! 지난번에 이어서 힌두교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해 주셨습니다.
1. 바가바드 기타
고전 힌두교의 네 경전 중 가장 늦게 쓰여졌지만 바가바드 기타는 네 경전 중에서 가장, 우파니샤드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가진, 별표 다섯개 짜리 경전이라고 해요. 바그다드가 아니라 바'가바'드(Bhagavad)라는 것, 기타(guitar)나 기타(其他)가 아니라 노래라는 뜻을 가진 기타(Gita)라는 것을 되뇌이며 주님의 노래, 바그바드 기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간디가 죽었을 때 겨우 샌들, 지팡이, 안경, 몸에 두르던 천과 책 한 권을 남겼다고 말씀하시면서 여기서 '책 한 권'이 바가바드 기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아래 사진이 나왔네요. 이 곳은 인도의 간디슴리띠라는 곳으로 간디가 죽기 직전까지 살았던 곳인데, 아직까지도 그의 방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요. 아, 바로 저기, 하얀 배겟맡에 놓여있는 낡은 책 한 권이 바가바드 기타입니다. 간디는 매일 아침 바가바드 기타를 소리내어 읽었다고 해요.
위대한 영혼이었던 간디가 사랑했던 바가바드 기타에는 대체 어떤 가르침이 들어있는 걸까요? 우리말로는 신애(信愛), 영어로는 devotion이라고 번역되는 박티(bhakti)가 바가바드 기타에서 말하는 가장 근본적인 덕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누구나 박티를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고, 누구나 박티를 행할 수 있으며, 그로써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동학 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태생이 천한 사람이나 여자, 바이샤, 슈드라할 것 없이 우리가 모두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2. 고전 이후의 힌두교
네 가지 경전으로 상징되는 고전 힌두교의 뒤에 이어진 힌두교에서는 세 신을 경배한 것과 철학적 학파들이 등장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삼신(trimurti)이라 하면 창조의 신 브라흐마, 파괴의 신 쉬바, 보존의 신 비쉬누를 말합니다.
브라흐마는 오히려 너무 위대한 능력을 가진 나머지 따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신이라고 합니다. 브라흐마와 같은 신들을 종교학에서는 deus otiosus, 잊혀진 신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오히려 파괴의 신 쉬바는 강한 남성성으로 인해 남근이 숭배되며 인기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서양 종교와는 좀 다른 부분이 아닐까 하는데, 파괴는 재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하여 나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쉬바의 짝, 잔인하고 무서운 칼리 여신은 내 속의 오만을 죽인다는 좋은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인도의 캘커타가 바로 칼리의 도시라는 의미래요.
비쉬누는 사랑과 자비와 용서의 신이기도 합니다. 관계의 보존을 위해서는 이러한 덕목들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보존의 신이 사랑, 자비, 용서를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비쉬누는 인간을 사랑해서 인간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종종 아바타르로 이 세상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아바타'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해요. 비쉬누의 아바타는 돼지같은 동물일 때도 있었고, 힌두교에서는 붓다도 비쉬누의 아바타였다고 이해합니다. 그래서 힌두교가 불교를 흡수할 수 있었다고 해요.
지난 강의때부터 신기했던 게 판타지 소설이나 판타지 만화에 등장하던 아그니, 인드라, 브라흐마, 칼리, 비쉬누 같은 신들이 힌두교의 신이라는 점입니다. 생소한 종교인 줄만 알았던 힌두교와 내가 이렇게 만나고 있었구나 싶어 반갑네요.
또한 이 때의 철학적 학파로는 썅키야 학파, 요가 학파, 베단타 학파가 대표적입니다. 쌍키야라는 말은 '구별'이라는 뜻인데, 정신(pursha)과 물질(prakkriti)이 뒤섞여 있어서 순수함을 잃어버렸으니 이를 구별해야 한다고 말하는 학파가 바로 썅키야입니다.
요가 학파는 이에 대한 실천 방법을 제공하는 학파입니다. 우리가 아는 운동으로서의 요가는 일부분일 뿐이고, 파탄잘리의 <요가경(Yoga Sutra)>에는 8단계의 수행법이 나옵니다.
첫 단계에서는 아힘사(불살생 또는 비폭력), 말과 생각에 거짓됨이 없어야 할 것, 주어지지 않는 것을 취하지 말 것, 정욕과 성욕을 억제할 것(brahmachara), 욕심이 생길 수 있는 선물을 받지 않을 것 이렇게 다섯 가지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거짓말 뿐만 아니라 거짓 생각도 없어야 한다는 말에 무릎을 쳤어요. 남을 속이는 것이 거짓말, 나를 속이는 것이 거짓 생각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먼저 제 자신을 바로 알아야 거짓된 생각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라마차라'는 지난 시간 배웠던 마누 법도론의 삶의 네 가지 목적과도 연결되는 부분인 듯합니다. 적절하게 조절만 한다면 카마(kama)를 굳이 억제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어쨌든 간디는 40대 때부터 브라마차라를 실천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함석헌의 스승이었던 다석 유영모 선생이 결혼, 혼인을 맺었다면 마땅히 푸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시며 해혼식을 하셨다고 해요.
선물은 도의 이치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괜찮지만 보통은 아래에서 위로 가기 때문에 문제라는 오강남 선생님의 말씀. 백 번 공감합니다.
오강남 선생님께서 자세를 바르게 한다는 것이 세 번째 단계라고 하시자 갑자기 저를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일제히 자세를 고치던 광경이 기억 납니다. 저는 맨 뒷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에 다 볼 수 있답니다. 하하.
마지막 단계는 삼매(samadhi)입니다. 삼매가 요가의 최종 목표인 것이죠. 삼매에 이르면 주객 의식, 이분법적 의식이 없어지면서 나와 세상이 하나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나도, 책도 의식하지 못한 채 책과 하나가 되어 빠져드는 지경을 '독서삼매경'이라고 하는데 이 때의 삼매가 여기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베단타 학파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힌두교 사상가로 꼽히는 샹카라가 있던 학파입니다. 샹카라는 궁극실재를 두 가지로 나누어 니르구나 브라흐만, 싸구나 브라흐만을 말했습니다. 절대자에게는 그 어떤 범주나 형용도 갖다붙일 수 없기 때문에 원래는 니르구나 브라흐만이 맞지만, 일단은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든 좋은 말을 다 갖다 붙여놓은 싸구나 브라흐만을 상정하여 니르구나 브라흐만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3. 근대의 힌두교와 오늘
인도는 무려 300년 동안이나 영국의 식민지로 있었지만 람 모한 로이와 간디 같은 위인들이 있었기에 정신적 명맥을 이어낼 수 있었습니다. 람 모한 로이는 인도의 악습이었던 조혼 제도와 수티 제도를 불법화하였고, 간디는 불살생(ahimsa)과 진리파지(satyagraha)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아웅산 수치, 만델라, 본 회퍼 등의 세계의 다른 위인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강남 선생님께서는 나중에 질문을 받으시면서 인도에 붓다, 샹카라, 간디와 같은 위대한 지도자들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인도에 그만큼 병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인도에는 극단이 다 모여있다고들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아주 잘생긴 사람부터 아주 못생긴 사람, 아주 뚱뚱한 사람부터 아주 마른 사람까지 외모가 천차만별이라고 하는 것도 있지만, 빈부 격차가 극심하고 또 다르게는 힌두교 근본주의자들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모두 인도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도에는 갈등과 분쟁이 끊일 날이 없는 것입니다.
종교의 가르침은 그릇된 것이 없으나 종교에 대한 믿음은 그릇될 수 있습니다. 특히 표층 종교는 맹목적이고 배타적이기 쉬우므로 우리는 심층 종교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결론입니다!
힌두교의 가르침이 좋아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힌두교 신자가 될까 했더니 그 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힌두교는 유대교, 일본의 신도와 같이 비보편종교라고 합니다. 비보편종교는 원하면 얼마든지 신자가 될 수 있는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와는 다르게 그 종교를 믿는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는 이상은 신자가 되기 까다롭다고 합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며 참여연대 1층, 카페 통인에서 작은 뒷풀이를 열었습니다. 지난 8월의 무더웠던 하루, 카페 통인에서 가을학기 느티나무 리플렛을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났습니다. 처음으로 카페에 놀러왔다가 표지도 맛깔나게 참 예쁜 느티나무 리플렛에 빠져 한 참을 그 안에 담긴 커리큘럼만 들여다보았었죠.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강좌들이 많아 마음 같아서는 곧 다가올 가을날을 온전히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만 흘려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한 달이 흘러 이렇게 카페 통인에서 뒷풀이를 하고 있네요.
술잔과 고성이 오가는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뒷풀이만 알고 있었는데, 느티나무의 뒷풀이가 잔잔하고 포근한 분위기여서 놀랐습니다. 모두가 둥그렇게 둘러앉아 한 사람씩 조근조근 얘기를 하다 보니 금새 뒷풀이가 끝나더라고요. 이런 뒷풀이라면 부담 없이 매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
다음 시간은 드디어 불교입니다! 동양 종교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불교의 가르침을 또 어떻게 알기 쉽고 재밌게 들려주실지 오강남 선생님과의 다음 번 만남을 기대해봅니다.
글 :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