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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1강 - 우리에게 공동체는 무엇인가 (4/16)
코끼리보다 못한 인간들이 모여 ‘함께 살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생각보다 많은 수강생들이 모여들었다. 모두들 외로웠던 것이다.
첫 강의를 맡아주신 김찬호 선생님의 표현대로, 야생에서 살아남기 경쟁을 벌인다면 너구리, 멧돼지, 지렁이보다 못할 인간들이라 우리는 공동체라는 이 이상한 단어에 매달리고 그렇게라도 서로서로 연결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아 보고자 하는 것이다. 뭉치기만 하면 세상의 반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일들을 도모하다가도 정작 세상에 나 하나만 혼자 남게 되면 끼니 한번 챙기는 것조차 미션임파서블이 되어버리는 그렇게 한없이 나약한 것이 인간의 본성이니.... 우리는 어쨌든, 같이 기대며 살긴 살아야겠는데, 그게 어려운 세상이고, 그게 무서운 세상이 되었으니..... 어쩐다?
매력? 아니 아니.... 두려움!
아니나 다를까... 모인 사람들의 입에서 ‘공동체’하면 떠오르는 답답함과 억압적 이미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나도 한몫 거든다. 그러다 괜히 ‘공동체’라는 이름이 시빗거리가 되었다. 이 말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커뮤니티나 마을이라고 바꿔 불러야한다고 누군가 말한다. 그러나 그 말들 또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함께 살기’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이상들을 담아내지 못한다. 뭐가 좋을까? 주객이 전도가 된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용어 선택에 대한 고민이 그렇게 무의미한 것만도 아니다. ‘공동체’라는 말이 뭇사람들을 겁주고 있다면, 바꿔야한다. 우리가 모여 앞으로 함께 공부하고 고민들을 나누고 할 시간들 안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탄생하길 기다려보는 수밖에...
목표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 공동체?!
누군가 “어떤 부분에 대해서 동일성을 지니고 목표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해서 그것이 공동체라 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뒤이어 “결국 어느 것 하나라도 동일성이라는 것이 꼭 획득되어져야 공동체인가?”라는 비슷한 맥락의 의문도 뒤따랐다. 그러자 “비전을 공유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임 혹은 공동체는 과연 성립이 가능한 것인가?”하는 반문이 나왔고, “근대화 이전의 농촌공동체 시절처럼 지역적 기반이 자연스럽게 삶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능한가, 그것이 타당한가?”하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서로 함께 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면서도 어쩔 땐 그 테두리 밖의 사람들에겐 더 배타적으로 느껴지고 오히려 인간들 사이에 경계를 지어버리는 공동체의 무서운 이중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와우, 첫 시간인데 우린 이미 종착역 바로 5분전이다. 그 종착역까지가 쉽지 않겠지만, 이 정도의 수준이면 꽤 농도 짙은 공부가 될 것이다.
빡센 거 말구요.... 다른 거!
공동체의 이미지가 좋지만은 않은 것은,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진 공동체들이 대부분 좀 빡 센 것들이라 그럴 것이다. 종교 공동체, 마을 공동체, 예술인 공동체 등 다양하게 있는 듯 싶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공동체의 일반적인 얼굴은 일상생활이나 삶터를 공유하거나 더 나아가 노동이나 경제를 공유하는 형태이기 일쑤고 종교공동체의 경우는 세계관 내지 신념까지 공유해야하니 말이다. 평범한 이들이 선뜻 공유하고 나서기엔 너무 빡세다.
그렇다고 혼자서 꿋꿋이 살아가는 것이 널널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시 원점?
아니다. 이제부터 좀 더 다양한 공동체를 상상해내는 것이 우리에게 남았다. 함께 모여 24시간 이것도 같이 하고 저것도 같이 하고, 니 게 내 거고, 내 게 니 거고... 이런 거 말고, 그런 공동체가 가능하다면 사실 좀 더 느슨한 공동체도 얼마든지 가능할 테니... 각자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모양새대로 조각을 이어 붙여 내가 생각하는 ‘함께 살기’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밑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공동체에 대한 기분 좋은 경험들이 점점 늘어나서 공동체에 대한 악몽들을 몰아낼 때, 사람들은 다시 꿈을 꿀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은 ‘실제로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는 잊혀진 현실을 다시 각성시켜줄 것이다.
어떨까?
어쨌거나 함께 살아가라는 특명을 받은 우리 외로운 인간들은, 그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 세상에서 고통 받고 있는 관계로 앞으로도 계속 ‘함께 살기’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
이 공부가 끝나갈 쯤엔 뭔가 산뜻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 힘들겠지?
그래도 쫄지마!!!
후기 : 박현아 (자원활동가, 수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