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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와 시민불복종 1강 -소로우가 생각한 시민불복종은 무엇인가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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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와 시민불복종> 1강- 소로우가 생각한 시민불복종은 무엇인가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
1
지금은 제목조차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예전에 간디와 관련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삶이 모순적이라 느껴졌고 그 때문인지 예상했던 것보다 큰 감명을 받진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 건, 그가 보여준 비폭력 저항운동이었다. 소금을 구하기 위해 바다까지 걸어가는 간디와 그의 뒤를 따르는 기나긴 행렬 그리고 그들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가차 없는 몽둥이질. 그렇게 맞고 터지고 피흘려가면서도 누구하나 부당함을 소리쳐 외치지 않는 그 괴이한 침묵의 저항을 바라보면서, 난 무엇보다 당혹감을 느꼈다. 정의롭다거나 평화적이라거나 그런 지고지순의 가치와는 먼, 이건 아니지 않는가 하는 참담함이 먼저였다.
저항.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연달아 떠오는 비폭력, 불복종이란 말들이 그래서 내겐 여전히 명백하지 않는 형태로, 판단이 유보된 상태로 내 삶에서 비껴나 있다. 이 강의를 듣기 시작한 건 그래서였다. 무엇이 불복종이고 무엇이 저항인가, 비폭력은 항상 올바른 것인가, 폭력을 동반하는 저항은 비난받아 마땅한 것인가... 이제 유보된 판단을 불러들일 시간이다.
2
첫 시간은 소로우의 이야기다. ‘월든’의 작가로만 익숙한 그가 실은 처음으로 불복종의 개념을 제안한 사람이었다는 조금은 쇼킹한 사실. 그리고 이어지는 그가 남긴 유명한 말,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리가 있는 유일한 의무는, 어느 때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하는 것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며 사는 것, 이것은 곧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저항해야 한다는 명제와 연결된다. 이것을 좀 더 확대시키면, 잘못을 저지르는 정부에게 는 고집스럽게 맞서야 한다는, 그렇게 우리의 삶은 올바르지 않는 것들과 끝내 타협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실천적 강령이 된다. 결국, 내 삶을 내 의지대로 살며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지키려하는 자는 ‘불복종’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점 없는 정부, 순도 백의 정의로운 사회란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터이니 말이다.
이처럼 ‘불복종’은 다만 복종하지 않는다는 수동의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삶을 우리의 의지대로 살 수 없게 만드는 이 사회의 폭력적 시스템에서 풀려날 수 있게 대화의 길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저항의 활동을 벌이는, 무척이나 적극적인 능동의 의미이다.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상대나 세상을 향해 저항하거나 맞서지 않는다는, 그런 좀 이상하고도 논리적이지 않는 이야기가 아니란 말이다.
3
그럼 무엇이 저항인가? 대체 어쩌란 말인가?
소로우는 이렇게 답한다.
“세금징수원이나 다른 공무원이 내게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오?’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당신이 정말로 뭔가를 하고 싶다면, 우선 직책부터 내놓으시오.’라고. 국민이 충성하길 거부하고 관리가 자기 자리를 포기할 때, 혁명은 완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어서 이런 말도 했다. 악을 뿌리 뽑는 데 자신을 받치는 것이 의무는 아니지만 그러나 적어도 악에서는 손을 떼어야 한다고. 악을 뒷밭침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사람의 의무라고, 그렇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어깨를 밟고 올라서는 일은 하면 안 된다고 말이다. 그가 꿈꾸는 좋은 삶은, 내 삶이 나의 의지대로 흘러가는 것, 그를 위해 남을 짓밟는 짓은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삶이 불가능하게 하는 것들, 그 악의 축을 향해 복종하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다.
이런 삶을 실험하기 위해 그는 윌든으로 갔다. 호숫가에 허름한 오두막 하나를 짓고, 먹을 만큼만 생산하고, 최소한의 소비를 하며, 남는 시간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들로만 채웠던 그 소박하고 간결한 삶 앞에서 난 신의 자리 가까이에 다가간 자의 모습을 본다.
4
윌든 호숫가로 갔을 때, 소로우의 나의 28세였다. 강의를 맡아 주신 하승우 샘이 덧붙이신다. 불복종, 저항 이런 거 많이 배우고 다 커서 준비가 충분히 된 다음에 하는 거, 그런 거 아니라고... 맞다. 자신이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고 그 존엄을 지켜내는 삶을 살고자할 때, 결국 우리는 일어나 싸우게 되는 것일 게다. 내가 여기 있다고,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며, 각자 자신의 삶터에서 걸어 나오는 그 모습이 ‘시민불복종’의 진짜 얼굴일 것이다.
그래서 역사 속에서, 농민들은 낫과 곡괭이를 들고 일어섰으며, 노동자들은 기름에 전 옷과 굉음을 내는 기계차를 몰고 거리에 섰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나도 내 삶터에서 들고 일어나 거리로 나가야했기에 몇 년 전 종로 시위 현장에 큰 아이를 태운 우모차를 몰고 나간 적이 있다. 그 모습 그대로가 나의 정체성일 테고, 나의 삶이였을 것이다.
시위현장에서 얼굴도 낯선 이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다가도 때가 되면 아이의 입에 젖병을 물리고 한데서 기저귀를 갈아야 했던, 그 날것의 삶 그대로 말이다.
그 아이가 이제 커서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때때로 난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네가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당당하게 나서서 이야기해라. 그 상대가 어른이든 선생님이든,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넌 그들과 동동한 입장이라는 걸 잊지 마라.”
그러고 보니, 잘 몰라서 그렇지 그동안 참 불복종의 삶을 꾸준히 살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다음 강의는 한나 아렌트다. 소로우가 개인의 양심을 중요하게 인식한 것에 비해 한나 아렌트는 양심의 문제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라는 주장을 한다하니....
다음 강의 또한 무지하게 기대된다.
후기작성 : 박현아 수강생, 자원활동가
강의자료 : 강의자료_시민불복종_1강.pdf
월든(Walden) 북트레일러 ☞ http://youtu.be/IN5vEU8Xz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