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후기 l 강좌 후기를 남겨주세요
한국ODA의 길을 묻는다 4강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9월 8일부터 5회에 걸쳐 '한국 ODA의 길을 묻는다' 시민강좌를 진행합니다. 네번째 강연 '분쟁국 원조와 원조의 군사화, 새로운 갈등' 중 배재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평가팀 전문위원과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국제팀장의 강연을 강의 순으로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강의 정리는 자원활동가 송유림 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1부 분쟁 및 취약국의 정의와 취약국지원 방안
강사 : 배재현 경제인문사회연구원 평가팀 전문위원
9.11 테러 이후 취약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ODA를 하는 사람들도 취약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아직까지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취약국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아프간에서 취약국가를 담당하는 기구인 INCAF가 취약국 이해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니 이에 대해 알아보겠다.
분쟁 및 취약국의 정의
취약국을 정확한 명칭은 ‘분쟁 및 취약국가’이다. 이유는 분쟁지역에서 취약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취약국에 대한 정의는 국가가 시민들의 안보와 복지를 위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빈곤, 테러, 질병 등이 발생될 것이 예상되는 경우, 국가들간의 상호관계가 어려운 국가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은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 없을 정도로 접근이 어려운 나라이다.
취약국을 선정할 때에는 정치, 정부, 안보 세가지 요인을 고려한다. 국가의 권위. 국민들이 부여하는 국가 정당성.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능력과 의지. 외부적 안보 위기. 내부의 쿠데타 등등을 따져본다. 월드뱅크나 다양한 국제 기구가 이를 고려하는데 취약국에 대한 개념에 근거해서 지정한다기보다 정치적 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INCAF와 취약국가원칙
원조를 담당하는 월드뱅크, UNDP같은 선진원조기관등이 있지만 차별화된 지원방식이 있어야 원조효과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INCAF를 만들었다. 이 기관은 공여국과 분쟁국의 파트너쉽을 조정하고 취약국가에 대한 대응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Whole of Government 시스템에 의해 원조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고 개발협력을 담당하는 부처, 경제, 국방부 세 부처가 이상적으로 조화되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INCAF이다. 주요업무는 주로 연구이지만 이 기구가 생긴 가장 큰 목적은 취약국가원조 원칙 10가지에 의거한 국제대화를 하기 위함이다. 핵심은 복수 이해관계자가 협의하는 구조인데 한국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국정부는 국제 사회가 한국과 얘기하길 원하는 만큼, DAC가입 국가답게 함께 참여해서 끊임없이 얘기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흐름과 원칙이 어떤 건지 알아야 취약국가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취약국인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은 911 테러 이 후 많은 원조를 받고 있고 한국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ODA는 단순히 도와주는 게 아니라 정치적 개입을 수반하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해야만 한다. 취약국가에 원조를 실시함에 있어서 파트너 국가에 해를 입히지 않고 원조효과성을 높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아프간 원조를 할 때 미국이 본 프로세스를 만들었는데 탈레반을 배제했다. 이렇게 되니 정당성과 안보에 문제가 생겼다. 또한 원조 사업은 NGO가 주로 진행한다. 따라서 아프간 주민은 정부보다 NGO를 더 신뢰하게 된다. 그러나 NGO를 통한 원조규모는 기대치만 높여놓고 실제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 수원국 정부는 중앙집권적이고 국제 사회에 의존하다보니 주민 기반이 취약하다. 따라서 수원국 정부가 주인의식을 갖고 합법성을 가질 수 있게 정부 거버넌스를 향상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은 INCAF나 국제 사회 취약국 지원 원칙을 바탕으로 ODA전략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취약국으로 명명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무례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또한 INCAF국제대화에 일원으로 참여하고 선진원조기관과 소통해야 할 것이다.
2부 분쟁국 원조와 원조의 군사화
강사 :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국제팀장
분쟁국가에 원조를 할 때는 ‘왜’ 하느냐에 대한 물음을 재고해봐야 한다. 원조에는 ODA를 통해서 나가는 원조가 많지만 군을 통해 나가는 원조가 더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ODA가 매우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왜 이들의 삶이 파괴됐을까. 왜 원조를 해야될까” 라는 얘기는 지금껏 하지 않은 것 같다. 또한 한국이 어떻게 기여할 것이냐에 대한 원칙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국격제고는 결과이지 ODA원칙이 될 수 없다. 국제관계와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취약국가는 거의 없다. 대표적인 분쟁국인 아프간, 이라크도 국제정치와 매우 큰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 문제를 벗어나서 원조만을 논하는 것은 공허한 일이다.
분쟁국가 아프간, 이라크
이라크와 아프간을 빼놓고 분쟁국을 이야기할 수 없다. 정치분야, 안전분야가 가장 취약한 나라이다. 군사적 행동을 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재건에도 나서고 있지만 전쟁비용에 비해 훨씬 부족하다. 전쟁비용은 원조비용보다 언제나 많다. 한 쪽에서는 언제나 파괴하고 있는데 한 쪽에서는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아프간에 파견된 미군은 10만명을 육박하는데 이 말은 아프간의 분쟁이 더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군사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조의 효과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분쟁부터 평화롭게 해결되어야 한다.
한국의 이라크, 아프간 지원
한국이 분쟁국에 지원하는 원조의 상당부분이 재건지원이 아닌 파병부대 주둔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프간, 이라크에 대한 지원은 안보문제로 우선 접근하고, 한미동맹 차원에서 군대파병 방식을 주로 취한다. 그러다보니 평화재건 활동이라는 주된 활동내역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고 비공개되기 일쑤이다. 전쟁 직후에 무상원조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이 원조도 군대파병 비용에는 훨씬 못미친다.
원조의 군사화, 이라크
한국 정부는 이라크 재건지원을 위해 파병을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일례로 이라크 재건지원예산은 자이툰 파병예산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재건지원예산의 반도 치안유지비용이었다. 한국군은 전쟁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쿠르드 지역에 주둔하면서 쿠르드 정보국을 지원하고 쿠르드 민병대 훈련을 지원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일이었다. 이게 이라크의 평화재건을 위한 지원일까.
ODA와 아프간 지방재건팀(PRT)
미국의 점령정책의 일환으로 고안된 지역재검팀(PRT)은 대부분 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반군퇴치부터 인도적 지원 활동까지 한다. PRT는 국제안전군(ISAF)의 지휘를 받고 있다. 2003년부터 소수인원만 PRT로 파견한 정부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460여명의 PRT를 아프간에 파견했다. 이 중 군 병력이 321명이다. 한국 정부는 아프간 PRT 파견을 아프간의 인도적 재건 사업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PRT는 원조로 책정된 ODA예산을 쓰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ODA 예산의 80% 이상이 군부대 건설에 쓰였다. 하지만 치안이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바깥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애초 계획했던 재건사업들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재건활동 실패! 왜?
왜 실패할 수밖에 없을까? 원조를 하는 주체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고비용 저효율일 수밖에 없다.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단기적인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건 활동을 진행할 수 밖에 없고 지역개발보다는 군사적 목적에 따라 가시적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원조가 나라별 PRT예산과 규모가 다 다르게 책정되고 현지정책, 현지인과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전략적 가치에 따라서만 진행된다. 큰 규모의 원조자금에 대한 사전 조율과 평가가 없는 것도 문제이다. 게다가 PRT는 군에 의한 원조활동이기 때문에 다른 국제구호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 같은 개입은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안보문제에 집중하느라 장기적 통합 구축은 무시하고 정부는 부패해서 국가를 재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가 숫자에 무감각해지고 있지만 하루에 죽어가는 사람들의 숫자를 보면 분쟁국은 도저히 정상적인 사회라고 볼 수가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고 얘기하기 전에 왜 밑이 빠졌나를 생각해보자. 혹시 우리가 독을 깨고 있는 건 아닐까. 한국이 군사력으로 원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강연은 ‘원조의 군사화’라는, ODA의 여러 섹터 중에서도 다소 생소한 주제를 다루었다. 군사적 개입과 원조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여겼었는데 자금의 통로, 이루어지는 방식, 절차와 평가 등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들을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전쟁과 재건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일이 취약국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상기했고 이에 앞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다. 국제 사회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INCAF라는 기구를 만들어 소통하려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세심한 연구와 합당한 ODA를 통해 취약국의 분쟁 상황이 개선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