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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착한 경제학 4강 : 복지국가의 성공조건
7월 5일부터 여름학기 강좌로 [정태인의 착한 경제학]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 개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연구(진화심리학)를
바탕으로 하는 행동경제학이라는 프리즘으로 경제학과 현실경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4강의 정리후기는 자원활동가 박우용(웅진지식하우스 에디터)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4강 사회경제와 복지국가
시장 경제와 공공 경제, 사회 경제의 세 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시장 경제는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낳으며 공공 경제는 재분배를 통해 평등을 낳는다. 사회 경제는 상호성을 통해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사회 경제의 대표적인 조직인 협동조합은 한국에도 그 전통이 있었으나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 운동’과 함께 사라졌다. 공공 경제의 원리로 전 사회를 조직하려고 했던 것이 ‘국가 사회주의’이고, 시장 경제의 원리로 전 사회를 조직하려고 했던 것이 ‘시장 방임주의’와 ‘신자유주의’이다.
한국의 2008년 총선 공약은 정당을 막론하고 ‘뉴타운 지정’과 ‘특목고 유치’였다. 그야말로 ‘탐욕의 정치’였던 것이다. 지금은 주제가 ‘복지 논쟁’으로 바뀌었으니 일면 진보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복지 논쟁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 보편 복지 vs 선별 복지, (2) 증세가 수반된 복지 vs 증세 없는 복지, (3) (증세를 한다면) 부자에게 주로 세금을 더 걷자는 의견 vs 모두 함께 증세를 부담하자는 주장.
복지가 성공하려면 다음의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1) ‘목적세(복지세)’ 같이 용처를 정확하게 정의해 놓은 세금을 통해 증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 보험 하나로 운동’이 같은 맥락의 운동이다. 현재 한국의 건강 보험은 상당히 우수한 수준이지만 ‘보장성’이 낮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 때문에 민간 보험 수요가 꾸준히 존재하고 있다. 한미 FTA의 큰 문제 중 하나는 건강 보험의 보장성 증가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의료 민영화가 이루어지면 부자들은 건강 보험에서 빠져나가려고 할 것이고, 이는 건강 보험 제도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2) 수혜자 무임승차도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소위 ‘스웨덴 병’이라 불렸던 것(“공짜 점심은 없다”)이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데, 실업 수당과 함께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을 펴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선별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별 복지를 위해 ‘자산 조사’를 벌이면 그 비용이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고(자산을 숨기려는 국민과 그것을 밝혀내려는 정부 간의 경쟁) 결국은 비효율적 복지가 될 것이다.
(3) 납세자의 무임승차도 해결되어야 한다. 탈세를 막는 강력한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4) 수혜자가 얻을 이익에 대한 확신도 필요하다. 그래야 세금 납부에 저항감을 갖지 않을 것이다.
(5) 근거리 네트워크의 형성도 필요하다. 협력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조직이 있다면 그곳은 굉장히 능률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6) 복지의 ‘공급 측면’도 고려되어야 한다. 예컨대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아동 수당’의 경우, 국공립 육아 시설이 부족한 한국의 실정 때문에 민간업자의 가격 상승을 부추겨 결국 그 효과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설문조사 결과 스웨덴의 경우 복지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위: 의료, 2위: 초중등 교육, 3위, 노인 복지, 4위: 아동 수당, 5위: 고용 정책. 여건이 다른 한국에서 같은 조사를 하면 당연히 순위는 다르게 나올 것이다.
복지와 함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 중요
복지는 당연히 재정 부담을 가져온다. 이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적 예방조치로 양극화가 해소되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복지 재정 지출 확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내외부의 여러 요인 때문에 사회 양극화를 줄이지는 못했다.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효과가 적었던 것이다. 복지 이전에 양극화를 줄이거나 해소할 수 있는 거시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미 FTA가 문제다. 한미 FTA의 반면교사는 1994년에 NAFTA를 체결한 캐나다인데, 이 나라의 양극화 현상은 NAFTA 체결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지니계수는 우리나라보다 높은 상황이다.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의 참여가 중요
‘공공성’이란 무엇일까. 이와 비슷한 말로는 ‘공공의 가치’(Public Value)가 있다. 이것은 ‘어떤 시대의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것을 정의하고, 그것을 보장하는 가치’를 말하는 것으로, ‘필수적인 것’의 범위에 대해서는 그 시대 사람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강의자는 공공성을 띈 재화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정의한다.
(1) 필수재: 식량, 의료와 같은 것들로 롤즈(Rawls)의 기본재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
(2) 안보재: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식량, 에너지 등이 있다.
(3) 가치재: 사람들의 단견 때문에 덜 소비되는 것(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것)으로 예전에는 ‘교육’이 대표적인 것들이었다. ‘음의 가치재’(단견 때문에 지나치게 소비되는 것)도 있는데 술, 담배, 도박, 마약 등이며 이는 규제를 통해 소비를 줄여야 한다.
(4) 시스템재: 사회 시스템을 구성하며, 무너지면 사회의 여러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로 금융과 언론 등이 있다.
(5) 네트워크 산업: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지역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철도, 수도, 가스, 우편, 전기 등의 산업이다.
(6) 자연: 우리가 공유하는 자연 환경도 공공성을 띈다.
공공성에 대한 합의와 그에 관련된 정책 시행은 결국 국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그 과정에는 반드시 ‘정의’(롤즈의 경우 그 핵심은 공정성<fairness>이다)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공공성의 영역은 민주주의와 경제의 조화로 구성될 수 있으며 현재 가장 유력한 도구로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가 논의되고 있다(롤즈, 하버마스<Habermas> 등).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은 사실 우리가 상식적으로 모두 알고 있었던 이야기이며, 공자 등의 성현들도 오래전부터 여러 번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방관해서는 안 된다. 조금 힘들고, 때론 불편하더라도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만이 민주주의, 더 나아가 공동체를 발전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