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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인문학 4강 집 살live 것인가, 살buy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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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부터 가을학기 강좌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엮이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주택정책과 가족의 의미까지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4강의 강의정리 후기는 자원활동가 이현정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민주주의 통제는 가능한가
2011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 가을강좌 ‘집의 인문학’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의, 식, 주. 입고, 먹고, 거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주, 즉 집은 대한민국에서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하게 강하다. “주거문화, 부동산 문화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100% 동의하며 집의 인문학 강좌를 소개한다. 4강은 MBC 김재형 피디가 강의했다. 김재영 피디는 PD수첩에서 부동산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으며 책『하우스 푸어』의 저자이다.
# ‘하우스 푸어’를 왜 썼나
▲책 ‘하우스 푸어’
『하우스 푸어』는 2006년 판교 취재과정에서 생긴 ‘우리는 올바른 (부동산) 정보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부동산 유통정보의 실체를 알리고 싶었다. 취재당시 판교는 비닐하우스가 있는 그냥 땅이었다. 집을 사야하는 입장에서 정보를 유심히 지켜봤다.
2008년 미국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유행이었다. 하우스 푸어는 집 때문에 가난한 사람이다. 또한 전 세계가 정점을 찍은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였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강남 재건축을 상징하는 말로 ‘은마가 금마가 된다’는 게 유행이었다. 이런 유의 담론이 지속되고 있었다. “아파트는 계속 황금알을 낳는 거윈가?”라는 시각으로 강남 재건축 시장을 바라보게 됐다.
DJ정부는 재건축 규제를 모두 풀었다. 이 재건축을 시작으로 PD수첩 프로그램을 제작해 2009년부터 다섯 번에 걸쳐 방송했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도곡동 K아파트, 가락 시영아파트를 다뤘다. 도곡동 K아파트는 인터넷에 (아파트 때문에) 집주인이 자살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가락 시영아파트는 6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로 가장 큰 재건축 단지였다. 그렇지만 당시 실제 사는 세대는 1천 세대정도였다.
현장을 갔더니 현실은 달랐다. 2009년, 우리나라도 하우스 푸어가 시작되고 있었다. K아파트는 실제 자살한 사람이 있었고, 2백세대 중 70세대가 하우스 푸어였다. 가락 시영아파트에는 재건축에 필요한 분담금을 내도 깡통이고, 분담금을 안 내려고 아파트를 팔아도 깡통인 하우스 푸어들이 있었다. 도곡동과 가락동을 보고 얼마나 많은 하우스 푸어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 욕망의 땅, 강남의 재건축(2009년 10월27일 방송)
2000년부터 입법․사법․행정부 1급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신고가 시작됐다. 이들 3천5백명 중 340명 정도가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했다. 사법부가 제일 많았고 행정부, 입법부 순이었다. 1급 고위 공직자들은 고급정보를 접하는 파워엘리트들이다. 2006년 이후 재산신고자 중 재건축 아파트를 산 사람이 없었다. 2006년 말은 단군 이래 가장 높게 아파트 가격이 올랐던 시기다. 그런데도 방송과 신문은 재건축을 사두면 값이 오른다며 중산층을 유혹했다.
▲ 2009년 10월 27일 방송된 ‘욕망의 땅, 강남의 재건축’, PD수첩 캡처
DJ가 규제를 풀자 파워엘리트들이 재건축 아파트를 많이 샀다. 은마아파트 442세대 등기부 등본을 다 떼어 분석을 했다. 집 주인이 실제 사는 곳은 많아도 40%였다. 60%는 다 전세를 줬다. 2001년 이후에 집을 산 사람은 평균 빚이 3억이었다.
가락 시영아파트에 사는 상당수는 하우스 푸어였다. 하우스 푸어끼리 싸우고 있었다. 시영아파트로 취재 가기 전날 고등법원에서 재건축 무효판결이 났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낫을 들고 상대방 플랭카드를 찢고 그랬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사람들이 더 흥분하더라. (청중 웃음) 2006년 말에 17평짜리 아파트를 8~9억에 샀는데 분담금을 더 내라고 했으니….
# 재건축 덧에 걸린 사람들(2009년 11월 17일 방송)
한국사람은 ‘기회비용’이란 개념이 없다. 10억을 은행에 연리 5%에 1년을 넣어두면 5천만원이 생긴다. 10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것은 그냥 월세 5천을 내고 사는 것이다. 2006년 말에서 2007년까지는 (아파트에서) 기회비용 이상을 뽑았다. 그렇지만 그 이후 아파트 값이 빠졌다.
▲ 2009년 11월17일 방송된 ‘재건축 덧에 걸린 사람들’, PD수첩 캡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재건축 분양시장인데, 신도시 분양과 도심 분양이 있다. 2009년 말에서 2010년의 분양시장은 굉장히 재미있는 시장이었다. 보통 아파트는 분양 후 3년 뒤에 입주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2006년 말에서 2007년은 단군 이래 최고로 아파트 값이 올랐던 해이다. 분양가도 폭등했던 시기다. 분양받고 3년 뒤인 2009년은 이미 집값이 떨어지고 있었다. “여의도와 목동의 프리미엄을 다 가져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았던 B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2천4백이었다. 2009년 말 할인분양을 했는데, 11억 하던 50평대가 9억5천이었다.
재건축은 투기성이 짙다. 분양받은 사람 대부분이 하우스 푸어였다. 광교의 33평 아파트 프리미엄이 5천이었다. 이 아파트를 4억5천에 사는데 3억을 대출받았다고 치자. 3년에 연 6% 이자면 5천4백만원이 이자다. 프리미엄은 기회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2009년에 제보가 엄청 많이 들어왔다. 버블 세븐 지역인 용인, 인천자유지역, 판교, 김포, 일산, 서울의 시내를 다녀봤다.
# 2010 부동산, 아파트의 그늘(2010년 1월 12일 방송)
판교 아파트 1천 세대 등기부 등본을 조사했다. 1천 세대의 평균 빚이 3억이었다. 많은 중산층이 빚에 허덕인다는 것이다. 지금은 수익이라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일산의 한 아파트 역시 위험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이랑 함께 작업을 해봤는데, 약 1백만 가구를 하우스 푸어로 보더라. 소득대비 집값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이 너무 높은 것이다.
▲ 2010년 1월 12일 방송된 ‘2010 부동산, 아파트의 그늘’, PD수첩 캡처
‘모델하우스’ 얘기를 해야겠다. 아파트를 사면 부자가 된다는 맹신이 왜 생겼을까? 우리는 불안과 희망을 심어주는 사회다. 아파트를 지금 사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불안이 있고, 또 한편에서는 지금 아파트를 사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런데, 모델하우스를 가면 아파트가 으리으리하다. 조명발, 고급가구에 호수가 꼭 있는 조감도까지. 신도시는 중감도가 중요한데 호수 조망이 꼭 있더라. (청중 웃음) 사람들이 모델하우스를 돌아보며 “내 집이 되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돈이 모자란다. 모델하우스를 나서면 은행이 대기해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극대화 시킨 것이 바로 모델하우스다. 모델하우스도 분양가에 다 포함된 거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거액을 들여야 할까? 주택 자가비율이 높다고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닌데, 사회가 부추긴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도 건설사는 손해 보지 않는다. 언론사의 많은 주요 보직 간부가 아파트에 산다. 가격이 폭락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 많은 신문사 광고가 부동산이다. 구조적으로 언론이 부동산을 제대로 보도할 수 없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신화다.
# 인천은 세일 중(2010년 2월 9일 방송)
신도시를 다녀보니 문제가 많았다. 하우스 푸어가 많았다. 다녀보니, 눈에 띄는 지역이 있더라. 우리나라가 얼마나 거대한 사기집단인지는 송도 국제도시를 보면 알 수 있다. 분양당시 대학교가 들어오고,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 2010년 2월9일 방송된 ‘인천은 세일 중’, PD수첩 캡처
인천자유구역은 국가가 땅만 댔다. SPC(Special Purpose Company)라는 특수목적법인이 있다. 연세대SPC가 아파트를 분양해서 나온 이익의 일부를 연세대에 줘서 건물을 짓는 것이다. 아파트를 판 돈으로 학교 짓고, 공원 만들고…. 그래서 아파트 분양이 안 되면 짓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가 인천자유구역 청라지구다. 청라지구는 토지공사가 사기분양을 한 거다. 분양 당시 장담했던 개발계획이 무산, 연기되면서 1천4백만원 했던 분양가가 1천 이하로까지 떨어졌다. 지하철이 들어온다고 했지만, 없다. 그래서 인천의 구도심 인프라를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천대가 있던 제물포는 슬럼화 됐다.
# 자본주의 욕망만 작동한 시장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아파트 가격, 시장이 어떻게 변할까? 변화의 조짐은 있다. 현재 PIR이 너무 높다. 저소득 대 고소득, 20대 대 40대 등 세대간 소득격차도 너무 크다. 여론시장도 변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에 현혹되지 않는다. 살(buy) 것이냐? 살(live) 것이냐의 정치적 상황도 바뀌고 있다.
2008년 총선은 뉴타운 놀이였다. 서울 48석 중 40석을 한나라당이 가져갔는데, 절반 이상이 뉴타운 바람이었다. 왕십리 뉴타운 쪽에서 자살 직전까지 갔다는 제보를 많이 받았다. 세입자가 아니라, 15평 정도의 지분을 가진 집 주인들이 뉴타운을 막아 달라고 제보했다. 당장 집은 부순다는데 돈이 없어 갈 곳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빚을 져야 그나마 이사가 가능했고 그것도 의정부까지 나가는 상황이었다.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돈을 더 내야한다는 불안감, 이사를 위해 져야 하는 빚, 들어올 때 다시 1~2억을 빚져야 했다. 다음 국회의원을 뽑을 때,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뉴타운 정책 결과를 보면, 변화가 도래할 시기가 오지 않을까 싶다.
지난 분당 재보선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당선됐다. 그때, 분당 리모델링론으로 이겼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올바른 분석이 아니다. 민주당은 전셋값 안정을 바라는 많은 젊은층, 집을 가졌어도 빚이 많아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들을 대변해야 했다. 분당 리모델링론은 한나라당이 만들어 놓은 뉴타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자본주의 욕망만 작동했지,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았다. 인천 청라지구, 서울의 뉴타운, 재건축 등은 민주적 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대법원이 부동산 판결에서 사업이 진행되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최근에는 민주적 통제가 없는 곳은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주거시장 변화를 위해서는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참고
① 기회비용(機會費用) : 하나의 재화를 선택했을 때, 그로 인해 포기한 다른 재화의 가치를 말한다. 즉 포기된 재화의 대체(代替) 기회 평가량을 의미한다. 어떤 생산물의 비용을, 그 생산으로 단념한 다른 생산기회의 희생으로 보는 개념이다(위키백과). 예를 들어 내가 100만원을 가지고 있다고 치자. 국채를 매입하면 10만원의 연이자를 얻고, 친구를 빌려주면 11만원의 연이자를 얻고, 정기예금을 하게 되면 12만원의 연이자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 정기예금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기회비용은 11만원이 되는 것이다. 기회비용을 계산할 때는 포기한 것의 가치 중 가장 높은 것 하나만을 인정한다(다음 지식).
② 소득대비 집값 비율, PIR(Price to Income Ratio) : 연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특정지역이나 국가의 평균수준 주택을 연평균 소득으로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PIR이 10이라면 10년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유엔 인간정주권위원회’(UN HABITAT)는 PIR 적정수준을 3~5로 보고 있다. 2008년 서울의 PIR은 산업은행경제연구소 12.64(전국 6.26 : 평균값 사용), 국토해양부 9.7(중앙값 사용) 이었다. 주택가격과 가구소득의 기준을 중앙값으로 하느냐, 평균값으로 하느냐에 따라 PIR 수치가 달라진다(한겨레신문 2010년 3월 28일자 정리). 관련기사 →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 http://bit.ly/d41GV8
③ 특수목적법인, SPC(Special Purpose Company) :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는 일종의 유한회사. 개발사업 또는 프로젝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사업의 시작과 함께 출범해서 사업이 완료되면 해산되는 형태의 특수법인을 의미한다. 관 또는 공공기업의 주도하에 민간투자자를 공모하여 설립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며, 물리적인 사업 외에도 금융, 문화사업 등 다양한 부문에 적용이 가능한 투자형태이다(www.plan11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