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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상상력,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4강_내가 행복한 곳 찾기, 나에게 꼭 필요한 여행 기획하기
[지리적 상상력,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4강_내가 행복한 곳 찾기, 나에게 꼭 필요한 여행 기획하기
강의자: 김이재 문화지리학자, 경인교대 교수
4번째 수업은 지난 3주 간의 배움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오늘도 수업은 질문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교수님은 각자가 좋아하는 계절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봄과 가을이 아무래도 제일 좋아요", "여름이요", "겨울!" 등 각자가 좋아하는 계절은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했다.
봄에 핀 꽃을 좋아하는 사람, 여름의 무더운 기운을 이겨내고 맞이하는 가을 바람이 좋은 사람,
여름의 푸른 숲을 좋아하고 추위에 약한 사람, 겨울에 느낄 수 있는 사람 사이의 온기에 감동하지만 무더운 날씨는 싫어하는 사람 등
계절에 대한 감수성은 '내가 행복한 곳을 찾기'에 대한 큰 힌트를 제공한다.
꼭 여행을 직접 가보지 않더라도 사람마다의 기후에 대한 체질을 반영해서 '내가 좋아할만한 장소'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행복한 곳을 찾는 것은 이렇게 일상에서 나의 몸을 관찰하고, 내 감각이 어떤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한층 쉬워질 수 있다.
(나는 다양한 사람과 음악이 있는 클럽을 좋아하는가 / 한적하고 사람이 적은 꽃길을 좋아하는가 / 탁트인 바다를 좋아하는가?)
이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볼 때에도 마찬가지다.
물론, 직접 경험하고 가보는 것만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맥락 속에 자기 자신을 홀로 두어보고, 경험 속에서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부족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다양한 학교 밖 경험에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Gap Year는 지리적 상상력과 자기탐색을 가능하게 하는 훌륭한 제도다.
1967년 시작된 갭 이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소년들이 1년 동안 해외 여행이나 자원활동을 통해 어른으로서의 인생을 배우는 기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되도록이면 더 생소하고, 자신이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가도록 장려받는다.
이 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 나와 다른 이질적인 문화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본인의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자기탐색, 앞으로의 전공 분야, 진로, 삶의 목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영국 왕실의 윌리엄(아프리카 오지 정글, 잉글랜드 낙농장, 남미 칠레 등), 해리 왕자(호주 농장, 남아프리카 레소토 왕국)뿐만 아니라
셜록의 주인공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티베트 수도원), 전 총리 데이비트 캐머론(홍콩 선박회사 인턴, 유라시아 횡단철도) 등 많은 사람들이 갭 이어를 통해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될 새로운 경험을 했다.
갭 이어 동안의 여행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저 여행이라서, 해외에서의 경험이라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심은 철저하게 내가 가보고 싶은 곳에 가서 나의 관점이 바뀌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정형화된 공간적 체험을 공유한다. 하지만 갭 이어는 남들이 하지 않는 생소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가 행복한 곳, 내가 어떤 '사명감'을 느끼는 곳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정해진 루트가 없기 때문에 오직 '내가 궁금한 것'과 '내가 가보고 싶은 곳'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영국 사람이 지리적 상상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한 경험이 부족한 예시로는 마거렛 대처가 있다. 그녀는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관점이 바뀌는 경험을 할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에 지리적 상상력이 빈약했고, 그 결과 '목표의식은 투철하나 편협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한 인재'로 자라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고위층 인사들 중 일부나 트럼프의 경우를 보면, 꼭 여행을 많이 간다고 해서 지리적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호기심, 열정 없이 떠나는 여행은 그저 여권에 도장 한 장 더 받는 일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또 너무 무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날 필요는 없다.
자신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잘 쉬고 여행을 통해서 삶의 목표와 에너지를 회복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휴식의 공간, 내가 잘 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 또한 지리적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든 그곳에서 얻은 행복한 공간적 경험과 추억은 지리적 상상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가 굉장히 높은 편인데, 뉴욕의 파크 애비뉴와 같이 겉모습이 화려하고, 가장 안정적이고 중심지인 곳(수도권, 서울중심지)에 모두가 모여 살려고 하니 다같이 힘들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켜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교수님은 좀 더 다양한 목표가 존중받고 장려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어떻게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나만의 목표와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끌리는 것, 나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교수님께서는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여행을 꿈꾸는 지리적 상상력 발전소'인 여재원의 홈페이지를 올해 말부터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상 속에서 키우는 지리적 상상력에 한계를 느낄 때, 여재원을 방문해서 세상을 보는 다양한 눈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수업의 모든 참여자들이 둘러앉아서 수업에서 나눴던 얘기들과 각자의 고민, 경험을 나누며 4주간의 수업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