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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전쟁의 세계문학 : 20세기 후반기] 1강_현기영 <마지막 테우리> & 황석영 <손님>
강의 1부
1부에서는 김명환 교수님께서 앞으로 4개월 동안 진행 될 ‘혁명과 전쟁의 20세기 후반기 세계문학’ 강의 전반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해주셨고, 오늘날 우리는 전쟁과 추모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첫 번째 강의 주제인 제주 4.3 항쟁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 <마지막 테우리> 과 <손님>의 내용과 형식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현재까지도 남한과 북한은 휴전일 뿐 전쟁체제 상태인데, 남과 북이 갈라지고 한국전쟁의 발발 과정 속에서 벌어진 제주 4.3 항쟁과 신천군 대학살은 우리가 되새기고 정확히 알아야 할 사건입니다. <마지막 테우리>는 제주 4.3 사건으로 제주도가 송두리째 불타 잿더미로 변하는 참상을 생생하게 서술합니다. 단편 ‘마지막 테우리’는 늙은 테우리(카우보이)의 회고로 지워진 역사에 대한 고발하는 서술 구조를 갖으며 ‘거룩한 생애’는 간난이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 여성의 삶과 노동 모습을 그려내고, ‘쇠와 살’은 토벌군이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저항, 남한의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저항한 무장대 350명을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무고한 주민들이 끔찍하게 희생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손님>은 신천 학살 사건에 대한 북한 주장의 허구성과 남한의 반공주의적 기독교 범죄를 폭로합니다. (북한은 신천 학살이 미군의 소행이라고 거짓 주장과 역사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신천군 사건은 미군의 학살 개입과는 상관없이 신천군 내의 기독교 우파 세력과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당시의 공산 좌파 세력 간의 알력이 북한 정권에서 시행한 토지개혁을 매개로 격화되고, 파멸적인 비극으로 치달은 사건임을 말해줍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이념의 대립으로 우리 민족끼리 서로 죽고 죽임을 당한 참혹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김명환 교수님께서는 일제 해방이후 한민족이 동족 간에 이토록 끔찍한 사건들을 겪은 이유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반도를 손에 넣고자 했던 소련의 공산진영과 미국의 자유진영이 대립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남과 북이 하나가 되고자 하는 연대, 연합의 정치가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하셨습니다. 후에는 김구 선생도 남북 공동 정부 수립을 주장했지만, 정치지도자 중 한민족의 통일과 하나의 나라라는 비전을 해방 이후부터 제시한 정치인은 여운형 선생 단 한사람뿐이었다고 합니다.
강의 2부
2부는 작품의 형식과 내용상 논점에 대해 참여하신 분들의 자유로운 토론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내용을 뽑아보았습니다.
“해방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민족 간에 참혹한 살인을 하게 만든 그 적개심은 일제에 아부했던 기득권 세력에 대한 억압자의 오랜 분노와 사회에 팽배했던 계급의식에서 나왔을 수 있다.”
“한국에도 홀로코스트가 있었음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민중은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해야 하고 진정한 반성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불의한 과거를 어떻게 청산할 것이며 철저하게 반성할 수 있느냐에 그 사회의 성숙도가 달렸다. 뿐만 아니라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가해자 쪽에서 운명을 다 했던 이들에 대한 애도 역시 필요하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와 5.18 당시 희생된 군인과 경찰에 대한 위로와 애도가 동반되어야 한다.
“과거를 반성하되 후대가 죄책감을 짊어지고 있기 보다는 그것을 잊으면서도 과거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문학작품을 쓰고 읽는 것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
“<마지막 테우리>에서 주인공이 참혹했던 역사에 대해 ‘잔잔한 슬픔’을 느꼈다는 표현은 전쟁의 상처에서 해탈하는 경지를 보여준다.”
“<손님>에서 저자는 죽은 영혼들을 아무런 갈등 없이 등장시키면서 너무 쉽게 전쟁의 죽은 혼들을 화해시키려는 것은 아니었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전쟁의 정신적 상처는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