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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착한 경제학 3강 : 사회경제와 협동조합
7월 5일부터 여름학기 강좌로 [정태인의 착한 경제학]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 개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연구(진화심리학)를
바탕으로 하는 행동경제학이라는 프리즘으로 경제학과 현실경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3강의 정리후기는 자원활동가 박우용(웅진지식하우스 에디터)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3강 사회경제와 협동조합
‘국가’와 ‘시장’이라는 두 영역을 넘어, 경제의 제3의 영역으로 ‘사회 경제’를 상정할 수 있다. 국가는 재분배를 통해 ‘평등’을 이루고자 한다. 시장은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이루고자 한다. 사회 경제는 ‘연대’를 통해 박애를 실천하고자 한다(각 영역의 역할은 프랑스 혁명의 세 가지 정신-자유, 평등, 박애-과도 조응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인류는 예로부터 ‘식량 공유 습관’을 갖고 있었다. 사냥꾼들이 짐승을 잡아 식사를 해결할 가능성과 그렇지 못하고 굶어야 할 가능성이 각각 2분의 1씩이라고 가정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식량을 공유할수록’ 계속 사냥에 실패해서 굶어 죽을 가능성은 낮아진다(1/2 * 1/ 2 * 1/2...). 이는 ‘보험’과 같은 원리이다. 예전 강의에서 언급했던 ‘공유지의 비극’이 실제 역사에서는 드물게 나타난다는 사실도 인류가 예로부터 ‘연대’에 익숙했음을 반증한다.
잠깐 한국의 2007년 <경제> 과목 수능 문제를 함께 살펴보겠다(이 문제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놀이방에서 지각하는 부모들에게 ‘지각 비’를 걷기 시작하면, 지각하는 부모는 오히려 늘어난다. 일종의 면죄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각 비의 액수를 대폭적으로 늘리면 지각하는 부모는 다시 줄어든다. 경제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 문제의 상황은 실제로 이스라엘 유치원에서 벌어졌던 실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실험은 원래 ‘구축(Crowding out)’ 효과를 잘 보여 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수능 문제에서는 완전히 왜곡되어 인용되었다. ‘구축 효과’란 제도의 변화가 그 제도의 영향을 받는 ‘인간 자체’를 바꾸는 것으로, 원래의 실험은 ‘지각 비’를 더 이상 걷지 않더라도 늘어났던 지각생이 줄지 않는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수능 문제는 ‘물질적 인센티브’의 ‘양’이 근본 문제였던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어 ‘인간은 역시 이기적이고 물질에 약한 존재’라는 통념을 강화시켰다.
정태인 선생님은 학술진흥재단에서 BK21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와 비슷한 맥락의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BK21은 교수들에게 (논문 게재 매체를 엄격히 한정하고, 그 수를 양화함으로써) 기존보다 꼼꼼하고 원칙있게 지원금을 나누어 주었다. 그러자 지원금 수령자의 평균 연령이 50대에서 1년 만에 40대로 바뀌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양화 정책’은 기초 학문, 특히 인문학 연구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고 한다. 이 바뀌 제도에 맞춰 교수들은 천편일률적인 ‘지원금 타내기’ 프로젝트만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구의 다양성을 크게 훼손되었고,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연구들도 위축되었던 것이다.
사회 경제의 가장 오래된 조직은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에는 ‘소비 협동조합’과 ‘생산 협동조합’이 있다. 협동조합에 통용되는 7원칙이 있는데, 이것은 예전 강의에서 언급했던, 노박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5가지 원칙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이것은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경험으로 체득한 원칙들이 학문 이론과도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7원칙
1) 민주적 의사 결정: 1인 1표 (vs 기업의 1주(1원) 1표)
2) (국가와 시장으로부터의) 자율
3) 공동 소유와 공동 이용 (vs 사적 소유<배타적 이용>)
4) 개방성과 투명성
5) 협동조합끼리의 협동
6) 교육
7) 공동체에 대한 기여
많은 경제학자들은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협동조합의 운영이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1980년대에는 ‘협동조합은 왜 희귀한가?’라는 주제의 논쟁이 벌어졌다. 이때 많은 학자들은 ‘자본과 인재 동원’이 수월하지 않기 때문에 협동조합의 운영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왜 희귀한가 라는 주제에 대한 정태인 선생님의 논쟁 정리글 보기>>
그러나 성공한 협동조합은 분명히 존재한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Mondragon Cooperative)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여기서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Emilia Romagna)를 또 다른 성공한 협동조합의 예로 살펴보고자 한다.
에밀리아 로마냐는 이탈리아의 한 지역으로 1인당 GDP가 40,000$를 넘는 곳이다. 이곳의 인구는 460만 명 정도 되는데, 기업은 40만 개가 있다. 다양한 중소기업이 존재하는 곳으로 그 생산량의 50%는 수출한다. 이곳의 협동조합은 이 지역에 뿌리가 깊은 ‘공산당’ 계열로, 그들에게는 ‘협력’의 문화가 일종의 전통처럼 자리 잡고 있다. 고가 자동차를 만드는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오토바이로 유명한 두카티가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외에도 세라믹, 기계, 농산물, 패션 상품 등이 생산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구분이 희박하며, ‘생산 기술(지식)’은 일종의 ‘공공재’로 공유된다. ‘평판’이 좋고, 신뢰를 쌓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생산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다. ‘기계 산업’이 탄탄하게 이 지역 산업의 토대가 되고 있으며, 기업과 협동조합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정태인 선생님의 에밀리아 로마냐에 대한 자세한 소개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