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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상상력,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2강_지리적 상상력으로 운명을 바꾼 사람들
[지리적 상상력,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2강_지리적 상상력으로 운명을 바꾼 사람들
강의자: 김이재 문화지리학자, 경인교대 교수
5/23(화) 수업은 '지리적 상상력으로 운명을 바꾼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요, 흥미롭게도 교수님께서는 요즘 핫하다 못해 뜨거운 그 사람, 트럼프의 지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하셨습니다.
트럼프의 공간적 의사결정 패턴을 이해해야 앞으로의 국제정세를 전망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며 교수님은 트럼프의 지도(투자 재산 지도)를 보다 보면 그가 어디로 튈지, 어떤 공간에 어떤 욕망을 투여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트럼프가 자신의 재산을 투자한 지역을 살펴보면, 자연히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가 보입니다.
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에는 투자하지 않았고, 멕시코에도 역시 투자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가 본인의 경제적 타격을 걱정하지 않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자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요.
우리나라에는, 대우 트럼프 타워 등 그의 이름을 딴 빌딩과 그가 투자한 지역이 몇 개 비교적 다양한 도시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는 김우중씨와 트럼프가 호형호제하는 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우리나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아시아권 나라 중에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불명예스럽게도 트럼프가 집중 투자한 지역의 특징은 여성의 인권 수준이 낮고, 왕조의 전통이 남아있는 곳입니다(우리나라가 트럼프의 관심 밖에 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필리핀에는 잘 아시다시피 두테르테 대통령이 있고, 인도네시아 중에서도 발리에 트럼프가 투자를 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발리는 나머지 인도네시아 지역(대부분 이슬람)과는 다르게 유일한 힌두교의 섬이라서 카스트가 존속하고 인권의식이 낮으며, 운명론적 신념체계가 강하다고 합니다. 인도는 두말 할 필요 없는 힌두교의 나라이고요!
복지와 인권의 나라로 알려진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에는 일절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중동에는 투자를 했고, 특이하게도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스코틀랜드에도 활발하게 투자를 해왔습니다. 트럼프가 그의 어머니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 투자를 유치해온 것은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함과 더불어 영국 왕실에 대한 환상도 한 몫을 했다고 교수님은 분석하고 계십니다.
또한 우리나라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은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어쨌든 트럼프는 훌륭한 인물은 아니지만 지리적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교수님은 이에 덧붙여 도둑이 어쩌면 가장 지리적 상상력이 필요한 직업이 아닐까, 라고 말씀하셨지요 :)
그리고 본격적으로 지리적 상상력으로 운명을 바꾼 사람들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제인 구달, J.K. 롤링, 이사벨라 버드 비숍, 오드리 헵번, 나영석 pd, 프로이트 등 다양한 인물들의 개인사와 그들의 공간적 의사결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 이와 관련해서 인상깊었던 말씀만 몇 가지 나누고자 합니다.
제인 구달은 당대 여성들에 대한 대학 진학의 기회가 열려있지 않았기 때문에 비서학을 공부하고 비서로 일해야 했는데요, 자신이 어릴적 침팬지 인형을 보고 가졌던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national history museum 옆의 학교, 옥스포드 옆의 회사에서 일하는 등 계속해서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꿈을 이룰 수 있는(가까운) 환경에 스스로를 두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본인이 꿈꾸던 연구를 떠나고, 침팬지의 도구 사용을 발견하여 인간에 대한 정의를 뒤흔들어 놓는 과학적 성과를 이루게 되죠.
오드리 햅번도 말년에 아프리카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는데요, 이는 공간적 의사결정을 현명하게 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위인전에 나오는 것처럼 오지 탐험을 떠나고 힘들고 어려운 곳을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가 꿈을 이루고 가장 빛날 수 있는 장소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리적 상상력을 통해 그런 장소를 발견하고, 인생의 과정에서 찾아가야 하는 것이죠.
우리와 좀 더 친숙한 예시로, 나영석 피디는 공간과 출연자의 케미를 잘 살리는 예능을 만들고,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이 잘 빛을 발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다닙니다. 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간적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사실 인간은 본래 정착생활을 하도록 진화하여서 우리 모두에게는 쉬고 싶고 안주하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그동안 각광받지 못한 지리적 처방은 개개인에게 내적 귀인하는 간편한 심리적인 처방들과 다르게 큰 에너지를 쏟아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장소를 이동하는 용기를 감수하도록 합니다.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것은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오고, 이제 점차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한 곳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는 것 아닐까요?
지리적 상상력은 나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키고 환경을 볼 수 있는 더 넓은 감각을 준다는 점에서 삶을 더 적극적으로 살아나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